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2-20 13:48
[N.Learning] 울타리란 무엇인가? 경계의 사회학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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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란 무엇인가?
경계의 사회학
인간이 동물들과 다른 점을 설명할 때 자주 이용하는 변수는 울타리이다. 동물도 영역 표시를 할 수 있지만 인간처럼 울타리를 세우지는 못한다. 또한 인간만이 울타리를 현재를 방어하는 기능을 넘어 미래를 위해 생산적이고 확산적으로 사용한다. 인간만이 울타리라는 경계를 생존을 넘어서 번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시켰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자연으로부터 독립된 문화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밤이 되면 모닥불을 피워 놓고 서로 둘러 않아 자연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그 울타리 안에서 내일을 집중적으로 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만이 내일의 목적을 정해 놓고 이 목적을 위해 협업을 동원할 수 있는 인지적 두뇌를 개발해냈다. 인간의 두뇌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큰 이유는 메타조정의 문제가 요구되는 협업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동물도 생존을 위해 협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모르지만 미래의 번성을 위해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만이 보이는 능력이다. 협업의 메타 조정능력과는 달리 협동은 최소한의 조정능력만 있으면 동물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누구와 협동할 것인지를 결정해주는 유일한 변수는 힘이다. 힘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협동이 조직된 것이 위계제이고 여기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조정이 정치력이다. 협동이 인간의 문화를 진화시켰다는 주장은 미신이다.
진화론자들은 인간도 자연환경에 의한 자연선택의 산물임을 강조하지만 인간들이 일상에서 적응해야 할 일차적 환경은 더 이상 자연환경이 아니라 사회환경이나 문화환경이다. 인간으로 진화하기 전 동물들과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시대의 환경을 수 억 년이 지난 지금의 인간에게 강요하는 것은 진화론자들이 가하는 학문적 폭력이다. 현대 인간은 자연환경에 적응을 못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사회환경이나 문화환경에 적응을 못해서 죽는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자연환경에서의 목적함수는 협동을 통한 생존이지만 사회환경이나 문화환경에서 목적함수는 협업을 통한 공진화나 번성이다. 사회환경이나 문화환경은 지금의 생존을 넘어 인간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지의 문제를 고민해왔다. 인간이 하루 빨리 진화론의 갑옷을 벗어던지고 인간에 의미있는 맥락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간만의 미래를 위해 협업하고 협업을 통한 두뇌를 키워 협업의 루틴인 문화를 만들었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둘러 앉아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여기에서 미래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협업에 대해서 논한 것이 문화의 시발점이었다. 인간에게 울타리의 기능은 방어의 목적도 있지만 미래를 실험하기 위한 심리적 안정공간이기도 하다. 인간만이 울타리를 생존을 위한 방어적 목적을 넘어서 심리적 안정공간으로 이용해 번성을 위해 사용하도록 진화시켰다.
회사라는 것도 결국 시장에서 사고 파는 사람들이 매번 흥정을 하던 시스템을 포기하고 회사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서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중 여유가 있는 사람이 상대를 직원으로 채용해 한 솥밥을 먹는 식구로 만든 것이다. 현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회사의 울타리를 만들어 시장에서 투전꾼이 되어 하던 거래를 회사 안으로 내재화 시킨 것이 회사이다. 울타리 개념이 없었다면 문명에 조직이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하는 혁신이라는 것도 밖에 위협으로 존재하는 문제를 회사의 울타리 안으로 내재화 해서 울타리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이 위험에 대응하는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솔루션이 고객들에게 가격을 넘어 반향을 일으키면 가치혁신이 일어난 것으로 규정한다.
넷플릭스가 규정이 없는 책임과 자유의 회사로 각광을 받는 것은 이 회사가 미래에 실현해야 할 목적을 가져와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명의 울타리에서 공식적으로 규정한 것을 지키는 한에서 회사 안에서 하고 있는 모든 일은 개인의 자유와 책무이다. 100년 기업으로 존경받는 기업들의 원리도 이 회사가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고 이 울타리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의 놀이터(전문 스포츠 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즈음 기업에서 회사되고 있는 기업의 ESG(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도 기업의 울타리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던 환경, 다양한 배경 사람들, 자신 회사의 평사원 들을 회사의 울타리 안에 식구로 포함시켜 외연을 확대해가는 경영이다. 회사를 세워 경영을 한다는 것은 환경의 중층구조를 제대로 설계해서 그 안에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문제이다. 환경은 자연환경의 울타리 문제이고, 사회는 다양한 타자와 공생하기 위한 사회적 환경의 울타리이고, 지배구조는 회사 안의 문화적 환경을 설계하는 울타리이다. 기업은 기존의 울타리로 설정된 지평과 그 안의 운동장을 시대에 맞게 지속적으로 공진화 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느헤미야가 페르시아의 오랜 노예상태에서 해방되어 예루살램을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은 성전에 앞서 성벽이라는 울타리를 먼저 복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사나 개인이 잘 번성하고 있는지는 이 주체가 의존하고 있는 울타리를 분석해보면 자명해진다. 번성하는 회사나 개인의 울타리는 생산적으로 협업을 위해 동원되고 심지어는 미래지향적이다. 밖의 환경에서 필요한 다양성이 이입되고 안에서 생산된 것들이 밖의 환경에도 반향을 일으킨다. 반대로 몰락하는 회사나 개인의 울타리는 자신의 약점이나 문제점을 숨기고 방어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채워져 있다. 방호기제가 높아지면 밖에서 들어오는 방법도 없지만 나가는 방법도 없다. 결국 자신들을 감옥에 가두고 이 감옥이 안전하니 밖으로 나돌아 다니지 못하게 한다. 이런 회사나 이런 개인들은 결국 고립되어 고사당한다.
진성리더십에서도 울타리를 유연하게 관리하는 특별한 방식을 사용한다. 진성리더십의 급진적 거북이 전략은 목적에 대한 믿음은 급진성을 보이는 반면 이것을 달성하는 방식은 지금 할 수 있는 것 당장 할 수 있는 것, 가진 것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이 울타리 안에서 거북이처럼 실험한다. 급진적 거북이 전략을 쓰는 진성리더들이 울타리를 건설하는 방식은 아들러가 주창하는 과제 분리 개념에 따른 것이다. 진성리더들은 변화를 시작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리해서 경계를 명확하게 정의해 놓고 내가 할 수 없는 범위에서 일어나는 지금 일에 대해서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이렇게 만든 울타리를 통해 결실이 가시화 되면 점점 목적을 더 실현하기 위한 방향으로 울타리를 조금씩 확장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요즈음 리더십 연구에서는 리더의 상처 받을 용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인간의 성장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이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함을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 리더가 스스로 상처 받을 수 있는 용기를 갖지 못하면 자신의 상처를 감추고 방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높이게 된다. 결국 이 울타리는 자신을 죄의식에 고민하는 사람을 넘어 죄수로 만들 개연성이 높다. 리더가 스스로를 죄수로 전락시키는 것도 제대로 된 울타리를 못 만들고 이 자리에 방호적 울타리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리더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이런 방호적 울타리로는 리더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 자신의 상처도 해결하지 못한다. 제대로 된 리더들은 영역을 넘나들어 가며 협업을 구성해내는 통섭(consilience) 울타리의 대가들이다.
인간이나 조직이나 자신의 내면에서 안정적 성장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반드시 울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만든 울타리를 생산적인 울타리로 만드는지 아니면 자기 감옥을 위한 울타리로 만드는 지에 따라 이 조직이나 인간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린다.
울타리란 무엇인가? 미래로 향하는 통섭과 혁신을 위한 지평을 말한다. 또한 지평이지만 이 지평의 울타리 안에 실험실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지평의 목적이다. 울타리 안에서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을 느껴가며 미래를 위해 실험에 몰입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운동장이 건설될 수 있을 때 울타리는 제대로 된 울타리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