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회사의 사명이나 가치가 홈페이지에는 존재하는데 이것이 회사의 비즈니스 과정에 전혀 개입이 되지 못하는 무늬로만 사명을 가진 회사는 KPI를 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런 회사에서의 성과평가는 팀장급 본부장급들이 모여서 팀원들의 성과 데이터에 대해 간주간적으로 논의해보고 주어진 인센티브를 간주간적 평가 결과에 따라 간주간적으로 공평하게 나눠주면 된다.

회사의 사명에 대한 믿음이 분명하지 않은 회사에서 KPI를 실시할 경우 KPI는 유명무실한 사명을 더욱 유명무실하게 만든다. 이런 회사에서 KPI는 개인들이 밥그릇싸움의 도구로 전락할 개연성이 높다. KPI는 개인들에는 회사 전략을 달성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냐 못지키냐를 결정해주는 생존이 걸린 목적으로 전이된다. 구성원들은 기대했던 성과가 안 나올 경우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회사의 여유 슬랙을 이용해가며 자신에게 할당된 숫자를 채워넣는다. 이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회사는 자원이 고갈되기 시작하고 체질은 허약해진다. 또한 사람들이 성과에 쪼달리면 자신에게 맡겨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서라도 성과를 채워넣는다. 배를 가르는 직원들이 많아질수록 건강했던 회사는 서서히 고사당한다. 사명에 대한 믿음이 없는 회사에서 KPI는 그나마 가지고 있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칼로 작용한다.

KPI가 도움이 되는 회사는 구성원들이 사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KPI를 전략적 돌파구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회사들이다. 회사의 사명이 분명하고 이 사명을 달성하는 과제가 도출되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파구가 필요할 때이다. 사명을 달성하는 과제는 일상적으로 쉽게 달성될 수 있는 일상적 과제와는 다르다. 돌파구가 필요하고 이 돌파구에 대한 창이 필요할 때 KPI가 그 창으로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다. 글로벌 회사들의 경우 이런 KPI 과제에대한 성과평가와 보상도 인센티브의 산정에만 연동시키고 일반 기본급은 그냥 루틴한 일을 평가해서 배분하는 이원론적 평가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KPI의 산정도 Balanced Score Card의 원리에 맞춰서 결과만이 아니라 원인에 대한 성숙도를 포함해 균등하게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원인에 관한 평가치는 2-3년 단위로 연동되어 지속적으로 평가에 반영되게 설계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런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하는 모든 일을 다 KPI로 관리하다보면 KPI의 의미는 퇴색되기 시작한다. 일상적으로 하는 루틴한 업무도 KPI 숫자관리에 집어 넣기 시작하면 실제로 중요한 일을 하는 직원들의 KPI와 충돌해서 결국 KPI의 공정성을 무너트린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루틴한 일까지 모든 일을 KPI로 오랫동안 관리했다면 이 회사에는 이미 성과평가와 배분에 대한 공정성이 무너졌을 것이다.

KPI를 사명을 달성하는 전략도구로 제대로 사용하는 회사들은 KPI 달성을 사명을 달성한 것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평가를 통해 KPI가 달성이 되었음에도 의도했던 사명이 달성되지 못한 부분에 대한 Feedforward 워크샵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것을 토대로 다음년도의 KPI를 진화시킨다. KPI를 이미 과거가 된 성과평가와 배분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사명을 달성하는 전략적 도구로 제대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