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 아카데미 도반들과 레비나스의 <전체성과 무한>을 읽고 있다.

레비나스는 인간은 제대로 된 타자되기를 통해 성숙한 윤리적 주체로 태어난다고 규정한다. 타자되기는 자신이 안주해왔던 동일성의 범주에서 탈주해서 대문자로서 자신의 가면을 벗고 타인의 얼굴과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최초의 타자되기는 자식과의 관계에 의해서 시작된다고 본다. 자식은 자신의 몸을 빌려 태어났어도 자신의 동일성에 의해서 쉽게 포획되지 않는 최초의 타자다. 부모는 자식을 동일성 범주에 따라 자신의 모범생으로 길들이기 위해 시도하지만 이 시도는 대부분이 실패한다. 역으로 자식은 부모의 이기심을 초토화 시키는 최초의 스승이다. 자식은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 나이에도 나에게 순진한 얼굴로 나를 길들이다 실패해 버리지 말고 그냥 나를 나로서 사랑해주세요라는 주문을 내린다. 자식은 나에게 나임에도 내가 아닌 타자성을 가르쳐 내가 윤리적 주체로 거듭날 것을 명령한다.

자식을 통해 생물학적 타자성을 익히는 것은 타자되기의 걸음마 단계이다. 레비나스의 타자되기는 혈연적 타자성을 넘어서야 완성된다. 자식을 내 욕망에 따라 나의 아바타나 나를 닮은 모범생으로 조형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타자로 받아들이는 것은 주체의 홀로서기에서 과도기적 과정이다. 인간이 온전한 타자되기를 통해 윤리적 주체로 서려면 혈연적 타자를 넘어서 과부, 고아, 버림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긍휼감을 실현해야 한다.

가족의 혈연성은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특수성을 기준으로 만든 우리와도 구별되지 못한다. 독일의 나찌도 따지고 보면 이런 게르만 민족이라는 혈통에 근거한 나 혹은 우리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만행을 저질렀다. 일본도 자신 국민들 간 우리는 있었지만 다른 민족과 국가를 타자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만행을 저지른 대표적 국가이다. 결국 가족 혈연 지연 학연은 타자라기보다는 더 무서운 이기적 우리다. 가족 혈연 지연 학연은 유사타자이다. 나의 이기심이 우리라는 가면을 쓰고 이기적 정치색을 드러낸 것이다.

레비나스의 진성리더십에 대한 공헌은 리더가 타자되기를 완성할 때 윤리적 주체로서 온전하게 홀로 설 수 있다는 제안이다. 리더가 타자되기를 거부하고 자아와 우리라는 이기적 감옥 갇혀 살 경우 이 리더 주변의 모든 사람이 적이고 경쟁자로 전환된다. 이 리더 밑에서의 삶은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약육강식 전쟁터의 전사로 내몰린다. 레비나스의 타자성은 진성리더십에서 적과 경쟁자를 스파링 파트너로 전환시키는 노력과 일맥상통한다.

둘째 고통과 긍휼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을 공유하고 있다. 레비나스는 남의 고통을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역지사지는 가장 낮은 수준의 타자성이라고 규정한다. 리더는 이런 역지사지 수준의 타자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서 타자의 얼굴을 통해서 전해오는 고통을 직시하고 이 고통 해결을 위해서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타자는 나를 위로해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타자는 고통의 얼굴로 나를 살해하지 마세요라고 명령한다. 이 고통을 내재화해서 자신의 고통으로 세우는 긍휼의 문제는 진성리더십의 중요한 한 축이다.

셋째, 레비나스 주체 윤리학에서 타자와 나는 동급이 아니다. 타자를 나보다 더 높은 자리에 놓고 스승으로 삼을 것이 요구된다. 이런 타자되기는 진성 서번트 리더가 부하들을 대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서번트 리더는 부하에 비해 소유나 직책의 우월성을 구축했는지 모르나 그럴수록 자신을 직책 및 소유와 분리시켜 더 몸을 낮추고 부하를 고양시킴에 의해서 부하를 주체로 만들어 자신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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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우리가 아는 시인 중 일관되게 타자되기의 정수를 노래하는 시인은 박노해다. 시에서 할머니가 손자를 껴안고 들려주는 노래에 진정한 타자되기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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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시」

詩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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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이런 타자되기를 경영의 원칙으로 실험하고 있는 회사로 임미숙

Lydia Lim

대표가 이끄는 리디아 R&C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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