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여라
소크라테스의 귀환
소크라테스가 최고의 철학자로서 추앙받는 이유는 <네 자신을 알라>라는 명제 때문이다. 어떤 주장을 하거나 태도를 보이거나 행동을 하는 것에는 다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이 믿음자체가 잘못되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현학적 논리나 보여지는 포장으로 승부하는 철학자나 젊은이들을 훈계한 것이다.
신기하게도 소크라테스가 강조했던 <자기이해>가 최근의 모든 리더십 교육의 화두로 다시 돌아왔다. 최근의 리더십 교육은 역량이 아니라 자기이해(self awareness)에 관한 훈련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글로벌에서 경영자급의 리더십은 다 자기이해력에 대한 훈련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CEO로 영입할 때는 회사에서 이들의 경험, 지식, 전문성을 넘어서 가장 공들여 점검하는 영역이 자기이해능력이다.
왜 리더십에 소크라테스가 다시 소환되었을까?
많은 설명이 있겠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주장은 세상이 과거의 성공에 의해서 예측되던 세상에서 지금은 변화가 상수가 되어 과거가 미래를 찾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의 괘적만을 따른 사람들은 십중팔구 다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지형이 매일 사막처럼 급변하는 변화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형이 변해버려 쓸모가 없어진 과거의 지도가 아니라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정확한 지점을 알아내서 새로운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다. 지형이 변화했는데 자신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면 길을 잃은 사람이다. 자신을 잃어버린 경험은 치매환자가 경험하게 되는 곤경과 비슷할 것이다.
리더는 적어도 자기가 누구인지를 아는 자기이해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세 개의 손거울을 가지고 산다.
첫째 거울은 매일 자신을 단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거울이다. 이 거울을 이용하여 자신을 멋지게 단장해서 이 모습이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손거울을 이용해 자신의 명성을 쌓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패션 디자이너가 이런 사람에 대해 경고한 말이 있다. 옷은 내가 아니였어요. 옷 속에 감춰진 내 모습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어요. 내가 세상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옷속에 감춰진 나의 모습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부터입니다. 벌거숭이 임금님을 연상케 한다.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만 자기로 아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심각한 맹점이 있다는 말이다. 아마도 앞모습에 치중할수록 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은 뒷모습일 것이다. 앞모습은 회려한데 추한 뒷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은 경악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앞모습을 통해 주장했던 나의 명성이 순식간 무너져내린다.
사회심리학자인 Cooley는 나의 뒷통수를 보는 거울을 나에게 중요한 타인들에게서 찾았다. 이 타인의 거울을 Looking Glass Self라고 명명했다. 타인을 통해서 내 뒷통수를 볼 수 있는 거울이 리더가 가진 두번째 거울이다. Looking Glass Self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비춰주는 거울임을 의미한다. 이들의 거울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들에 비춰지는 나자신에 대한 모습은 심각하게 왜곡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의 거울에 비춰진 나의 모습에 대한 나의 생각과 거울을 제공한 사람이 실제로 본 나의 모습과의 차이가 있는지를 스스로가 판별하는 것을 reflected appraisal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코칭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의 화두일 것이다.
마지막 거울은 성찰을 통해 자신의 숨겨진 욕망과 이기심을 보여주는 내면의 거울이다. 내면의 거울은 성찰을 통해서 나의 또다른 모습을 비춰준다.
인간의 본 모습은 도킨스가 주장하듯이 이기적 유전자가 우리 몸을 숙주로 삼아서 우리의 이기심과 욕망을 극대화 시키는 형국이다. 충동적이고 이기적이고 욕망을 극대화 하는 일에 이용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지를 거리를 두고 각성해내는 성찰의 손거울이 없다면 우리 모두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길을 잃을 운명에 처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숙주로서의 삶에서 벗어나는 성찰의 손거울을 가진 리더들만이 미래의 더 큰 사명을 위해 지금 자신이 일구어낸 공을 부하들과 나누고 역으로 부하들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일을 할 줄 안다.
리더의 거울보기만큼 중요한 것은 평소 이 거울을 얼마나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지이다. 나의 외모를 비춰지는 거울이 깨끗하지 않을 때 우리는 수건으로 거울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거울을 본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인 행동을 두 번째 거울이나 세번째 거울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남들이 본 나의 모습과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의 차이를 보여주는 두 번째 거울을 깨끗하게 닦아주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제로 제대로된 건설적 피드백을 제공해주었어야 했다. 또한 초반기에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달해준 피드백을 받아서 내 문제를 고쳐나가는 행동을 보였는지가 거울 닦음 행동이다. 세 번째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울을 닦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로벌 기업의 존경받은 CEO와 일반적 CEO와의 가장 큰 차이는 존경받는 CEO들은 극단적으로 바쁠 때도 자신이 누군지를 알아내기 위해 쓰는 성찰의 시간을 확보 점이었다. 일반적인 CEO들은 바쁨을 핑게로 성찰을 게을리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세개의 손거울을 이용해 명성을 쌓기도 하고 깨진 손거울 때문에 명성을 잃기도 한다. 경영자의 자기이해는 자기 스스로 일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어른이 되는 과정을 묘사한 셀프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의 환경으로부터의 피드백과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리더가 자기이해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현실적 감각이 떨어지고 참혹한 세상에 엉뚱한 결정으로 조직을 참사에 이르게 한다.
나는 세개의 손거울을 다 가지고 있을까? 가지고 있다면 이 손거울들은 깨끗하게 닦여 있을까?
리더는 세개의 손거울을 가지고 자신에 대한 성명(姓名)을 넘어 리더로서의 명성(名姓)을 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