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종업원들 대다수가 우리 서비스나 제품의 최종적 고객이라는 답을 하지 않는다면 이 회사는 일하는 방식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는 회사이다. 결국 진짜 일이 아닌 유사 일이나 가짜 일에 몰입하고 있는 회사여서 결국 회사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의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이 인정에 따라 댓가를 돈으로 제공하는 사람들은 End User라고 불리는 최종 고객이다. 나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사람들은 결국 사장님이 아니라 최종 End User로 설정된 고객이다. 사장은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사슬을 최적화 한 결과로 고객에게 돈을 지불 받아서 종업원들에게 기여한 바에 따라 공정하게 나눠주는 임무를 가진 대리인에 불과하다. 이 가치사슬을 최적화한다는 명목으로 필요없는 프로그램과 과정을 부가가치인 것처럼 잘못 설정할 때 회사에는 가짜 일이 넘치게 된다.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모든 직원들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마지막 고객(End User)이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게 한다. 이런 매일 매일의 상상적 실험을 통해서 자신이 고객으로부터 해고당할 것인지 아니면 고용을 유지할 것인지를 판단해서 자신의 역할을 고쳐나가도록 독려하고 있다.

글로벌 초일류기업에서 CEO까지 올라간 사람들의 경력을 추적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말단 사원에서 지금 경력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해고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적으로 실험해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노력해왔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들이 자신을 해고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실험에 동원했던 주체는 고객, CEO, 동료다. 또한 이들이 자신의 해고 유무를 평가하는 최소 단위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별로 이들과 고용계약을 맺는다고 가상하고 이들이 현 프로젝트에서 자신을 해고할 것인지 다음 프로젝트에 자신을 계속 고용할 것인지를 상상적으로 실험한다.

이들에게 자신을 해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역시 고객이다.

이들은 자신이 말단 사원이었을 때도 자신이 제안한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들이 가진 통증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창안해 이를 제품, 서비스에 반영해서 제공하는 계약을 맺는다고 생각했다. 고객의 아픔을 내 문제로 내재화 해서 서비스와 제품으로 제공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이 계약의 당사자는 자신의 전문성으로 고객에 대한 긍휼감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어야 계약을 유지한다. 고객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당사자를 매일 매일 지켜보고 있다고 가정한다. 지금의 프로젝트의 고용계약이 끝나서 다른 연관된 프로젝트를 제안할 경우 고객이 본인을 다시 고용할 것인지를 상상한다. 긍휼감을 가지고 혁신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했다면 다음의 프로젝트에서도 고객은 당사자를 계속 고용할 것이다. 실제 해고 당하는 결론이 내려진 경우 새 고용계약을 얻어내기 위해 혁신한다.

자신들이 말단 사원이었을 때도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을 해고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주체로 일관되게 선정했던 대상은 자신 회사의 CEO였다. 이들이 자신 회사 CEO가 내리는 상상적 해고에 목을 메는 이유는 회사의 목적과 사명 때문이다. 사회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인 목적을 실현시키는 쪽으로 경영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는데 이 패러다임의 선두주자를 CEO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목적과 사명을 가장 잘 알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CEO이기 때문에 CEO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지켜보고 본인을 다음 프로젝트에도 계속 고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적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CEO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가 사회에 약속한 목적과 사명을 실현할 수 있는 미래가치를 파는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내 숨겨진 밥그릇만을 챙기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지를 판별하여 자신을 해고하거나 고용을 유지한다고 상상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을 해고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대상을 동료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일은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달성된다. 동료는 고객의 고통을 해결하여 회사가 사회에 약속한 사명과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다. 이 동료들이 지금 프로젝트가 끝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만들어졌을 때 본인을 이 프로젝트의 협업 파트너로 다시 초대할 것인지가 평가대상이다. 초대 대상으로 본인을 거론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동료들에게 해고당한 것이다. 이 차원은 최근 카카오에서 불거진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료가 나를 해고하고 고용할 수 있는 중요한 주체로 부각되는 것은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초일류 기업의 CEO까지 오른 당사자들은 자신이 말단 사원이었을 때도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 CEO, 동료가 자신을 해고할 것인지 고용할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상상하는 실험을 했음을 고백한다. 이런 해고 실험을 통해 자신이 해고 당한 것으로 판명되었 때 다시 고용계약을 얻어내기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혁신하는 개입(Innovation Intervention)을 통해 실제 해고 당할 수 없는 경력 탄력성(career resiliency)을 만들어냈다. 이런 상상적 실험에 의한 고용계약을 갱신하는 것을 심리적 자기 고용계약(psychological contract of self employment)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글로벌 기업의 CEO로 성장한 비밀은 결국 해고 당하기 전에 자신을 선제적으로 해고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 하지만 자신의 해고를 미뤘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해고 당하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자신의 해고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본인이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해고하자.

자신을 낯설게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