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8-18 21:01
[N.Learning] 어느 순간 나는 씨없는 수박으로 분류되었다:
 글쓴이 : Administra…
조회 : 32  
어느 순간 나는 씨없는 수박으로 분류되었다:
아바타의 노예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초연결사회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연결된 것들이 다 카메라가 되어 데이터를 기록하고 공유하게 된다.
무서운 상상이기는 하지만 나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연결고리들이 나에게 빨대를 박고 나에게서 데이터를 빨아 먹고 있는 형국이다. 정신줄 놓고 있으면 내 영혼까지 탈탈 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재에 밝은 기업들은 이런 나에 대한 빅데이터를 모아 나보다 나같은 아바타를 만들어 나를 소비적으로 조정하기 시작한다.
이 아바타는 아침에 일어나면 facebook을 먼저 보라고 시키기도 하고, 양치질을 할 때는 반드시 무슨 치약을 쓰라고 이야기한다. 시리얼은 반드시 무슨 브랜드를 먹어야 한다고 점잖게 권유하기도 한다. 자기전에도 반드시 트위터나 인스타를 점검하고 자라고 명령한다. 또한 핸드폰은 반드시 머리맡에 놓고 자라고 명령하기도 한다. 내가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다 내 아바타가 조정하는 것이다. 아바타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을 경우 아바타는 네이게이션을 무시하고 내맘대로 길을 갈 때 경고하듯이 경고를 날리게 된다. 아바타와 맞서 싸우는 삶에 지쳐 싸움을 포기하면 나는 아바타의 좀비로 전락한다. 내 주체성은 사라지고 공부, 일, 사랑, 가족, 등등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나의 태도가 미지근해진다. 미지근함은 좀비 삶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다. 아바타의 삶보다 더 못한 불행한 삶이 좀비의 삶이다. 좀비는 아바타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초연결사회는 모든 연결된 것에 감시 카메라가 붙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어서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이전에는 몰래 나쁜짓을 하고도 능력만 출중하면 잘 살아 남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은 전무하다. 연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가장 편하게 사는 것이 되었다. 특히 내가 잘 나가는 사람일 경우 내 정보는 더 쉽게 털리고 더 쉽게 공개된다.
문제는 나에게 과도하게 빨대를 들어대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서 다양한 나에 대한 아바타를 만들고 이 아바타들이 나보다 나다움을 주장하게 되니 진정한 나는 사라지게 되는 국면이다. 나임을 주장하는 아바타에게 영혼을 다 빼앗겨 결국 좀비로 전락한 것이다. 아바타의 노예로 전락한 것이다. 초연결사회의 과도한 연결이 가져온 역기능이다.
초연결 디지털 사회의 거대한 기계가 나를 아바타로 만들때 쓰는 전략이 있다. 나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할 경우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나에게 추천 알고리즘을 작동시킨다. 빅데이터에서 내가 아닌 나와 비슷한 나이, 취미, 성별, 직업, 학력, 외모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크로스 매치시켜 나의 전형을 찾아내서 이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추천한다. 이때 사용되는 데이터는 내가 아니라 나를 외재화시켜서 만든 탈개성화된 나(Depersonalized Me)이다. 평소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추천된 제품을 거절할 수 없다. 완전히 포로가 되어 빅데이터가 만들어준 내가 아닌 탈개성화된 나에 빠져 살게 된다. 탈개성화 전략이란 빅테이터를 이용해 복제품으로서의 나의 알고리즘을 만들고 나를 그 속에 분류해 종속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탈개성화 전략의 목적은 나를 씨없는 수박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빅테이터에 의해 내가 씨없는 수박으로 분류되는 순간 나의 존재이유는 소멸되고 나는 알고리즘에 의해서 대체된 것이다.
초연결사회가 심화될수록 죽는지 사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좀비로 전락한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Authentic Me의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더 시급한 문제이다.
이런 초연결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개성화(Personalization) 전략이다. 나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의 데이터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고 내가 생활을 영위하는 삶의 경계가 가져다 주는 맥락은 나만이 알고 있다. 개성화된 나의 모습을 나의 삶의 맥락에 배태시켜 나만의 나무를 길러내는 작업을 통해 나는 완전히 민주적이고 씨있는 나인 Authentic Me를 복원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나에게 과도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다 끈어 버리고 내가 누구인지를 잃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 내 맥락을 찾아서 자신과의 대화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어버지지 않고 더 잘 알기 위한 삶의 맥락을 찾아 떠나는 성찰여행에 시간을 쏱아야 할 것이다. 스마트 폰을 내려놓고, 블루터스를 끄고, 전자기기와 단절한 상태로 책을 읽던지, 여행을 하던지, 산책을 하던지, 친한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을 확보해야 한다. 이 시간을 통해 내 삶의 스토리가 내 삶의 맥락에 전달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에 대해서 스스로 탄탄한 근육을 형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초연결사회가 심화될수록 아바타들에 맞서 싸울 진실된 삶의 근육이 있는지 없는지가 아바타의 노예인 좀비로 살 것인지 인간으로 살 것인지의 운명을 결정해줄 것이다. 좀비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조직이나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좀비의 삶을 살면서 다른 사람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자신의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이 맥락 속에서 Authentic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PS. 아바타가 제시하는 탈맥락화 된 인간에서 탈주해 자신의 맥락에 의미화 된 Authentic 삶에 대해 알고 싶으면 <진정성이란 무엇인가>를 초연결사회의 빅데이터 기계가 어떻게 이런 탈개성화를 만드는지의 사회적 원리를 학문적으로 이해하려면 <Social commitments in a Depersonalized World>를 참고하세요.
손가연, 이창준, 외 9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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