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하게 빨라지는 세상의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 세상이 요구하는 것들을 배우는데 집중하다보면 겉은 화려해보이지만 속은 텅비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할만한 것들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스팩이나 지식이나 역량 등은 화려해도 어느 것 하나 자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이름은 있는지 모르지만 이름에 걸맞는 정체성이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누구나 길을 가고는 있지만 남들이 가고 있는 길을 따라서 가는 자신의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엄밀하게 이야기 해서 정체성이 없다. 자신 삶의 닻인 정체성이 없는 삶을 살기시작하면 남들의 삶의 조류에 따라 이리 흔들리도 저리 흔들리는 것을 반복하는 표류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정체성을 상실한 사람들의 느낌을 상상해 보기 위해서 이런 상상적 실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친구가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 뛰어와 내 뒤에서 반갑게 내 이름을 불러줬는데 내가 친구의 부름에 뒤돌아 보지 못했다고 상상해보자. 이유는 내 자신의 이름이 불현듯 기억나지 않아서 친구의 부름에 응답하지 못한 것이다.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정체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삶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설사 운좋게 자신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지만 이 이름 속에 자신만의 자신이 텅비어 있는 경우는 가짜의 자신을 통해 실존하는 자신이 있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정체성을 상실할 경우 현대인의 삶을 사는데 어떤 문제가 생길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다른 사람과 경쟁할 수 있는 차별성이 떨어진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만나서 체험할 수 있는 나만의 독특한 느낌은 나만의 브랜드 파워는 정체성에서 나온다. 이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에 다른 사람들이 나만의 가치를 부여할 때 내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만나서 나에게서만 체험할 수 있는 차별적 체험을 못느낄 경우 굳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제치고 나와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술이 발달해서 품질의 수준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만들어질 수 없을 경우 다음 단계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이 회사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다른 회사에서 느낄 수 없는 차별적 체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 차별적 체험은 이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내재화된 정체성을 자신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이입시킬 때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 차별적 정체성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직도 품질만이 모든 경쟁력을 결정해준다고 믿고 있다. 산업화시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품질은 가격을 결정하지만 정체성에 기반한 브랜드십은 가치를 결정한다. 가치는 부르는 것이 값이다. 고객이 이런 많은 돈을 기꺼히 지급하는 결정을 하는 것은 가치체험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복원하는 체험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비싼 가치는 고객에게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정체성을 찾는 체험을 제공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구현된다.
결국 정체성을 잃은 상태에서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레드오션 전략에 몰입하는 것이다. 블루오션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과의 관계맺음을 통해서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정체성을 회복하고 이것을 생활 속에 내재화하여 품성과 브랜드 파워를 형성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정체성은 목적에 대한 믿음과 철학으로 자신과의 관계맺음을 통해서만 복원된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정체성를 찾아 떠나는 항해는 우리에게 삶의 블루오션을 찾아나선 항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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