산파술의 대가 소크라테스는 왜 소통에 실패했을까?
진화하지 못하는 소통

우리는 인간관계나 조직에서의 모든 문제가 소통에서 생긴다고 규정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왜 오래전부터 규정된 소통문제를 풀지 못하고 오늘도 문제가 소통이라고 한탄만 하고 있을까? 오래 전부터 소통의 문제를 파악했지만 왜 소통방식을 진화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하는 것일까?

군에 갔다온 사람들이라면 제대 말년이 된 사람들은 항상 "요즈음 군대 썩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것을 안다. 이런 말이 익숙하지 않다면 아마도 제대 말년은 아닐 것이다. 자기가 신참이었을 때 고참들로부터 듣기 싫었던 말을 고참이 되면 예외없이 신참들을 불러 놓고 반복한다. 정말 군대는 썩어가는 것일까?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군대는 이미 썩어 문드러져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어야 할 것이다. 고참들이 제대할 때마다 군대가 썩었다고 충고하지만 이들의 지속적인 저주와는 달리 군대는 아직도 건재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런 일은 우리나라 군대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BC 1700년 경 수메르시대 점토판에 보면 비슷한 문구가 세겨있다.

"요즈음 젊은이들 너무 버릇이 없다."

심지어 철학의 시조인 소크라테스도 BC 425년에 비슷한 충고를 남겼다.

"요즈음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스승에게도 대든다."

14세기 대학교수였던 알바루스 펠라기우스도 비슷한 충고를 남겼다.

"요즈음 대학생들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요즈음 대기업의 CEO들과 이야기해보면 이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패기와 끈기 없어요."

이야기의 맥락은 다르지만 이들의 요지는 같다.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군대의 고참이 신참에게 이야기하듯 사회가 요즈음 젊은이들 때문에 썩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이런 욕을 먹고 자란 젊은이들도 나이가 들면 예외없이 젊은이들에게 같은 소리를 반복한다. 이들의 예언대로 젊은이들 때문에 사회가 계속 썩었다면 지금까지 이룬 역사적 진보는 무엇인가? 누구든 나이가 들면 말을 바꾼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수메르시대 사람들이나, 소크라테스나, 알바루스 펠라기우스 교수나, 21세기 CEO나 나이가 들어서 말을 바꿨다는 것은 소통의 본질을 몰랐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서양철학의 아버지인 소크라테스도 소통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는 진보해도 소통방식은 한치도 진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에게 소통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가 고집불통이자 벽창호라고 생각한다. 이들 모두는 소통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소통의 개념이 다른 것이다. 소통에 대한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을 빌미로 동상이몽의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소통이 될리가 만무하다.

젊은이와 기성세대가 똑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더라도 젊은이는 과거 경험이 미천하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눈으로 보고 있는 새 것과 이것이 전개될 미래를 중심으로 소통할 것이다. 반대로 기성세대들은 이것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 풍부해서 과거의 확실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소통할 것이다. 결국 똑 같은 대상을 놓고 소통을 시도해도 젊은이의 미래와 기성세대의 과거가 충돌한다. 소통을 놓고 동상이몽을 해가며 상대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니 소통이 될리가 없다. 소통에 실패하면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폄하하고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배우기 싫어하는 사춘기 어린애 취급한다.

소통이 안 되는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내가 보기에는 양쪽 모두의 잘못이다. 기성세대는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자신의 세계를 젊은이게 강요하는 꼴이고 젊은 세대는 자신이 눈으로 목격할 미래의 세계관을 기성세대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고 본 것만 가지고 소통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젊은세대는 힘이 없어서 강요를 못하더라도 지나치게 자신이 본 현재와 미래의 생각에 대해 방어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이라고 모두 제대로 된 미래를 보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도움없이 젊은이가 찾아낸 대부분의 미래는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다. 제대로 된 미래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만 본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미래와 과거는 현재의 입장에서 보면 다 허구적이다. 결국 미래와 과거의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중재자는 현재 뿐이다. 기성세대가 끌고 온 과거와 젊은 세대가 꿈꾸는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현재를 통해서 다리가 연결될 때 제대로 된 생산적 소통이 시작된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과거를 재해석 하지 못하면 과거는 과거로 사라진다. 과거가 죽어버리면 결국 제대로된 미래가 잉태될 방법이 없다. 과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항상 새롭게 해석되어 미래를 잉태해야 하는 씨앗으로 작용해야 한다.

시간의 관점에서 젊은이들도 미래라는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기성세대도 과거의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다. 현재라는 소통의 장을 통해 미래는 과거의 힘들었던 여정을 위로하고 과거는 미래의 장도를 축복할 수 있을 때 소통의 바통이 성공적으로 넘겨진 것이어서 소통이 살아 있게 된다. 소통의 바통을 떨어트리는 이유는 기성세대는 바톤은 안 넘겨주려하고 젊은 세대는 이 바통을 억지로 뺏으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날로 먹으려하는 노상강도 쯤으로 치부하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를 욕심 많은 고집쟁이로 생각하는 한 소통은 물건너간 것이다.

지금 현재 서로가 공동으로 하고 있는 일들을 통해서 과거와 미래가 서로의 텍스트(Text)를 통해 공동의 맥락(Context)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제대로 된 소통이다. 공동의 맥락을 못 만든다면 소통은 항상 힘이 쎈 쪽이 자신의 텍스트를 일방적으로 강요하지만 이런 텍스트는 힘쎈 사람이 감시하는 동안에는 머리에 남아 있다가 가슴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폐기처분된다. 성공했다고 생각했던 많은 소통이 감시자가 안 보는 틈을 타 허무하게 무너진다. 마음에 제대로 심어진 소통만이 감시자가 필요없다. 자발적으로 Text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소통철학의 대가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는 진정한 소통은 "힘 겨루기"를 벗어나 목적과 사명을 염두에 두고 서로의 가슴에 서로의 Text와 Text를 새겨 공유된 Context를 만드는 공동작업이라고 규정한다. 자신이 가진 권한을 벗어던지고 본질을 찾아 소통의 협업에 성공하는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가 많은 나라가 성숙된 시민국가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젊은이나 기성세대나 권한을 벗어버리고 공론의 장에 뛰어들어 진짜 소통에 몰입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진짜 소통의 원리를 깨달지 못한 사람들은 오늘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가 소통에 있다고 규정하고 힘을 규합하여 상대를 소통을 비난하겠지만 상대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높아질 수록 소통장은 권력 투쟁장으로 변한다. 진정한 소통의 개연성은 점점 사라진다. 소통하자고 하면서 결국은 힘 자랑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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