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에 김광석과 옥주현을 모창하는 SBS 프로그램을 보고 김광석도 옥주현도 이미 AI를 넘어 설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중이 누가 진짜 옥주현인고 진짜 김광석인지를 구별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러니 하게도 실수를 하거나 뭔가 완벽하지 않음의 단서를 통해서이다.

마찬가지도 구글에서 이세돌과 AI 간 바둑 게임을 제안했을 때 이기는 게임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세돌이 더 이상 AI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판사, 변호사, 기자, 의사, 교수 등 전문가들의 영역은 AI의 더 쉬운 먹잇감이다. 이미 AI와 전문가들이 산출한 결과물들을 비교해보면 더 이상 게임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5G, 6G를 통한 증강현실, 사물 인터넷, 빅테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컴퓨팅의 발달은 완벽성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점점 인간이 디지털 세계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개연성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을 예측해준다.

이런 점에서 지금 우리들이 초, 중, 고, 대학에서 하는 모든 교육은 사실 따지고 보면 뒷북치는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지금 학생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배우는 국영수에 대한 공부가 이들이 공부를 끝내고 세상에 나갈 때는 전혀 의미가 없을 개연성이 높다. 노래와 같은 타고난 재능까지도 딥러닝할 수 있는 시대에 지금 학교에서 집중하고 있는 인지적 학습은 AI에게는 아주 초보적인 능력이다. 지금도 학생들에게 시험시간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허락한다면 요즈음 Z세대는 시험에서 모두 만점을 맞을 것이다.

효율성과 내적 완벽의 가치만을 따진다면 이와 같은 역량과 기술은 AI나 로봇이 더 싼 가격으로 더 효과적으로 무한대로 해줄 수 있다. 기계화와 자동화가 보편화 됨에 따라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밀려났던 산업혁명의 악몽이 있었다면 21세기 디지털 혁명은 비교적 고급의 두뇌를 사용하는 인지적 전문가들 뿐 아니라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에 더 깊은 주름을 만들 것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5G, 6G 증강현실과 결합해서 김광석보다 더 김광석 같은 사람이 내 생일 파티에서 나타나서 나의 맥락에 맞는 노래가사를 만들어 나의 생일에 맞는 맞춤형 체험을 제공해줄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가 도래하면 인간은 AI과 어떻게 자신을 차별화 할 수 있을까? AI가 나의 아바타를 만들어 나보다 나같은 모습을 구현해서 사람들에게 나임을 주장하고 다닐 때 나는 어떻게 나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나다운 "실수"를 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실수란 과거에 내가 행한 학습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증명이고 현재는 실제로 실수를 한 내가 존재하고 이 현재의 나는 미래에 같은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실수를 매개로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된 모습이 나를 재현하는 나의 정체성의 본 모습이다. 시간의 맥락으로 이어진 실수하는 과정 속에 던져진 내가 인간의 본질이고 나다움의 체험이다.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게 되는 순간 나는 나의 정체성을 잃고 AI에 의해 대체되는 삶을 살게 된다.

디지털 세상은 편의성과 초연결성을 내세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무한 복제해서 똑 같게 만들고 디지털 세계에 종속시키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디지털 혁명을 이끌고 있는 클라우딩, 빅테이터, 모바일 컴퓨팅, 사물인터넷, 증강현실이 더 심화되면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 인간들이 인공지능의 에이전트인 앤더슨에 의해서 지배되는 세계가 구현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와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의 최고의 직업은 이와 같은 인공지능의 세계와 싸워서 인간으로써의 정체성을 찾고 유지하게 할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직업이다. 한 마디로 매트릭스에서 사람들에게 매트릭스의 환상을 벗어나서 인간으로서의 체험을 찾아주는 영웅 리오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유망직업이다. 리오의 인문학자들의 역할과 비슷한데 인문학자들이 디지털 Literacy 역량을 습득해서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리오의 원래 직업은 해커였다.

다른 한 가지는 특이점이 오기까지 AI는 자신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삶의 주인공으로써 인간의 주체적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다. 자신만의 주체성으로 실수에 실수를 거듭해가며 아직 AI에 의해서 학습되지 않은 자신만의 가치에 대한 족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자신임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