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0-27 07:54
[N.Learning] 지위와 직책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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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왜 안 깨지나?
지위에 대한 오해
우리는 직책(position)과 지위(status)를 자주 혼동한다. 직책이 지위의 기반이 되기는 하지만 직책이 지위자체는 아니다. 남녀 평등에 대해서 문제 삼을 때 여성에게도 직책의 평등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직책이 아닌 여성의 지위가 평등한지를 문제 삼는다.
유리천정의 실체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보이지 않는 지위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지위차이가 존재할 경우 여성이 남성과 똑 같이 10만큼을 기여해도 사회는 여성의 기여치가 7이나 8쯤 되는 것으로 평가절하한다. 유리천장을 깨는 것은 이같은 지위차이를 제거하는 문제이다. 지위의 문제임에도 이것을 직책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유리천정이 제거되는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아니면 절대로 제거되지 못할 수도 있다.
직책과 지위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자.
직책은 R&R(Role & Responsibility)에 의해서 움직이는 개념이다. 어떤 직책에 대한 공식적으로 정해진 규약이 존재하고 이 규약에 따라 역할과 권한이 정해진다.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는 책임을 지어야 한다. 형사상의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책임을 진다는 것은 직책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지위는 R&A(Role & Accountability)에 의해서 규정된다. 직책에서 요구되는 역할은 대게 권한에 의해서 명확하게 주어져서 직책을 담당하는 직임자가 이것을 임의로 개정하는 것이 제한된다. 하지만 지위에 요구되는 역할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자신이 달성해야 할 책무에 따라 자유재량으로 바꾸고 창안해갈 수 있다.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권한이 아니라 위세를 부여받는다. 어떤 리더가 자신의 조직과 사회라는 공동체의 생존과 번성에 기여했을 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이 사람이 공동체의 이슈에 영향력을 행사를 허락하는 것이 위세(prestige)이다. 권한은 공식적인 것이지만 위세는 그 사람의 기여에 대해 다 높고 좋게 평가하는 구성원들이 암묵적 합의에 근거한다. 암묵적 합의에 따라 위세가 있는 사람들의 행동과 말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한 사람들은 그 사람의 리더십 영향력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리더가 이런 위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했고 이 기여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여가 일관성이 있고 지속적으로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지위를 인정하고 위세를 허용한다. 자신의 조직이나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고 약속한 기여에 충분한 설명이 제공되는 것을 책무성(accountability)이라고 한다. 책무성은 책임과는 달리 그 공동체의 생존과 번성의 사명에 관한 역할을 달성하고 있는지와 관련되어 있다.
회사에서 여성들도 어떤 난관을 극복하고라도 자신 회사를 공동체로 규정하고 회사의 생존과 번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인정되면 이들에게 전략적 파트너의 지위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선구적 여성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이런 전략적 파트너의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지면 유리천장은 스스로 제거된다. 사회의 다른 영역과는 달리 기업에서 유리천장이 잘 깨지지 않는 이유는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기여를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직책과 지위에 대한 상상적 실험을 해볼 수도 있다.
여성들이 일시적으로 해방되어서 높은 직책을 대부분 차지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상상해보자. 직책을 취하는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그 직책을 통해 공동체에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순간적 직책은 획득했는지 모르지만 지위를 획득한 것은 아니다. 논리적으로 여성들이 아무리 높은 직책을 많이 차지하고 있어도 공동체에 대한 기여 책무성에 대한 역할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직책의 권한만 누리고 있다면 유리천장의 깨지지 않는다. 유리천장의 문제는 직책의 문제가 아니라 지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유리천정이 제거되게 하기 위해서는 여성들도 공동체(조직, 사회, 국가)에 남성들과 협업해서 기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위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여한 것에 대한 구성원의 인정이 핵심이다. 또한 이런 기여을 위한 협업이 강조되는 것은 세상의 반은 남성이기 때문이다. 설사 여성들이 독자적으로 기여를 했어도 구성원의 반인 남성들이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지위에는 변동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의 협업없이 여성 혼자서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것은 기여라기보다는 무리한 투쟁과 감당할 수 없는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여성지위의 신장은 여성들만의 요구를 넘어서 남성들이 나서서 요구할 때 더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 만들어진다.
여성이 지위를 신장해서 유리천장을 실질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여성은 전략적 파트너인가>에 논의되어 있다. 정치적 투쟁만으로 지위를 신장할 수 있다는 시각을 넘어서 사회의 지위가 배분되는 원리를 이해하고 제대로 유리천장을 제거하기 위해 취해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를 논하고 있다. 여성들은 싸우지 않고 남성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때 남성들을 협업의 파트너로 초대해가며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 여성을 남성들과 같은 비율로 직책에 할당한다고 해서 성평등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또한 일정 직책을 여성에게 의무적으로 할당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성다양성이 해결되었다고 손을 놓고 있다면 이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직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여로 평가받는 지위가 핵심인 사기업에서 성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인정되지 않는다면 여성의 지위의 해방은 요원한 문제다. 공무원 사회처럼 제도에 의해서 성평등을 공식적으로 규제하는 영역이 아니라 기여가 회사가 전달하는 가치여서 기여를 가장 보수적이고 자율적으로 검증하는 기업에서의 지위차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성 다양성이나 성평등은 해결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