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올해 나이는 77세이고 부통령 당선인인 해리스의 나이는 55세이다. 이 둘은 평범한 아이리쉬계 미국가정과 자메이카계 아버지와 인도출신 어머니의 이민자 가정에서 백인과 흑인으로 태어나 미국의 대통령과 부통령에 오른 사람들이다. 바이든과 해리스는 죽었다고 믿고 있던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부활시킨 인물이다.

바이든이 주연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77년이다. 해리스도 바이든을 이을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어서 지금의 나이인 55세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다른 점은 인간의 뇌는 모든 정보를 컴퓨터처럼 차곡차곡 쌓아 놓고 시계열적으로 기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컴퓨터와 달리 인간의 뇌는 과거, 현재, 미래를 스토리로 구성해서 기억하고 이 스토리의 마지막 결론에 따라 삶을 평가한다. 인간의 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이다. 인간의 뇌는 삶의 행복도를 죽는 순간 우리의 머리 속에 구성된 스토리로 평가한다. 우리가 죽음을 맞이해 육신을 벗을 때 세상에 남겨 놓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에게 스토리로 구성된 메모리일 뿐이다.

스스로의 삶의 작가가 되고 스스로가 주연이 되는 것을 게을리 하다 보면 결론은 과거나 현재의 단순한 연장으로 끝난다. 그나마 현재와 과거의 연장으로 끝내는 사람은 그래도 운이 좋은 사람이고 대부분의 말년은 현재나 과거보다 비참한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가 죽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남기고 싶은 보편적 열망이다.

삶의 스토리는 기승전결의 대본을 가지고 있다. 이런 스토리 중 가장 불행한 대본은 왕족으로 태어났다가 거지의 삶으로 생을 마감하는 대본을 남기는 사람들일 것이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한 가족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다 평범하게 삶을 마감하는 대본일 것이다. 미천하게 태어났다가 갖은 고난을 거쳐 말년의 삶을 훌륭하게 완성한 대본도 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과 해리스가 이런 삶이 가능함을 증거했다.

인간의 뇌가 기억하는 것은 결말을 중심으로 이전의 스토리를 다시 각색한다는 점이다. 결말이 행복하다면 이전의 모든 고난은 이 행복을 위한 전주곡이된다. 중요한 것은 미천한 시작이 아니라 어떤 삶으로 삶을 마감했는지이다. 전두환씨의 삶이나 박근혜의 삶이 불행한 이유는 살아가면서 아무리 권세를 누렸어도 말년의 대본이 비극적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스토리로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미래에 대한 정체성을 확고히 가지고 현재에서 이 정체성을 실현하는 주연으로 자신이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이 시나리오에서 정한 역할의 주연이 되어 수행한다는 점이다. 인생에 대한 평가가 마지막 결론을 중심으로 행복이 각색되는 현상은 인간의 뇌가 미래를 위해 작가가 되고 주연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인 것이다. 미래의 모습이 포함된 온전한 정체성을 마련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결론에 대한 또 한 번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시키는 주연으로 살기 시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결말에 대한 시나리오를 자신이 써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불행한 결말로 생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온전한 정체성의 대본을 스스로 쓴 작가가 된 적도 없고 따라서 자신의 삶의 주연배우였던 적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운명은 주로 운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개인적 이기심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삶을 운에 맡긴다는 것은 확율적으로 행복의 씨앗보다 더 많은 불행의 씨앗을 잉태한다.

가장 행복한 말년의 대본은 세상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더 나은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 있는 플랫폼을 남긴 것이다. 내가 세상에 다녀갔기 때문에 세상이 더 행복해지고 더 건강해지고 더 깨끗해졌음을 깨달게 하는 대본이 최선의 대본일 것이다. 이 대본의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기게 한 대본이 최고의 대본일 것이다.

삶의 행복은 자신의 삶의 결론에 대한 대본을 자신이 작가가 되어 쓰고 이 대본의 주연을 자신이 자청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행운인셈이다.

성경에는 농부가 씨를 뿌리고 추수하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도 당선 연설에서 성경의 농부의 삶을 인용해가며 씨를 뿌려야 할 때와 길러야 할 때와 추수할 때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바이든은 77세에 주연으로 열매를 맺기 오래전에 이미 주연배우로서의 씨앗을 뿌렸음을 시사한다. 77세는 씨앗을 뿌리는 시기라기보다는 열매를 거두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나는 주연배우로서 삶의 시나리오를 스스로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가?

주연배우에 걸맞는 역할에 대한 씨앗을 뿌리고 있는가?

내 삶의 스토리 해피엔딩으로 끝낼 것인가?

비극으로 끝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