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원주의 둘레를 재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당시 모든 자가 단단한 일자 막대기어서 현실적으로 원주의 둘레를 재는 것이 불가능 했다. 이 때 제자가 자를 구부릴 수 있는 bend the rule 자, 즉 지금의 줄 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Bend the rule은 혁신을 상징한다.

이 일화 속에는 혁신의 원리가 숨겨져 있다. 길이를 반드시 재야 한다는 목적과 길이를 재기 위한 수단으로 지금의 자(룰)을 구부려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길이를 재기 위해 기존의 방법만 고집한다면 목적을 포기하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우리 주변에는 편협한 룰이나 규칙 때문에 목적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목적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구별된다. 목적에 강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목적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방법 말고 잴 수 있는 다른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 혁신에 나선다. 목적이 윤리적이라면 이것을 달성하는 더 현명하고 윤리적 방법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적에 대한 열정이 없는 사람들은 기존의 방법을 쓰지 않는 것은 룰에 어긋난다는 핑계를 대며 혁신을 방해한다. 이들의 마음 속에는 지향하는 목적이 없기 때문에 목적 대신 룰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 된다. 이들 목적 없는 원칙주의자들은 원칙을 앞세워 자신의 원칙에 포획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 괴롭히는 리비아던이라는 괴물로 전락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목적을 잃은 원칙주의자가 혁신의 방해자다.

목적에 대한 헌신이 없는 사람들은 각론주의자 된다. 이들은 목적과 관련된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자신의 밥그릇에 관련된 줄자가 아닌 자신이 사용하던 막대자를 주장해가며 반대한다. 총론에는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했을 뿐이지 총론에 믿음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찬성했던 것은 아니다. 각론주의자들이 혁신의 방해자이다. 목적을 잃은 원칙주의자와 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는 각론주의자가 서로 리더와 구성원이 되어 정치적으로 결탁하면 최악의 상황이 초래된다. 혁신은 목표가 아닌 목적을 실현하는 것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솔로몬의 지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practical wisdom 이라고 명명했던 것으로 목적을 잃지 않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규칙을 다르게 운용해야 할지 bend the rule에 대해 지혜를 발휘하는 것 이다. 목적으로 향하는 길을 잃지 않고 융통성을 발휘하여 목적을 실현시키는 지혜의 동굴을 통과하는 것이 practical wisdom이다.

솔로몬이 이런 practical wisdom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목적에 대한 헌신 이외에 더 중요한 덕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해서 같이 풀어가려는 따뜻한 마음의 성향인 긍휼감 compassion이다. 솔로몬은 룰을 핑게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고통으로 주저 앉은 이들의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이들을 긍휼로 일으켜 세워 목적을 향해 다시 걸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솔로몬 지혜의 시작은 긍휼이었다. 엄마임을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반으로 나누는 고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진짜 엄마의 긍휼을 찾아냈다. 솔로몬은 법의 정의라는 이름보다 고통 받은 진짜 어머니의 얼굴에 정의의 본질이 숨겨 있다는 것을 알았다. Bend the rule을 실천해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것이 하나님이 자신에게 준 사명이고 목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고통을 해결하는 긍휼과 하나님의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통해 가장 지혜로운 공의를 실천했다.

진정한 혁신이란 아픈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 이들을 목적으로 향하는 길에 다시 세우는 것이다. 목적의 길에서 벗어난 행보는 다른 종유의 아픔에 처하게 만든다. 혁신가의 긍휼 compasison이란 고객의 아픔이든, 구성원의 아픔이든, 조직의 아픔이든 이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아픔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서 근원적으로 해결해주는 행동주의를 의미한다. 긍휼 compassion 만이 혁신의 기반이 된다. 공감 empathy나 위로sympathy는 이들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거나 위로의 진통제를 주는 것이다. 이들의 아픔에 대해 공감이나 위로에 멈춰 선다면 이들은 자선 사업가이지 혁신가는 아니다.

솔로몬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니어도 누구나 이런 근원적인 혁신(Deep Innovation)을 할 수 있을까?

답변은 예이다.

윤리적 목적이 있어서 이에 헌신하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존의 룰을 혁신해 더 윤리적 룰과 방법을 찾아 나서고, 넘어져 아파하는 사람들에 대해 연민과 긍휼감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이 혁신과 지혜의 열매를 맛볼 수 있다. 궁하면 통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궁함의고통에서 자신을 살리는 것을 넘어서 큰 목적을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누구나 큰 지혜의 샘을 가진다.

목적과 긍휼은 진성리더십의 중요한 두 기둥을 구성하는 윈리다. 진성리더는 목적과 긍휼로 최고의 혁신을 만들어낸다. 진성리더는 긍휼과 목적으로 미래에 대한 약속을 실현해 변화를 완성하는 사람들이다. 진성리더십에서는 리더에게 혁신과 지혜의 샘물이 마른 이유를 긍휼과 목적으로 이어지는 중간 어디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