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오랜 연구동료 중 한 사람인 Shane Thye 교수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Status Value Theory라는 이론을 만들어서 검증해왔다. Thye교수가 한 실험은 인의적으로 높은 지위와 낮은 지위가 있는 사람을 설정해놓고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높은 지위의 사람의 가치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낮은 지위의 사람에게 전이되는지를 밝힌 것이다. 처음 높은 사람의 지위가치가 10이고 낮은 사람의 지위가치가 3에서 시작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지위전이가 일어나면 낮은 사람의 지위가 실제로 3에서 6나 7으로 바뀌는 현상이 생긴다. 이때 만들어진 3나 4의 새로운 가치는 관계가 끊어지면 사라지는 순수히 관계적 가치이다. 모든 에이전시를 독자적 주체로 가정하는 경제학에서는 이론화되지 못한 현상을 사회학자들이 찾아내 이론화한 가치이다.

이 관계적 전이 가치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과 친분을 과시하는 현상이 생긴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김일성 가족과 찍은 사진만 있으면 신분이 상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자신의 가치를 높히기 위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동원한다. 군대에서 남편이 소장이면 부인은 중장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결혼시장에서 재벌가의 혼맥을 해부해보면 다 이런 관계적 지위라는 시장에 의해서 누구와 누가 결혼할 것이 미리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원생들은 학문적 명성이 있는 교수와 같이 쓰는 논문저자가 되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끼고 실제로 이들의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 최순실이 국정논단을 일으킨 것도 다 이런 전이된 관계가치를 이용한 것이다. 유명인이 소장한 제품과 같은 제폼을 소장하려는 성향도 관계적 가치를 높히려는 소비성향 때문이다. 유명인이 실제로 소장했던 시장에서는 싸구려로 살 수 있는 물건도 경매에서는 엄청난 가격에 팔린다. 다 관계에서 오는 지위가치를 높히려는 성향에 기반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박해미씨나 박명수씨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보다 더 욕을 먹을까? 사람들은 이들이 향유하는 지위가 사회가 이들의 공헌을 평가해 집단적으로 부여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이 누리는 지위를 박탈하려면 이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보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부여한 가치를 좋은 좋은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통해서 긍정적으로 전이시킬 책임도 이들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가 전이되는 현상에 대해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지위는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거품이 낀 관계적 가치를 만든 사람으로 박해미씨나 박명수씨를 지정하는 것이다. 지위시장에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주도한 장본인으로 지정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도 다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사회적 지위가 부여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면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조심한다는 의미로 자기끼리 인너서클을 만들어서 유유상종하는 현상이 생긴다. 학연, 지연, 혈연이 판치게 된다. 지위가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연이 끊어진 사람들도 머리 아픈 지위경쟁보다는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더 어울리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느끼고 유유상종을 한다. 사회전체가 유유상종에 빠지면 사회는 집단사고를 해서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터지기 시작해 사건공화국으로 전락한다.

한국처럼 사회적 지위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 모든 문제가 높은 지위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지위잔고를 잘못관리하고 결과적으로 관계적 그루밍을 잘못하는데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윗물이 맑지 못해서 아랫물도 맑지 못했다고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