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12-01 20:43
[N.Learning] 재즈 플레이어들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3  

목적과 사명을 연주하는 재즈 플레이어들
리더십 스타일이 답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카리스마 리더십의 또 다른 이름에 다름 아니다. 베를린 필의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능력은 카리스마에 있었다. 재벌을 이끌었던 이병철, 정주영 회장의 리더십도 바로 앞에 나서서 본인이 모든 것을 총괄하고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초연결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조직에 카리스마를 휘두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리더로 둔다는 것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가진 개인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이다. 평균과 속도를 중시하던 산업화 시대는 오케스트라 리더가 나서서 조직의 평균을 일사분란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리더십을 행사했다. 평균을 중심으로 조직화 하던 산업화 시대 리더십의 답으로 받아들여졌던 오케스트라 리더십은 초연결 디지털 시대에는 최악의 천덕꾸러기 리더십 중 하나로 낙인찍혔다.

굳이 음악으로 다시 표현하자면 지금과 같은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재즈의 연주자 스타일이 맞다. 재즈에서는 지휘자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주제를 리드하는 사람이 지휘자가 된다. 재즈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리더이다. 세상은 더 이상 악보에 정해진 계획대로 한 사람의 카리스마가 해석하는 악보를 기반으로 연주되는 세상이 아닌 것이다. 설사 정해진 악보가 있어도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악보를 바꿔서 연주할 수 있는 자기조직력이 있는 리더가 리더로 등장한다. 자기조직력이란 상황이 바뀌면 유기적으로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버리고 상황에 맞는 리더십 스타일로 갈아탈 수 있는 능력이다. 초연결 디지털 혁명시대의 바다는 고요한 바다라기보다는 격랑의 바다이다. 이 격랑의 바다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스타일이 다 동원되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리더십의 답은 스타일에 있지 않다.

딜레마는 조직의 사이즈는 오케스트라 사이즈인데 연주는 재즈방식이라고 한다면 이 재즈 플레이어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오케스트라의 총지휘자 같은 역할이 여전히 요구된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재즈곡을 연주하고 있어도 같은 조직에 속한 재즈 연주자가 공통으로 따라야 방향성을 조율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결국 재즈형 리더이 같은 조직에 모여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연주는 달라도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재즈 리더들에게 필수요건이 방향성을 정해주는 자신들만의 정체성이다. 상황에 따라 스타일을 바꾸다보면 본인도 정체성을 잃을 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도 자신의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 혼동하게 된다. 리더가 정체성이 없다는 것은 풍랑을 만나도 중심을 잡아줄 닻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답은 이런 격랑의 와중에도 정체성을 지켜 방향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의 문제다.

한 마디로 디지털 혁명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의 조건은 상황에 따라 스타일을 바꿈에도 자신의 방향성과 정체성에 대한 길잡이인 목적을 가진 리더인지이다. 목적은 다양한 재즈 플레이어들을 한 방향성으로 향하게 만드는 나침반이다. 이런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의 리더가 조직의 한 운동장에서서 같이 재즈의 협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리더가 아니더라도 조직이 공유하며 실현시키려는 목적이 재즈의 총 지휘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초연결 디지털 혁명시대에 조직에서 재즈의 총지휘자는 조직이 정한 사명과 목적이다. 이 사명과 목적은 다양한 리더들과 다양한 자원들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킨다. 결국 21세기 초연결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상은 조직의 목적과 사명을 각자의 자리에서 연주하는 재즈 플레이어들인 셈이다.

조직이 가진 사명과 목적은 개별화 되는 다양성 시대에 종업원이던 재즈 스타일 구사하는 리더들이 방향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연주에 몰입하게 하는 리더십의 충분조건이다.

재즈의 총지휘자는 특정한 인간으로서의 리더가 아니라 조직이 설정한 사명과 목적인 셈이다. 리더들은 이 사명과 목적의 악보에 따라 자신이 설정한 파트에서 즉흥적으로 연주를 연출할 수 있는 재즈연주자들일 뿐이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특정한 인간에게 오케스트라의 총지휘자의 역할을 맡긴다는 것은 조직을 이 사람 중심으로 우상화 시키는 작업에 몰입한 것이다. 한 인간을 중심으로 한 우상화는 조직을 무너트리는 전주곡을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