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북과 자북의 변화하는 세상에 제대로 적응해가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심각한 정도를 넘어서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 업데이트가 안 된 네비게이션을 따라 북쪽이라고 알고 따라갔는데 종착역에 도착해보니 북쪽이 아니다. 길을 잃은 것이다. 우리는 진북에 맞춰 우리의 삶을 점검하는 것을 게을리 하고 시계만 보고 삶을 바쁘게 살면 결국 길을 잃고 엉뚱한 곳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을 깨달는 순간 때는 이미 늦었다.

세상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나의 지남철은 진짜 진북을 찾기 위해 떨림을 유지해야 한다. 내 진북을 가르치는 지남철이 어느 순간 고정되어 버리면 나는 진화를 멈추고 꼰대가 된다. 나에게 진북이란 나만의 삶의 방향을 가르쳐주는 목적과 사명이다. 이 목적은 남들이 <당신은 왜 그렇게 열심히 사세요>라는 Why 질문을 던졌을 때 나의 답이다. 나의 존재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이 존재이유에 대한 설명이 세상이 변화했는데도 떨림을 멈추고 고정되었다면 나는 이미 존재이유를 잃은 나침반을 가지고 잘못된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박남규 시인의 지남철이라는 시이다. 박남규 시인은 우리의 지남철인 사명과 목적이 왜 떨림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명증적으로 설명한다.

===========
지남철
===========

北極(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으며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약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 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남규시인

김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