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물의 핵심적 차이는 사물의 경우는 목적이라는 본질이 먼저 정해지고 그 다음에 존재가 태어나는 반면 사람의 경우는 존재의 이유인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채로 탄생에 의해서 존재가 먼저 태어나고 그 목적과 본질은 나중에 정해진다. 사람은 먼저 생물학적 존재로 세상에 던져지고 자신이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는 자신 스스로가 알아서 주체적으로 완성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존재의 배는 죽음을 향해서 계속 항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르트르

사물과는 달리 사람들에게는 두 번의 탄생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한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나는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인생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깨달은 탄생이다.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지어진 이유를 깨달은 삶은 제 2의 탄생이다. 자신의 삶의 이유인 목적을 발견하는 순간 존재의 빈 배에는 목적이 실려지기 시작하고 이 목적이 실현될 수록 죽음으로 향하는 배의 속도는 실존의 무게 때문에 늦추어진다. 존재에 대응하는 실존이란 존재의 빈 배에 목적이라는 본질이 채워지기 시작한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 삶의 목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죽음의 순간을 맞는 사람들도 부지기 수이다. 죽음 앞에서도 사람들에게 기억으로 넘겨줄 삶에 대한 스토리가 없어서 죽음과 동시에 허무하게 소실되는 삶을 산 것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미래는 내 삶의 목적에 대한 메모리가 다른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서 이들의 삶의 스토리로 재구성되어짐에 의해서이다. 생물학적 DNA가 아닌 나의 삶의 목적이 담긴 메모리인 meme이 나와 생물학적으로 상관이 없는 사람들에게 채용되어 유전되는 것이다. 나로 인해 만들어지는 미래는 Meme이라는 메모리를 통해서 죽음이후에도 후세에게 전해진다. 내 삶의 목적이 담긴 메모리(Meme)가 후세 사람들의 삶의 플롯으로 채용되지 못한다면 내가 유전시킨 미래는 없다.

#MEME_DNA

존재이유인 목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도 완성할 수 없다. 과거와 현재의 삶은 존재하지만 미래에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의 목적지가 없다. 목적에 대한 정체성이 없는 배는 방향을 잃고 삶의 바다에서 시도때도 없이 표류하다가 죽음 앞에 서게 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임제선사의 가르침도 목적을 발견해 자신의 배를 운행하는 선장이 되어 줄 것을 명하고 있다. "이르는 곳에서 주인이되어 살면 거기서 하는 모든 일이 진실로 서게 된다." 남의 써준 삼인칭의 삶에서 벗어나 일인칭 주인공의 삶을 복원해서 이를 구현하는 삶을 살 때 삶 자체가 진실로 드러난다는 가르침이다. 진정성 있는 삶이란 스스로가 작가가 되어 대본을 써내는 일인칭의 삶을 구현하는 것이다. 일인칭 대본대로 사는 삶이 구현되지 못한다면 자연과학적 진리는 깨달을 수 있어도 인간으로서 실존하는 삶의 진실은 깨닫지 못한다.

#임재선사

마테복음 25장에서 예수께서도 제자들에게 비슷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여행을 떠나는 주인과 집에서 주인의 일을 대신해준 하인들의 이야기이다. 주인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인들에게 큰 돈을 맡기고 떠나는데 결과적으로 한 달란트를 받은 하인은 손실이 두려워 땅에다 묻었다가 한 달란트를 고스란히 돌려주었고 다섯 달란트를 받은 하인은 장사를 해서 두 배로 주인에게 돌려주었을 때 주인은 한 달란트를 돌려준 하인을 꾸짖고 열 달란트를 남긴 하인을 칭찬한다. 한 달란트를 고스란히 돌려준 하인은 그냥 하인으로서의 삶을 산 사람이고 두 배로 돌려준 하인은 하인이지만 자신 스스로 일인칭 스토리를 쓰고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산 하인이다. 기독교에서의 삶도 그냥 성서에 있는대로의 삶을 충실히 산다면 한 달란트를 뭍었다가 고스란이 돌려주는 하인의 삼인칭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서의 삶을 플롯으로 삼아 자신이 일인칭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 여기서 만든 변화를 다시 세상과 하나님께 돌려주는 크리스쳔들이 진성 크리스쳔들이다. 소위 선데이 크리스쳔이란 성경말씀을 열심히 따르지만 결국에는 한 달란트만 주인에게 돌려주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선데이_크리스쳔

삶에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는 이 존재에 일인칭으로서의 본질인 삶의 목적이 채워져서 이 목적이 천명한대로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삶의 본질이 지향하는 목적지가 없다면 삶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준거가 없다.

소크라테스 이후로 모든 철학은 일인칭으로 이 삶의 본질인 목적을 찾아서 자신이 스스로 일인칭 주인이 되어 존재를 완성하는 방법에 관한 논의이다. 이 존재의 완성이 제대로 마무리되어 내 삶의 목적이 더 충실해지는 상태를 철학자들은 수월성 excellence이라고 불렀다. 수월성은 우리가 알듯이 역량이 늘어나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목적을 깨달아 스스로의 품성을 완성하는 과정를 지칭한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궁극적 행복인 eudemonic happiness는 이 존재가 점점 목적이라는 본질로 채워짐에 대한 체험이다.

#행복
#수월성

목적을 발견해서 내 몸속에 내재화 하지 못한다면 몸이라는 존재의 탄생은 있었어도 인간으로의 인간다운 주체적 삶의 탄생을 맞본 것은 아니다. 존재는 텅 빈 배일 뿐이다. 몸은 에너지 덩어리로 존재해도 인간으로의 나는 실존하지 않는 부조리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