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전략경영과 본인 저서 <황금수도꼭지, 2019년 샘앤파커스>에서 설파하고 있는 목적경영 사이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경쟁자에 대한 생각일 것이다.

전통적 전략경영에서는 산업 간 분명한 경계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나와 경쟁자가 경쟁하는 싸움터에서 경영전략의 목적은 상대를 제압해서 이기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경쟁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이 적과의 싸움에서 확실하게 이기기 위해 이들의 약점과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 간 경계가 분명하게 구획되고 이 경계 안에서 공동의 고객으로부터 마음을 얻기 위해 싸우는 경쟁이 없다면 경영전략이라는 학문적 전제가 무너진다.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에서는 경쟁자를 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가장 큰 전략적 오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유는 이미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숙되어서 산업 간의 경계가 대부분 무너졌기 때문이다. 초연결 플랫폼 사회는 모든 것이 경계를 넘어 직간접적으로 모쥴로 연결되어 있다. 연결된 모쥴들 사이에는 상호의존성을 기반으로 한 융합의 운동장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기에는 경쟁자처럼 보이는 상대도 그 줄기를 파고 들어가면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플랫폼 시대에 기업들이 겉으로 보이는 겉 모습만 보고 상대를 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행위다. 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나 회사도 뿌리를 추적해 들어가 보면 뿌리의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스파링 파트너이다.

목적경영에서는 회사들의 뿌리를 파고 들어가면 뿌리와 뿌리가 연결되어 줄기를 만든 리좀 뿌리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리좀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상대는 표면적으로 경쟁자로 보여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다. 이 경쟁적 대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덜 적대적이고 경쟁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한 회사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 내 경쟁자로 규정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관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무엘상에 보면 사울 왕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윗은 대성통곡한다. 다윗의 가장 큰 적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주면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던 군사들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윗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다윗은 자신을 그렇게 괴롭혔던 사울왕을 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견고하게 만드는 좋은 스파링 파트너로 생각했던 것이다. 다윗이 사울왕을 스파링 파트너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사울과 다윗을 초월해서 자신들을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둘 간의 울타리를 만들었다.

적으로 생각했던 사람을 자신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스파링 파트너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상대를 초월해서 엮어주는 제 삼의 목적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둘을 넘어 제삼의 객관적 존재로 작용하는 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모든 것은 나나 상대만을 위한 부분 최적화로 막을 내린다. 나와 상대의 부분최적화를 넘어서 전체 최적화를 위해서는 목적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사명의 울타리가 만들어지고 이 울타리에 나와 상대가 들어올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결국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사명의 울타리 만들어 상대를 적에서 스파링 파트너로 전환시켜주는 것이 플랫폼시대 경영의 중요한 끌개의 역할을 수행한다. 회사가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맞춰 사명의 울타리를 진화시키지 못하고 그냥 전통적 산업의 울타리에 의존하고 있다면 실제 우군을 이방인으로 내몰거나 적을 아군으로 환대하는 전략적 오류가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