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총수들의 신년사를 보기좋게 정리해놓은 블로그(최익성박사)가 있어서 이 자료를 기반으로 총수들은 올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분석해보았다.

첫번째 키워드는 미래다.

삼성의 김기남 부회장 "2020년은 <미래>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어간 도약의 해"라고 규정했고, 현대차의 정의선 부회장도 "2020년을 <미래>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이라고 정했다. LG 구광모 회장도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데 누구보다 앞서 가고 더 나은 <미래>와 세상을 향해 함께 가는 따뜻한 기업을 다 같이 만들어보자"로 미래를 강조했다. 롯데의 신동빈 회장도 "공감과 공생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인용하고 있다. 한화의 김승연회장도 "2020년은 일류 한화의 사업별 선도 지위와 <미래> 가치를 확보하며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라고 미래를 인용했다.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도 "<미래>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을 신년사의 핵심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SK의 최태현 회장도 암묵적으로는 <행복으로 만들어진 미래>를 생각하고 있고, POSCO의 최정우 회장도 <시민과 함께 만드는 포스코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10대 그룹의 총수 중 8명이 미래를 창출하는 문제를 가장 선두에 세워놓고 있다.

둘째는 미래는 글로벌 선진기업들을 따라가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기업문화의 씨앗을 뿌려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삼성은 창의성과 혁신성이라는 기업문화를, 현대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기업문화, SK는 행복이라는 기업문화, LG는 일하는 방식와 기존 관행을 넘어서는 기업문화, 롯데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기업문화, 포스코는 선진적 노사간 기업문화, 한화는 유연한 기업문화, GS 그룹은 주체적으로 일하는 기업문화, 현대중공업은 자율과 책임의 기업문화, 신세계는 혁신기업의 기업문화를 인용하고 있어서 모든 총수들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으로 기업의 문화를 인용하고 있고 신세걔의 정용진 부회장은 기업문화의 씨앗은 혁신이라는 자신의 기업사명에서 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문화 측면에서 올해 특히 부각되고 있는 점은 구성원의 주체적 열의(인게이지먼트)이다. 현대 정의선 부회장도 자율성을, 구광모 회장은 LG만의 생각과 행동을 기반으로 한 일인칭 자기조직력을, 한화의 김승연 회장은 단순한 모방과 추종을 넘어서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기 주도적 열의를, GS의 허태수 회장은 주체적으로 일하는 주도성을, 핸대중공업의 권오갑 회장은 자율과 책임의 주체적 리더십을 통한 자기주도성을 주문하고 있다.

셋째는 고객을 넘어서는 기업 생태계와의 공진화를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초연결 디지털 시대 고객은 이미 상수이기 때문에 고객을 넘어서 플랫폼 생태계와의 공진화를 언급하는 기업총수들이 늘고 있다. SK는 사회와 함께 나누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임을 선언하고 있고, 포스코는 혼자가기보단 함께가겠다는 기업시민으로서의 With POSCO를, 롯데는 사회와의 공생을, GS는 외부 파트너들과의 오푼 이노베이션의 생태계 구축을 신년 전략의 포커스로 삼고 있다. 기업 생태계와의 공진화를 가장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두 기업은 행복을 사회와 나누겠다는 SK와 기업시민을 기업이념으로 약속한 POSCO이다.

모든 기업들이 고객을 기본으로 인용하고 있지만 가장 심각하게 고객을 인용하고 있는 기업은 역시 고객과 직접 대면하고 있는 신세계이다. 신세계는 고객에 대한 광적집중, 변화하는 유통환경에서 고객의 목소리로 중심을 잡고 고객의 입장에서 혁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생각보다 디지털 혁신에서 기회를 찾겠다고 선언한 총수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SK가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언급하고 있고, 한화가 2020년을 디지털 혁신의 원년이라고 선언했고, 현대중공업은 디지털 시대를 대비할 것을, GS는 디지털 인재확보를 주문했다. 총수들의 디지털 혁명에 대한 마인트 셋의 재고가 필요해보인다.

10대 그룹의 신년사 중 가장 특이한 신년사는 신동빈 회장 신년사에서 나타난 <지속적 자기성찰>이다. 기업이 정치와 잘못 엮일 때 어떤 리스크가 발생하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했고 이를 철저히 반성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