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

위험한 상황을 알려주는 사이렌의 어원은 세이렌이다. 원래 세이렌은 유혹의 신이다. 주로 바위가 많은 협곡에 거주하며 배가 지나갈 때 고혹적 노래로 항해자들을 유혹한다. 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백발백중 물로 뛰어든다. 노래의 가사는 대부분 지금 가는 곳보다 더 좋은 곳이 있으니 천국에서의 행복한 삶을 즐기려면 나를 따라오라는 식이다.

세이렌은 스타벅스의 로고이기도 하다. 스타벅스가 세이렌을 로고로 정한 이유는 아마도 커피를 통해서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고 훔치겠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세이렌의 첫 번째 공격대상은 따라 나서는 사람들이다. 행복이나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도 따라가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이렌의 마수에 걸려든다. 명예, 돈, 권력, 마약같은 행복은 세이렌이 따라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사용하는 미끼다. 몸은 어른이어도 따라나서는 삶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마음은 아이일 뿐이다.

어린이들은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절대적으로 따라 나서는 대상이된다. 따라나서는 대상인만큼 세이렌의 쉬운 먹이감이다. 최근 BJ들에게 부모의 전세금인 1억 3000만원을 카가오 뱅크로 결제해 논란을 일으킨 11세 초등학생 A양이 따라나섬의 전형을 보인다. 어린이들에게까지 따라나섬에 약함을 이용해 마수를 뻣치는 BJ들은 따지고 보면 신종 유괴범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나선 “아이가 충격을 받아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유괴의 기억을 가진 어린이는 세상에 대한 철저한 불신을 배워가며 자신을 감옥속에 가둘 것이다.

세이렌은 어린아이만을 공격하지 않는다. 탐욕의 수면제에 쉽게 취할 것같은 어른들도 공격대상이다. 주로 탐욕을 가졌음에도 이를 숨기고 대박을 쳤거나 승승장구하는 사람들만을 골라서 공격한다. 박근혜, 전두환, 이명박, 안희정, 오거돈 등 정치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이윤택, 고은 같은 예술하는 사람들도 결국 사이렌의 공격에 무너졌다. 검사와 전관변호사는 거의 예외없이 세이렌이 공격을 받아 대부분이 무너진다. 돈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경제영역은 세이렌들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이다. 기업가 중에서는 세이렌 공격에 무너졌거나 지금 곤혹을 치루는 사람들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한 때 승승장구했던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은 반드시 세이렌의 공격을 받는다.

탐욕의 수면제를 마시고 권력, 명예, 부 등의 성공에 도취하게 되면 세이렌의 노래소리가 경고음을 날리는 사이렌 소리로 들리지 않고 고혹적인 세이렌 소리로 들린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세이렌의 노래소리는 삶을 경고하는 사이렌 소리로 들어야 하지만 이들은 사이렌 소리를 세이렌의 노래로 듣는다. 성공의 최고 정점에 이를수록 사이렌 경고음이 더 고혹적인 노래 소리인 세이렌으로 들린다. 성공으로 자아가 무한하게 부플어 오르는 순간 세이렌의 결정적 공격이 가해진다. 부풀려진 자아의 풍선이 세이렌의 공격으로 굉음을 내며 터진다. 결국 탐욕이 부풀려져 만든 자아의 냄새를 따라 세이렌이 몰려든다. 세이렌의 공격을 받으면 아무리 권세와 부귀와 명예를 가지고 있었어도 절대적으로 추락한다.

세이렌의 공격에 무너진 사람들도 초심은 어떤 유혹이 있어도 목적지까지의 항해를 완수하고야 말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초심을 간직한 영혼이 탐욕의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사이렌 소리가 거세게 울려도 탐욕의 수면제에 취해 잠에서 깨지 못하고 사이렌 소리를 자장가로 듣는다. 세이렌은 가끔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들어서 부플려진 내면의 탈을 쓰고 자신을 공격하기도 한다. 부플려진 탐욕으로 진실한 내면의 목소리를 잃어버리면 세이렌은 특히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까지 흉네내가며 기승을 부린다. 세이렌은 삶에서 한 번 나타나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삶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영혼이 잠자고 있으면 어김없이 나타나 공격한다.

세이렌의 공격에 무너지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을 존재의 수준에서 차별화시켜주는 목적에 대한 철학과 믿음으로 자신만의 성전을 세우고 사명의 울타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세이렌의 고혹적인 노래소리보다 목적의 성전이 들려주는 영혼의 종소리로 고혹적인 세이렌을 굴복시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목적의 종소리를 들려주는 소명의 삶, 이 목적을 실현시켜 믿음으로 만드는 사명의 삶에 천착하는 사람들이다. 이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자신이 가진 가치, 자원, 역량, 지식, 품성 모든 것을 목적의 성전을 지키는 사명의 성벽을 쌓는데 동원한 사람들이다. 세이렌이 감히 이 성벽을 넘을 엄두를 못내게 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파랑새는 따라가서 잡을 수 있는 새가 아니다. 파랑새를 잡으려면 자신만의 목적의 성전을 만들고 여기에 사명의 울타리를 둘러보자. 파랑새는 저절도 집을 찾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