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과학자들이 8개의 전파 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전체에서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발견한 블랙홀은 지구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먼 미래이다.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은 55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처녀자리 블랙홀이다. 지구에서 이 블랙홀까지 가려면 5500만년이라는 먼 미래를 거쳐야 도달한다.
이렇게 먼 5500만년이 걸리는 미래를 가보지도 않고 예측한 사람이 아인쉬타인이다. 블랙홀 관측은 아인쉬타인이 큰 질량에 의해 빛과 시간 공간이 휘어지는 <사건의 지평>을 예측하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실제로 검증한 것이다.
아인쉬타인은 100여전 망원경도 없이 한계가 있는 인간의 눈을 가지고 어떻게 블랙홀의 존재를 볼 수 있는 통찰과 직관과, 100년을 뛰어넘은 먼 시간여행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한 마디로 뛰어난 개념화 능력에 기인한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사람들은 세상을 볼 때 그냥 맨 눈으로 관찰하지만 이렇게 관찰할 경우 보이는 것인 빙산의 일부만 보고 전체에 대해 결론 내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개념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대상을 밖에서 보고 안의 깊은 곳에서 보고 시간의 관점에서 추론을 내리고 관찰된 데이터를 이용해서 이 추론에 대해 정교하게 검증해 개념을 획득한다.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개념화 능력이란 현상 속에 꽁꽁 숨어 있는 것이 작동되는 원리를 볼 수 있게 하는 눈을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눈이 있어도 겉으로 보이는 것 중심으로 실체를 파악하기 때문에 개념화 능력이 떨어진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하는 눈을 획득하는 개념화 능력이 있어야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개념화 능력이 없으면 현상을 잘 못 이해하게 되고 잘못된 이해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고 이것을 밀고 나갈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키운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개념이 없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이 말은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화 능력이 떨어져 세상을 이해하고 이에 대처하는 문제해결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서울공대 25인의 교수들이 축적의 시간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반성해가며 고백한 점도 기술만 가르쳤지 개념화 능력을 가르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첫째는 통찰력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코끼리의 모습을 이야기한다면 통찰력이 없는 것이다. 온전한 눈으로 코끼리를 전체적 모습을 볼 수 있는 망루에 올라가 코끼리가 어떻다고 장님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이 사람은 통찰력이 있는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는 고도로 개인화되고 근시적이고 미시적 삶에 빠져서 통찰력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다 전체의 골격을 보지 못하는 눈뜬 장님이다. 지독한 근시안이 우리 눈을 멀게한 것이다. 나무만보고 정작 숲은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일상 삶에서 통찰력은 열심히 사는 누구나 추구하는 목표를 초월해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만 얻는다. 누구나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최적화 하는 방식으로 동원해서 목표를 달성한다. 그렇지만 목표달성을 넘어서 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지의 더 큰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통찰력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달성하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인 목적을 알고 목표를 목적의 수준에서 달성할 때 찾아온다. 목적에 대한 눈을 잃은 사람이 통찰력이 있다는 것은 통찰력의 신기루를 본 것이지 진짜 통찰력을 본 것은 아니다. 또 한 개인들의 목적을 잘 추적해보면 이들은 다 한 방향으로 수렴해가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면 더 할 나위없는 메타 통찰력을 얻은 것이다.
둘째의 능력은 직관력이다. 통찰력이 높은 망루에서 숲과 나무를 동시에 이해하는 능력이라면 직관은 실체의 깊은 속에 들어가서 실체의 내연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실체의 본질은 숨겨진 원인과 눈으로 확인되는 결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인까지 깊숙히 파고들어 실체를 파악하는 능력이 직관력이다. 아인쉬타인도 문제를 풀려면 현재 문제가 발생한 결과보다 더 깊이 들어가 원인을 찾아내는 직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직관력이 떨어지면 문제를 문제가 눈으로 보이는 결과의 수준에서 봉합하여 해결하려는 성향이 늘어난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모든 문제는 따지고 보면 인간의 고통을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이것이 문제로 곪아 터진 것이다. 문제가 곪아 터지면 발등에 불을 끄듯이 고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곪아터져 구더기가 생긴 곳에 거적을 덮어놓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문제해결능력을 위해서는 고통의 뿌리에 해당하는 원인을 발견해서 진정한 인과관계 수준에서 개념화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누구도 보지 못하는 진정한 원인을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직관력이라고 부른다. 직관력은 긍휼감 compassion을 통해 얻어진다. 긍휼감은 상대가 가진 고통을 원인의 수준에서 파악해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대상에 대해 긍휼감이 없으면 대상은 자신의 깊은 속내를 절대로 내 보이지 않는다.
개념화 능력을 위해 필요한 세 번째 역량이 협업력이다. 직관을 길러주는 긍휼의 문제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결하는 것을 나의 문제로 내재화 해서 이것을 행동으로 풀어나갈 때 생긴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고통으로 고통이 확장된다면 그만큼 긍휼의 깊이도 깊어진다. 통찰을 만들어내는 목적도 마찬가지다. 결국 더 큰 목적을 깨닫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는 삶보다 더 큰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것을 연결시킨 것이다. 이 연결에 더 많은 사람의 목적이 수렴되어 있다면 더 큰 통찰력을 얻을 것이다. 결국 혼자의 눈과 혼자의 마음으로 찾아낼 수 있는 통찰과 직관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세상은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얽히고 섥혀서 구성된 공동의 운명체라는 깨달음이 없다면 큰 통찰력이나 큰 직관력을 얻기는 힘들다. 인간을 동물과 불리시켜 지금과 같은 문명을 만든 능력도 협동하는 능력이 공동의 운명을 염두에 두고 협업하는 능력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동행과 같이 가라"는 조언을 담은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지도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속담이다.
이번 블랙홀의 관측도 8개의 망원경들을 연결해서 가상망원경을 만들어 Emergence가 발현되는 것을 신크로하지 못했다면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연결되고 연결된 것들 사이에는 데이터가 축적되어 공유되는 초연결사회의 기술이 관측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초연결사회의 기술적 진화는 은하계를 관측하는 것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에 숨겨진 깊은 블랙홀들을 찾아내는데도 실제로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미래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은 결국 목적, 긍휼, 협업이라는 세 마리 말이 이끄는 마차이다.
미래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통찰을 통한 개념화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선 자주 여행을 떠나는 전략을 추천한다. 문제가 풀리지 않은 것은 문제 속에서 문제를 보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현업에 찌들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개념에서 멀어질 때 현재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나 자주 여행을 떠나라. 여행은 현업에서 멀리 벗어나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최고의 통찰력 툴이다.
둘째 직관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을 위해서는 현장의 고통을 직면하려는 현장중심적 사고와 연관된 분야에 봉사자나 자원 봉사자로 자주 나서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현장을 벗어나서 사람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고통의 현장에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내재화해서 풀어보려는 체험은 최고의 직관을 길러준다. 사이코 패스는 머리는 좋지만 가슴이 없어서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솔로몬처럼 마음이 따뜻한 명석한 사람은 항상 세상에 최고의 개념을 통해 최고의 문제를 해결한 장본인들이었다.
마지막으로 협업의 능력을 위해서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자아관에서 탈주해서 다른 사람들을 적이나 경쟁자가 아닌 나를 키워주는 스파링 파트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 두 번 이기고 나머지는 연속해서 지는 게임이 아니라 늦지만 긴 성공적 여행을 위해서는 이런 동반자가 필수적이다. 결국 인생의 마지막 지점에서 자신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주변에 운명의 파트너가 몇 명 남아 있는지에 의해서 일 것이다.
우리가 평소 망루에 올라가서 문제를 보고 고통의 심연 속에서 들어가서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고 동행을 구해 협업으로 여행할 때 변화 속에서도 미래를 찾아내는 최고로 유연한 사고를 체험할 것이다 한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가 술술 풀리는 기적을 목격할 것이다.
생각보다 까칠하고 완고한 세상은 목적, 긍휼, 친구가 있는 사람들에만 자신의 벌거벗은 미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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