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을 오랫동안 방관하고 놔두면 대부분 사람들은 비본질적이고 수단적인 것을 오히려 본질로 착각하고 산다. 이러다보면 혁신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연기하고 꾸미고 치장하는데 핵심적 자원을 낭비해 서서히 삶아 죽어가는 개구리 신세가 되어 간다. 내 삶이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면 내 삶에서 본질과 부수적인 것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서 엉뚱한 일에 몰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직을 중심으로 분석해보면 이런 <꼬리가 개를 흔드는 현상>은 역할과 직책간 중요성이 뛰바뀌는 것에서 시작된다. 조직은 어떤 절대절명의 순간에도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파할 수 있어서 정당성을 부여받아야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답은 목적과 사명이다. 이 목적과 사명을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녹여 고객에게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체험적 가치를 제공할 때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결국 건강한 조직이란 이 단순한 원리를 구현하는데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는 린(lean)하고 민첩(agile)한 조직이다. 조직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이 사명과 관련해서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많은 것들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히 역활을 꼽는다. 역할이란 사명이 기대하는 바를 수행하는 것이다. 좀 더 확대하면 조직의 사명이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바와 고객이 기대하는 바를 수행하는 것이 역할이다. 모든 구성원의 역할이 사명에 정렬되어 있어서 다른 엉뚱한 일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다.

<황금수도꼭지>에서 사례로 연구된 아마존, 넷플릭스, 레고의 전문가들이 놀이터가 바로 이런 <사명지향적 역할중심 조직>으로 조직을 재설계한 것이다. 사명지향적 역할중심 조직과 반대되는 조직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 <직책 중심의 조직>이다. 직책중심 조직이란 역할 중에서 성공했다고 보여지는 것들을 분류해 가치서열을 정하고 누가 수행해도 그 범주의 정해진 직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일상화 시키고 제도화한 것이다. 역할에는 수행하는 사람의 Agency가 살아 있는데 직책에는 사람이 행사할 수 있는 Agency를 자의적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제거한 것이다. 문제는 조직환경이 바뀔 때이다. 역할은 자신의 Agency를 발휘해서 바뀐 환경에 조직의 사명과 고객이 기대하는 바를 찾아서 자연스럽게 바뀐다. 하지만 직책은 공식적인 것이어서 바뀌는 절차와 과정이 만만치 않다. 결국 직책은 시간이 지나면 바뀐 세상에 조직의 뒷다리를 잡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다. 조직에서 직책이라는 꼬리가 역할을 좌지우지하여 조직을 흔들어대는 현상이 생긴다.

리더십이란 역할을 잘 수행해서 조직의 사명과 고객가치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확대해서 이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주도권을 부여하는 것이지 직책을 가지고 있다고 리더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리더십은 조직의 사명을 구현하는 역할에서 제대로 기여한 사람에게 부여한 지위(status)이지 직책(position)은 아니다. 조직에서 리더십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와 평가기준만 가지고 있어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초일류가 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리더십이 중시되는 조직은 자연스럽게 직책이 내려지고 역할이 중심으로 고양된다. 건강한 조직의 전형적 모습이다.

우리 조직이 사명 중심의 역할지향적 조직인지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1. 대부분의 종업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다른 회사에서 줄 수 없는 고객의 가치체험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2, 자신의 역할이 조직의 사명과 연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3. 역할을 통해서 자신의 전문성이 신장된다고 생각한다.
4. 종업원 대부분이 역할을 즐겁게 수행한다.

5. 생계 때문에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역변환).
6. 역할의 대본을 주도적으로 만들기보다 남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역할을 수행한다고 믿는다 (역변환).
7. 역할이 일상화되어 오랫동안 변화하지 않고 있다. (역변환).
8. 종업원들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 (역변환)

가짜 황금수도꼭지를 가진 회사나 개인은 꼬리가 개를 흔드는 일이 아주 일상화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