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한 때 임파워먼트가 유행처럼 번졌다가 대부분이 실패해서 지금은 사그러들고 있다. 임파워먼트는 왜 실패한 관행이 되었을까?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상황을 상정해보자. 코치가 아이를 수영장에 데리고 와서 수영장에 집어 넣고 지금부터는 너에게 수영을 배울 기회를 줄테니 수영을 배워서 네가 살아 나오던지 거기서 빠져 죽던지는 너의 문제이라고 설명했다고 생각해보자. 이 보다 현실적인 사례는 오랫동안 새장에서 길들인 새에게 새 장의 문을 열어주며 자유를 허락하는 경우다. 이 경우 새는 밖으로 날아가지 못한다. 설사 밖으로 날아 갔다 해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런 임파워먼트 스토리에서 끊어진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첫째로 자발성의 고리가 끊어진 것이 문제다. 아무리 임파워먼트를 시켜주어도 행위자의 자발성이 개입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수영을 배워야 하는 어린이도 그렇고 새장 밖을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새에게도 자발성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런 조건에서는 누구나 다 자발적으로 수영을 배울 것이고 새장의 문을 열어주면 자발적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 가정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일요일에 공부하기 위해서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는 아이에게 부모가 뒤에서 게임방 가지 말고 도서관에 가라고 한 마디를 한다면 아이는 필연적으로 게임방으로 향할 것이다. 자발성이 중요한 변수였는데 부모가 나서서 이 자발성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에서 임파워먼트의 조건을 제공해주면서 구성원들은 임파워먼트의 조건에서 모두 자발적으로 임파워먼트에 임할 것이라고 가정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임파워먼트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새장에서 길들여진 새처럼 시키는대로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임파워먼트는 더 큰 불확실성이고 짐일 뿐이다.

결국 이들이 임파워먼트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조건은 왜 임파워먼트 하는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지 자신만의 이유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회사가 목적이나 사명을 가진 조직일 경우 구성원들은 이런 임파워먼트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를 쉽게 찾아내 자발적으로 몰입한다. 하지만 회사가 사명과 목적이 없는 조직이어서 구성원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더 큰 목적을 쉽게 찾아내지 못한다면 임파워먼트는 여전히 자신은 하기 싫은데 회사에서 돈을 주고 시켜서 하는 일로 전락한다.

둘째는 자신이 임파워먼트 된 역할의 작가로서 참여하는지의 문제이다. 임파워먼트 된 역할대본의 주인공이자 작가로 자신이 참여하지 못한다면 역할에 대한 심리적 소유의식이 떨어진다. 심리적 소유의식이 떨어지면 결국 이 역할도 제대로 된 임파워먼트라기 보다는 회사가 돈 주고 시킨 일에 임파워먼트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이다. 자신의 역할에 진짜 운전자가 되지 못하고 말만 운전자이고 실제는 승객인 것이다. 주인이 아니라 머슴인 것이다. 이런 디커플링이 심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헛구역질과 현기증만을 경험한다.

셋째, 자신의 일에 대한 임파워먼트의 목적과 의미를 깨달아 자발성을 회복했고, 역할 스크립에 대해 스스로 작가가 되어 작성하는 과정도 제대로 되어 심리적 소유의식이 높아졌을 경우 마지막으로 각자가 작성한 주인공 역할을 조직이 수행해야하는 목적을 중심으로 상호 협상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이유는 사공이 많아서라기보다는 배가 가야할 방향을 중심으로 사공들의 역할이 상호조율되고 협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직의 방향인 목적을 중심으로 이런 주인공의 역할들이 조율되지 못하면 조직은 충돌과 갈등과 혼돈의 도가니로 변한다. 임파워먼트를 통해서 만들어진 주인공의 역할이 다른 구성원의 주인공 역할을 침해하는지 침해 할 경우 어떻게 조직의 목적을 중재자로 삼아 같은 방향을 향해서 정렬할 수 있도록 협상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조직의 방향인 목적을 모르고 있는 구성원들은 자신이 운전자가 아니고 뒷자리에 승객으로 앉아 있을 경우 심각한 멀미에 시달리지만 구성원들 대부분이 조직이 가는 방향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설사 자신이 운전자가 되지 못하고 승객으로 남아 있어도 크게 멀미를 하지 않는다.

결국 임파워먼트 성공의 비결은 조직의 목적을 복원해 임파워먼트된 구성원들 역할의 자발성을 살려내고, 목적을 최적으로 실현시키기는 방향으로 주인공 역할을 직접 쓰도록 허락하고,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되던 승객이 되던 조직이 향하는 방향에 맞게 자신의 역할을 협상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