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월 8일)이 여성의 날이었음에도 코로나의 고통에 밀려서 인지 여성문제가 예년만큼 매스콤이나 정부의 정책기조로 크게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초연결디지털 시대에서 성공의 관건은 다양성과 포용의 문제이고 여성의 문제는 이 문제의 돌파구를 막고 있는 바윗돌이다. 우리 인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성 다양성 문제가 해결되어야 다른 다양성 문제도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

우리는 작년에 출간한 <여성은 전략적 파트너인가 (2020, 레드우드)에서 여성의 진정한 해방은 평등, 협업, 되기라는 세 수준에서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한 가장 낮은 수준의 여성해방인 평등 위해서는 국회가, 협업을 의해서는 기업이, 가장 높은 수준의 되기를 위해서는 여성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삼동작전을 촉구했다.

많은 사람들은 여성에게 기회의 평등이 실현되면 여성이 해방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큰 오산이다. 설사 지금 국회의원의 반을 여성이 점유한다고 해도 이 제도의 설계자들은 남성이다. 제도를 누가 설계하고 운용하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양성평등에 만족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남성들이 만든 세상에 여성들이 온전하게 감금 당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제도에 오랫동안 익숙해왔던 삶을 살았던 사람들 대부분은 누군가가 새장의 문을 열고 평등의 기회를 부여해도 익숙하게 살아왔던 새장에서 날아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양성평등은 가장 낮은 수준의 여성해방이다.

중간수준은 양성협업이다. 남성과 여성이 씨줄과 날줄로 공동체를 위해 공유된 리더십을 발휘해서 기여하고 이 기여를 인정받아 공동체와 조직의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 받는 것이다. 양성협업의 운동장은 다양성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장면에서 여성이 대문자 남성을 탈출한 남성들과 함께 다양한 소수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를 구축할 수 있을 때 제대로 구현된다. 우리의 저서 <여성은 전략적 파트너인가>에서 주로 설파된 여성해방이다. 기업장면에서 가치창출에 대한 기여를 인정 받아 남성과 같이 협업의 운동장을 만들어가는 여성해방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여성되기는 여성이 남성들의 짝퉁이 아니라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해가며 인간으로서 미래를 위한 "차이"를 만들어낼 때이다. 미래의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사회 운동장의 새 설계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미래의 차이를 만들어내 설계자의 지위를가진 사람들을 사후적으로 정산해보았더니 남성과 여성이 우연히 같은 비율로 섞어 있을 때 온전한 여성되기가 완성된다. 온전한 여성되기는 남녀간 생물학적이나 문화적으로 구속당하는 일 없이 여성이 한 인간으로 온전하게 인간으로 인정되고 이를 통해 자신 삶의 설계자의 지위를 가진 인간으로서 미래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양성평등은 여성해방의 Bottom Line을 구성한다면 양성협업은 Middle Line구성하고 여성되기는 Top Line을 구성한다. Bottom Line은 정치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Middle Line은 경영자들이, Top Line은 여성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진정한 여성해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기업인, 여성이 삼동작전에 나서야한다.

양성평등, 양성협업의 상태를 넘어서 미래의 설계자로 인정받는 온전한 여성되기가 완성되었을 때 여성과 남성들의 차이는 무의미해지고 여성들을 옥죄었던 유리천정과 유리벽은 완전히 제거되어 진정한 여성해방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는 이기는 군대와 지는 군대의 차이점을 선승구전(先勝求戰)에서 찾고 있다. 이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항상 먼저 승리해 놓고 실제 치고 박고 싸우는 몸싸움에 돌입하지 않고도 이긴다는 교훈이다. 이들은 싸워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한 목적 때문에 싸운다. 반대로 싸움에서 지는 사람은 先戰以後求勝(선전이후구승)의 방법 즉 일단 치고 박고 싸워서 획득한 전리품 숫자로 승리를 평가한다.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사람들의 선승구전(先勝求戰) 비밀은 이들의 목적함수가 어느 수준에 설정되어 있는지에 달려있다. 여성해방의 목적함수가 평등에 고착되어 있다면 이들은 남성들과 싸워서 하나라도 더 많이 뺏어와야 이긴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목적함수가 여성되기에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여성들이 세상과 자신 삶의 설계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단 협업을 통해 공동의 목적에 충분한 가치기여를 하고 이 기여의 축적을 통해서 얻어낸 특수신뢰(idiosyncrasy credit)를 지뢰대로 설계권을 얻어낸다. 굳이 어렵게 싸우지 않고 공동의 목적에 기여해가며 여성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의 설계권을 얻어낸 것이다.

대한민국의 여성되기는 아직도 가장 낮은 수준에서 혼돈에 빠져 길을 헤매고 있다. 특히 정치가들이 양성평등을 목적함수로 설정하고 이 목적함수가 실현되면 여성이 저절로 해방되는 것처럼 평등신화를 만들어왔다. 이런 목적함수가 설사 실현되어도 오랫동안 새 장에 갇혀 있던 새에게 지금부터는 모두에게 기회가 평등하니 마음껏 자유를 찾아서 날아가라고 허락해도 새는 새장을 떠나지 못한다. 설사 새장을 나갔던 새도 대부분은 다시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싸움에서 진 대문자 남성들은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여성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목적함수는 설사 실현되더라도 사회의 번성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해방과 협업을 넘어 여성되기 수준에서의 목적함수를 가진 여성들과 대문자 남성에서 탈주해 다양성 세상을 꿈꾸고 있는 남성들의 연대와 소수배경 집단의 후원이 필수적이다. 여성되기의 주체는 여성이지만 남성들의 패러다임 전환이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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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런 이야기가 통용될 수 있는 기본 전제는 아이들을 양육하고 노인들을 돌보는 책임을 공유하는 <돌봄의 사회화>가 실현되는지에 달려있다. 아무리 재능과 능력이 있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위한 기회와 직장에서 협업의 기회가 열려도 돌봄을 여성들의 책무에서 면제해주지 못한다면 진정한 여성되기는 다 먼 나라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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