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위기다
삼일절 단상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를 초토화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재앙은 중국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킨 환경재앙에서 시작됐지만 적어도 이것이 대한민국으로 전파되어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인재이다.
더 사실 확인해봐야겠지만 1번 수퍼감염자로 알려진 신천지의 31번 감염자 이전에 0번 감염자가 또 있다는 정황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0번 감염자는 아마도 신천지 교인 중 중국 우한에서 활동하다 춘절 구정(1월 25일-28일)을 맞이해 한국으로 귀환한 신천지 교인으로 보인다. 중국 춘철 구정에는 모두가 귀향하므로 포교가 불가능하다. 이들이 2월 9일과 16일 대구 신천지 예배에 참석한 0번 감염자일 개연성이 높다. 0번 수퍼감염자를 초반에 찾아낼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대구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재앙이 인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천지 교인 수는 어림잡아서 교육생까지 3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신도 21만2324 명; 국외 신도 3만3281명; 교육생 6만5127명)된다. 한국의 성인인구를 3천만명으로 추산하면 대략 100명 중 한명은 신천지 교인인셈이다. 지금까지 다단계에 빠진 경험이 있거나, 도박이나 전과가 있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이들의 포섭대상에서 철저하게 제외된다. 가장 상식적이고 성실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들만이 추수대상이다. 이들은 자칭 재림예수인 이만희를 따라 가장 신실한 신도 14만 4천명에 선정되면 영생한다는 교리를 따르고 있다. 14만 4천이란 요한계시록에서 제시된 숫자이다. 신도수가 이미 30만명을 넘기 때문에 가장 신실한 신도 14만 4천에 들도록 신도끼리 경쟁시킨다. 잣대는 몇명을 포섭했는지인 추수 숫자이다. 추수를 못한 경우는 1년에 100만원의 벌금을 포교비로 내고 이 돈을 추수를 가장 많이 한 이만희와 그 12지파 족장들이 상금으로 나눠 갖는다. 천국을 향한 티켓을 놓고 나름 신자유주의 무한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하고 있다. 1년동안 추수를 못한 신도들이 내는 100만원의 벌금은 천국을 향한 영생의 티겟을 사기위한 면죄부 값인 셈이다. 매년마다 이런 천문학적인 금액이 쌓이는데 자신들이 약속한 천국의 시간을 미리 선포할 이유가 없다. 천국행을 1년이라도 늦춰가며 신도수가 많아질수록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이 이만희와 그 12지파 골수 추종자들이다. 실제로 신천지가 열리는 종말의 날자를 1987년 9월로 정했다 신천지가 안 오자 1991년으로 다시 바꿨다. 종말이 안 오자 날짜를 계속 수정한다. 영원히 신천지가 열리는 기미가 안 보이자 지금은 14만 4천이라는 신천지 티켓을 놓고 서로 경쟁을 시키는 다단계 종교사기로 진화했다.
지금과 같은 AI와 로봇에 의해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통합되는 디지털 혁명시대다. 이런 초합리성의 시대에 이런 허술하기 짝이 없는 교리에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한 국민들이 실제로 포섭되었다. 이들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시민들이 포섭되는 것을 방기한 것이 지금과 같은 인재를 만들었다. 인재인만큼 이번 재앙은 미리 예정되어 있었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비슷한 이런 인재는 자연재해를 빙자해 다시 발생할 것이다.
사회학의 창시자 Durkheim은 건강한 사회와 건강하지 못한 병리적 사회를 구분하기 위해 사회별 자살율을 연구했다. 듈껭에 따르면 건강하지 못한 병리적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정신적 유대를 제공하지 못한다. 사회가 개인들의 삶을 위한 건강한 정신적 유대를 제공해주지 못할 때 구성원들의 범죄나 자살 마약 등 병리적 현상에 빠져든다. 듈껭은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건강한 유대감을 만들어내지 못해 파생된 병리현상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것을 실제로 증명해 실증주의 사회학의 기초를 세웠다.
듈껭의 사회학적 분석을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인용하면 대한민국에 신천지같은 병리적이고 허술하기 짝이없는 사이비 종교에 평범하고 건실한 사람들이 빠지는 이유가 이해된다. 대한민국이 구성원에게 오랫동안 건강하고 의미있는 삶의 유대를 제공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신천지 코로나 재앙이 있기 전에도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자살율 1위를 기록한 나라이다. 자살율에 대한 통계가 지속적으로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음에도 사회적 엘리트라는 사람들은 이들을 자유주의 경쟁에서 탈락한 허약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라고 폄하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한민국은 윤리적 방기(Moral Hazard)에 빠져 삶을 박탈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쟁원리에 구성원들을 더 거세게 되몰아세웠다. 대한민국이 구성원들을 삶에서 의미있는 유대를 발견할 수 없도록 오랫동안 황무지로 내몬 것이 문제였다. 잘 먹고 잘 꾸미고 사는 것에 취해서 평범한 시민들의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방기한 것이 지금의 화를 키웠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의 존재이유을 찾아서 여기에 유대감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이유를 실현시키는 삶에서 의미와 충만함을 얻었다면 이들이 신천지처럼 터무니 없는 사이비 종교에 마음을 주었을까? 대한민국에 제대로된 종교적 역할모형이 있었다면 구원파가 창궐할 수 있었을까? 구원파 유병언이 학생들을 세월호에 수장하는 일이 있었을까? 신천지건은 구원파 건이 가르친 교훈을 방기해서 생긴 사건의 연속일 뿐이다.
신천지 건이나 세월호 건이나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뒤집어보면 결국 인재다. 대한민국의 종교가, 대한민국의 정치가, 대한민국의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연합해서 열심히 사는 평범한 국민들에게 평범하게 의미를 추구하는 충만한 삶에 대한 윤리적 유대감를 마련해주지 못하고 철학이 거세된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에 등을 떠 밀은 것이 원죄다.
내일 모래면 다시 삼일절이다.
삼일절이 우리들에게 나라를 되찾기 위해 태극기를 들고 일어선 만세운동으로 기억되지만 미래지향적으로 구성한 삼일절은 대한민국의 빼앗긴 혼과 유대를 되찾은 기념일이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을 꿈꾸던 김구선생님께서 다시 부활하셔 지금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몸은 독립해 멀정하게 치장하고 있지만 혼은 여전히 노예상태임을 개탄해 하실 것이다. 김구선생께서 그렇게 염원하던 문화강국의 꿈이 일개 구원파나 신천지에 의해 무너져 꽃도 펴보지 못한 학생들을 세월호에 수장되고 아무 죄도 없는 소시민들이 지금과 같은 코로나 불구덩에 던져져 있는 대한민국을 생생하게 목격하실 것이다.
지금은 서로에 대한 정치적 정쟁을 멈추고 과학의 힘을 총 동원해 코로나 바이러스 재앙에 맞서야 할 때다. 우선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물리쳐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조만간 코로나 바이러스 재앙이 물러간다면 우리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 한 순간 정신을 잃어버린 댓가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다시 성찰해야한다. 이번 재앙은 서비스업과 자영업을 한 순간에 멈추게 했다. 기술혁신을 위해 대한민국이 지난 10년간 쏱아부은 피땀흘린 제조업 투자가 한 순간 사라질 운명이다. 이런 사회적 재앙 때문에 국가의 국격이 얼마나 손상되었는지 경제적 기반은 얼마나 허약해졌는지를 따져 무엇이 미래를 위한 합리적 투자의 우선순위가 되야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자살율 1위라는 병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신천지같은 사이비는 또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인재를 재생산할 것이다. 이런 인재가 다시 대한민국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성찰하고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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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래 사진에 보여진 것처럼 태극기부대가 아닌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흔들며 <우리나라가 이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완전히 독립했어요>라고 외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