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_트랜스포메이션

본인이 진행하는 <변화와 조직개발>이라는 고학년 수업에서는 근원적 변화(Deep Change)를 위한 다양한 조직개발 컨설팅 방식을 배운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학습한 변화 이론과 컨설팅 방식을 적용해서 영화를 다시 분석해보는 학습을 한다. 보는 영화는 학기마다 다르지만 주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트루만 쇼>, <제리 맥과이어>, <매트릭스>를 집에서 시청하고 와서 수업에서 변화와 혁신의 개념을 도입해서 분석하고 토론한다.

이 영화들은 모두 근원적 변화에 관련된 영화지만 시대적 맥락이나 학생들의 구성에 따라 해석이 급격하게 달라지는 영화는 역시 매트릭스이다.

팬데믹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시대적 경향이어서인지 이번 학기 학생들은 이와 관련한 다른 시각의 해석을 만들어냈다.

첫째, 매트릭스라는 세상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완성되어 디지털 애낼리틱스가 관리자와 전문가들의 직업을 완전히 대체한 특이점에 직면한 세상이다.

둘째, AI에 의한 디지털 어낼리틱스가 상시적으로 가동된다면 자원배분에 대한 의사결정과 전문적 지식의 적용이 AI과 로봇으로 이동하여 이들이 해고되고 이를 감지한 의식이 있는 인간은 새로운 인간존재를 구현하기 위한 시도를 감행할 것이다. 매트릭스 주인공 네오는 이런 근원적 변화라는 영웅의 여행을 감행하는 리더이다.

셋째, 매트릭스가 주도하는 가상세계는 합리성이라는 이름의 효율성을 완결한다. 이 효율성을 이끄는 세상의 지도는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배운 정신모형의 I이다. 매트릭스를 탈출한 네오와 모피어스 등이 향하는 세상은 인간이 합리성을 넘어서 왜 살아야 하는지 존재 목적을 추구하는 정신모형 II가 지향하는 세상이다. 결국 네오가 영웅의 여행을 통해 세상에 전달하고 싶었던 지도는 미래의 변화와 인간으로서 존재이유를 실현하는 여정을 담은 정신모형 II라는 지도이다.

넷째, 과거를 통해 현재를 지배하는 매트릭스인 정신모형 I의 세상에서 추구하는 실증주의적 합리성과 달리 정신모형 II의 세상은 구성주의 세상이다. 예언자 오라클이 네오에게 구원자가 아닐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네오는 자신이 바로 <그>라는 믿음을 만들어냄에 의해서 <그>로 탄생한다. 정신모형 II의 미래 세상은 답이 정해져 있는 세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간절한 존재이유인 목적과 이 목적을 실현시켜 더 나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솔루션에 대한 "믿음"에 의해서 답이 결정되는 구성주의 세상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이런 구성주의 믿음으로 애플을 만들었다.

다섯째, 등장인물에 대한 해석도 새롭다. 정신모형 II의 지도를 만들어서 이런 세상을 실현시키는 꿈을 가진 네오는 지금 살고 있는 모두의 마음 속 근원적 변화에 대한 열망이다.

이런 근원적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발굴해서 키워주고 이를 위해 플랫폼과 훈련을 제공하는 모피어스의 플랫폼 혹은 서번트 리더십이 리더십의 전형이다. 네오의 여자친구 트리티니는 다양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다. 스미스 요원은 정신모형 I의 세상을 유지하고 전문성을 가지고 여기에 머물도록 종용하는 AI와 로봇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기득권층이다.

간절히 갈망하는 미래는 우리에게 단서를 보낸다. 오라클은 정신모형 II가 미래로 부터 우리에게 보내는 단서의 메신저다. 지금도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단서를 찾아서 점을 보거나 하는 방식으로 오라클을 찾아나서지만 진짜 오라클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정신모형 II이다. 오라클은 점장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모형 II 속에서 거주한다. 정신모형 II가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점집을 찾는다.

학생들은 사이퍼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사이퍼는 모피어스터럼 매트릭스라는 정신모형 I에서 탈주하는데 성공했으나 정신모형 II를 실현시키는 삶에 대한 믿음을 잃고 다시 매트릭스가 지배하는 정신모형 I의 세상으로 도피하는 인물이다. 학생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현재의 삶에 대한 구속을 벗어나지 못해 변화를 포기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을 사이퍼에 비유했다.

근원적 변화를 추구하는 네오는 정신모형 II의 초합리성의 미래 지도를 완성해서 사람들에게 AI와 로봇의 합리성의 정신모형 I의 매트릭스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결국 인간이 살아남아서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매트릭스가 지배하는 정신모형 I과 로봇과 AI를 수단으로 인간의 존재를 구현하는 정신모형 II를 통합할 수 있을 때이다. 두 모형의 통합을 통해 인간에게 진실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네오의 사명이기도 하고 우리가 직면한 사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