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란 소위 밀레니얼(Millennials)세대와 Z세대(Z Generation)을 합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들은 ICT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서 디지털 네이티브이다. Z세대는 지금 대학생이고 M세대는 젊은 직장인 대부분을 구성한다.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2019년 현재 MZ세대는 약 1,700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

세대란 성장기에 세상을 흔드는 새로운 사건이 출현하고 이것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서 세상에 대한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집단을 지칭한다. MZ세대는 1980년 초에서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로 IMF, 글로벌 경제위기, 코로나를 성장기에 경험했다.

IMF, 글로벌 경제위기, 코로나는 이들이 성장기에 겪은 몇몇 큰 사건에 불과하다. 이런 굵직한 사건 이면에 발현되는 보편적 현상은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세상이 변화하면 이것들은 맨붕의 경험이자 위기가 된다. 이처럼 변화가 상수되어 일상이 위기가 된 세상을 직접 목격한 첫 세대이다.

변화나 위기가 상수가 된 것과 이들의 보수화는 무슨 상관인가? 기성세대의 보수화 경향과 이들의 보수화 경향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기성세대도 지금 변화와 위기를 상수로 같이 체험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런 변화와 위기에 실제로 몸을 던져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살아남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근력을 확보했다. MZ세대는 이런 위기와 변화가 상수로 다가올 때 학교에 있거나 사회의 초년생이어서 실제로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어본 적이 없다. 그냥 어른들이 이것을 어렵게 극복하는 것을 관객이 되어 초조하게 지켜본 세대이다. 한번도 운전자가 되어보지 못하고 승객으로 뒷자리에 앉아서 기성세대가 곡예 운전을 하는 모습을 현기증 나게 지켜 볼 수밖에 없었던 세대다. 이들은 기성세대의 좌절을 지켜보면서 기성세대나 사회 공동체가 더 이상 자신들의 보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세대이다.

불안과 공포는 실제로 이것에 직면해서 싸우는 사람보다 이 싸움을 지켜보지만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세대에게 더 증폭된다. 이들이 이런 증폭된 불안과 공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은 최대한 보수적이 되는 것이다. 또한 알 수 없는 미래의 가치보다는 현재 손에 쥔 것의 가치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것을 지키는 일에 몰입하다보니 공정성이 최고의 가치로 전락했다. 공정성은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과수나무를 키우는 일보다는 만들어졌거나 조만간 만들어질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나누는 일에 집중할 때 사회문제로 등장한다. 결혼해서 집을 얻고 가족을 만들어 생물학적 DNA를 남기기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자신의 개인적 가치를 세워 욜로족으로서 밈을 남기는 것이 더 현실적이 된 세대이다. 위기를 일상으로 직면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울타리로 지켜줄 수 있는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한 세대이다. 이들 MZ 세대는 미래의 가치와 단절된 현재 가치에 몰입한다.

같은 MZ세의 여성과 남성이라도 자신이 속한 범주가 침해 당했다 생각하면 공정성을 앞세워 상대 범주와 전쟁을 치룬다. MZ세대가 드물게 여성과 남성의 범주로 정치화되는 것도 결국은 상대 범주가 자신 범주의 현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현재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 필요할 때 이들을 자신의 범주 안에서 쉽게 연대하지만 더 큰 미래의 추상적 가치를 제시하여 연대를 제안한다면 실패할 개연성이 높다. 이런 제안은 이들에게 추상적인 탁상공론일 뿐이다.

미래의 안정과 관련된 집, 안정된 직장, 결혼, 연금 등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조건이 이들을 N포세대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현재 향유할 수 있는 자원으로 제대로 먹고, 입고, 쓰는 것이 이들을 욜로세대로 만들었다. 미래의 안정을 포기하고 현재 향유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가며 사는 것이 이들 세대의 특징이다. 이들이 보수적인 이유는 기성세대의 보수적 성향과 다르다. 기성세대의 보수화는 만들어 놓은 자신의 재산과 세계관을 지키는 과거로의 보수화이지만 MZ세대의 보수화는 미래에 대한 포기가 만들어낸 보수화이다. 생존을 위해 현재 가진 조그마한 것이라도 지켜가야 한다는 소심한 보수화이다.

이들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기성세대가 이들에게 미래의 울타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이 운동장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실험하고 혁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다.

기성세대가 자신의 기득권 질서를 강요하는 것을 포기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생긴다. 이들 세대의 고통을 타자의 고통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고통으로 규정하고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들이 가진 개인적 성향을 공동체 기반의 민주적 성향으로 연결시키고 이들이 포기한 미래를 다시 살려내기 위한 세대 간 협업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사회가 이런 목적함수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MZ 세대가 가지고 있는 ICT에 대한 디지털 역량과 SNS는 세대전쟁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전용될 것이다.

MZ세대가 자신의 삶을 본격적으로 꽃 피워보기도 전에 미리 보수화 되는 것은 개인에게나 사회에게나 불행한 일이다. 보수화는 생존에 안정감을 줄 수는 있어도 성공 내지는 번성의 방정식과는 너무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