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국민만 있고 시민은 없는 것일까?

정치학자들은 시민을 정치적 참정권의 확대로 인한 자치권의 신장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하지만 나는 시민을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이 수행을 넘어서 한 발자국씩 더 가는 것이 몸에 습관으로 붙은 구성원이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택시기사가 내가 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나를 아파트 문 앞에서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 우리 동 앞에 내려준다면 택시기사는 택시기사로서의 임무를 넘어서서 한발자국 더 가는 시민으로서의 행동을 한 것이 된다.

일반 사람들만 시민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 관료라하더라도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보다 사회를 위해 한 발자국 더 가는 근육이 몸에 배어 있다면 이 관료는 관료를 넘어 시민이 된다. 시민단체에 소속되어 있어서 시민을 위해 일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자신에게 기대되는 수준의 역할만 수행한다면 시민은 아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행동쪽으로 한 발자욱 더 가는 행동을 보일 때 기업시민으로 인정받는다. 기업이 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은 사회전체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진다. 이 회사에 구성원으로 소속된 종업원들에게 시민으로 어떻게 삶에서 한 발자욱 더 갈 수 있는지를 모범적으로 가르친다. 기업이 기업시민 행보를 보인다면 그 구성원들은 모두 시민일 개연성이 높다. 한 마디로 기업시민은 시민 제작소이다.

또한 기업이 삼성이나 LG 등 글로벌 기업일 경우는 기업 안에 각 국가가 포함되어 있다. 글로벌 기업은 국가보다 더 큰 외연을 가지고 있다. 국가보다 더 큰 외연을 가진 기업들이 시민으로서의 표준을 세운다는 것은 그 국가전체를 시민사회로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된다.

이런 기업시민의 역할에 대해 연구한 내용들이 책으로 나왔다.

포스텍의 송호근교수가 전체적으로 편집과 소개글을 맡았고, 서울대 사회학과의 이재열교수가 기업시민의 사회적 품격에 대해, 성균관대 경제학과의 조준모교수가 CSR의 일체화의 형태로 기업시민을 연구했고,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의 한준교수가 한국사회에서 기업시민이 등장한 제도적 논리에 대한 꼭지를 맡아서 연구했다. 본인은 기업생태계의 공진화를 위한 기업시민운동이란 꼭지를 맡아서 글을 썼다.

성숙한 시민사회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많은 지도 편달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