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규제천국으로 악명높다. 왜 이런 규제천국으로 전락한 것일까? 사회적 신뢰나 다양성에 대한 포용 능력이 부족하여 남에게 침해가 되는 문제행동을 자율적으로 규제할 능력이 떨어진 것이 한 가지 원인이다. 편협한 집단연고주의가 한 몫을 했다. 자신과 관련이 있는 혈연, 학연, 지연, 성연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다보니 집단을 넘어서 보편적 인간에 대한 침해라는 개념에 둔감한 삶을 살았다. 자신 내집단이 아닌 일반 사람에 대한 사회적 신뢰부족에 대한 약점을 법조인들이 파고들어 남을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자신과 내집단 중 기득권자들의 밥그릇을 챙기는 법조왕국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법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신뢰의 잔고가 비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허락한 것 빼고는 전부하지 못하게 하는 파지티브 규제도 다 이런 사회적 신뢰의 잔고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리잡은 것이다. 윤리적 기준으로 보면 법으로 정해놓은 기준은 윤리적 기준 중 가장 널널한 기준이다. 사람들은 탐욕에 물들면 엄격한 기준을 버리고 법의 기준에 맞춰서 최소한의 윤리적 삶을 산다. 사람들이 자신의 사업을 운영할 때 탐욕을 버리고 법이 정해놓은 널널한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훈련이 되어 있다면 시민사회가 된 것이다. 법이 요구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한발 더 양보하고 더 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가 시민사회다. 이런 성숙한 시민사회가 도래한다면 핵심적인 몇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 자신이 알아서 결정하게 하는 네거티브 혁신이 가능한 사회가 된다.
법조인들의 도움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시민사회다. 법에 의한 규제는 상징적인 규제이고 시민들의 윤리와 양심에 의해 이뤄지는 자발적 규제가 실질적 규제로 자리잡은 사회가 시민사회다. 법조인들이 리더로 나설 수 없는 사회가 시민사회다.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의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법보다 엄격한 내적기준을 따라가며 의사결정을 한다.
시민사회의 윤리를 따르는 사람들은 자신이 남들과 어울려서 사는 방식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윤리적이자 합리적이고 공정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게 하기 최선의 노력한다. 이들은 스스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자신들을 수시로 점검하고 시뮬레이션한다.
황금규칙 (The Golden Rule): 내가 지금 취하고 있는 방식이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했을 때 내 자신도 남들에게 취급 받고 싶어하는 똑 같은 방식인가?
직업적 윤리 (The Professional Ethic): 내가 지금 취하고 있는 내용과 방식을 제 3자적 입장에 있는 내 동료들이 보았을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칸트의 규칙 (Kant’s Imperative):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이 나처럼 해도 우리 사회가 제대로 기능할 것인가?
공리적 법칙 (The Utilitarian Rule): 내가 지금 취한 내용과 방식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
60분 쑈 법칙 (The “60 Minutes” Test): 내가 취한 내용과 방식을 유명한 토크쇼에 게스트로 초대 받아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할 경우에도 지금처럼 자신 있게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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