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한 신문에 한국 대기업들이 공채 제도를 포기하고 수시채용으로 채용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기고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수시채용 이슈는 공채를 준비해온 젊은이들에게 주는 혼란 내지는 실망감과 일자리 총량을 염두에 두고 기업들을 관리하던 정부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문제였다. 하지만 인력의 다양성이나 전문성을 통해 경쟁력을 신장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나 취업자의 염려를 넘어서서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였다.

2년이 지난 요즈음 채용 동향을 조사해보면 이제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수시채용을 채용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더 긍정적인 점은 수시채용이 늘어남에 따라 인력의 다양성이 보강되고 스펙경쟁에서 밀려왔던 지방대학 출신들이 수시채용 기업에 예전보다 많이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시채용은 일할 사람의 채용을 같이 일할 부서나 팀에게 맡기는 채용의 민주화를 의미한다.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장과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 채용의 권한을 넘겨주는 것이 핵심이다. 일터의 민주화는 채용의 문제를 넘어서 현장의 실무진과 전문가들을 성인으로 대우해가며 이들이 자신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스크립을 쓰도록 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신장하는 경력에 대한 실험도 이들에게 넘겨주는 것을 의미한다.

완전한 민주화는 기업이 목적과 사명이 뚜렸해서 이것들이 구성원들에게 튼튼한 울타리를 제공해주고 구성원들은 이 울타리 안에서 업과 책무에 따라 흔들림 없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사명의 울타리가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회사의 HR 부서와 현업부서 간 채용을 위한 협업도 가능해진다.

수시채용이 채용의 일반적 제도로 정착되면 스펙경쟁도 완화되고 다양성도 조금씩 증가하겠지만 기업들이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를 가지고 구성원들을 업에 몰입하게 하는지를 보면 지금 우리 대기업에서 숙성되고 있는 일터의 민주화 수준은 가야 할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