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2-14 14:16
[N.Learning] 워라벨을 향유할 준비가 되어있나?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38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향유할 수 있는 
철학과 문화가 준비되어있나?

제도의 비제도적 성공요인

한 때 우리나라에는 <무늬만 팀제>라는 용어가 있었다. 부서가 아니라 팀이 시대적 조류라고 해서 다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변화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제도는 팀 제도를 도입해놓고 일하는 방식은 과거의 부서제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겉으로는 제도가 채용된 것으로 보이지만 옷을 벗겨보면 옛날 방식이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어떤 제도이던지 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강제하면 사람들은 겉으로는 제도가 가진 법적 강제를 피하기 위해서 법을 따르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기존의 방식대로 처리하거나 편법을 동원한다. 이만큼 제도는 그냥 문제해결을 위한 시작점에 불과할 뿐이지 최종 종착역이 될 수는 없다.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 자체가 주어진 목적에 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의 비제도적 요인인 철학과 문화적 기반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런 비제도적 준비가 없이 시행되는 경우는 제도자체를 위한 제도로 작동하기 시작해서 조직운영 경비만을 낭비하는 요인이다. 역설적으로 제도만능주의는 제도가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워라벨이라는 것의 목적도 구성원들에게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번아웃되지 않는 노동력을 유지함으로 조직의 생산성을 높히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따라서 이런 목적이 제대로 가동된다면 워라벨은 조직과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한 제대로 작동한다. 목적을 잃은 상태에서 제도자체를 위한 제로도 접근하면 워라벨은 회사와 구성원간의 시간에 대한 제로섬적 싸움으로 전락한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시간을 넘어 체험한 시간의 문제고 이 체험한 시간을 결정해주는 것은 회사가 가진 혁신적 문화와 종업원들의 철학의 문제이다.

종업원이 자신의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적 정체성이 없는 경우 종업원의 일과 삶에 대한 체험은 분절된다. 일에 지쳐서 퇴근한다 하더라도 집에 와서 여가에 금방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의 기억이 여가를 즉각적으로 즐기도록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가정에서 일로 복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의 충분한 휴식을 끝내고 일로 복귀했다고 그대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에서 추구하는 것과 삶에서 추구하는 것의 분절을 강요하는 회사에서 근무할수록 일과 여가 간 전환에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전환이 되었어도 잔상효과 때문에 여가나 일에 심각하게 몰입하지 못한다. 회사에서는 악마처럼 일하고 집에 와서는 천사가 되어야 한다면 어느 하나에도 제대로 몰입할 방법이 없다.

WLB의 성공도 고식적으로 보이는 제도나 물리적 시간의 문제를 넘어 회사와 종업원이 통합된 정체성을 마련할 수 있는 철학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에 달려있다. 회사가 문화적으로 직원들에게 일하는 보람을 제공할 수 없다면 WLB을 위해 똑 같은 시간을 부여했어도 제대로 된 일에 대한 몰입과 노동 후의 제대로 된 여가를 체험할 수 없다. 회사가 생산적인 문화적 정체성이 없는 회사라면 WLB을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자해도 밑 빠진 독이다. 또한 WLB이 지향하는 가치가 분명하지 않다면 WLB 제도의 헛점을 이용해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WLB 제도 자체가 제도를 위한 제도로 전락해 조직 운영에 부담을 주게 된다.

또한 종업원들이 개인적 삶 자체가 정체성을 상실한 모호한 삶을 살고 있다면 아무리 회사가 좋은 문화를 가진 회사라 하더라도 삶의 행복에 대한 체험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가정에서의 철학의 부재는 부부간 가사분담에 대한 시간싸움에 몰입하게 해 제대로된 휴식 시간을 빼앗을 것이다. 한 마디로 가정에서도 철학과 정체성의 부재는 휴식의 질을 급격하게 저하시켜 결국 번아웃 된 상태로 다시 회사에 출근해 회사의 생산성을 떨어트린다.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시 워라벨을 시간싸움의 문제로 프레임해서 문제를 악화시킨다.

모든 문제를 제도적 문제로만 고식적으로 해석하는 우리나라의 풍토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댓글
안남섭 그래서 일에서도 의미와 보람과 기쁨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철학과 조직문화가 중요하고 칼퇴가 기대되고 강조하는 제로섬 이분법적 접근 보다는 퇴근후나 주말에 온전한 삶의 목적실현에 부족한 부분정도로 수시로 채우는 삶 전체적관점에서 일과 삶에 집중하고 몰입을 신나게 하는 워.라.홀(홀리스틱)이나 워.라.조(조화)용어가 훨씬 적합한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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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통합된 정체성을 위한 철학과 문화가 마련된 워라조에 동의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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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Sangsoon Park 해결방안/제도의 실행 이전에 거기에 도달하기까지의 문제인식과 고민과 체계적인 합의 과정이 생략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껍데기만 실행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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