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4-07 14:00
[N.Learning] 리더십의 본질 길 잃음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3  
리더십의 본질
길 잃음
이 시대 리더십 여정은 사막 여행과 같다. 사막에서는 하루 밤만 지나고 나면 모래 바람이 불어와서 지형을 바꾼다. 본인이 지금까지 공들여 준비했던 지도(경험, 지식, 역량)가 하루만 지나면 쓸모 없게 변한다. 이렇게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여 자신이 준비한 지도가 쓸모 없게 만드는 길 잃음이 초연결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리더들이 현존재로서 직면한 본질이다.
길 잃음이 본질이 된 상황에서도 리더는 구성원들과 같이 정해진 목적지까지 도달해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지금 리더들이 직면한 길 잃음 상황과는 달리 20세기 모든 리더십은 상황이론이었다. 상황이론은 상황에 맞추어 리더는 리더십 스타일이라는 씨앗을 마련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상황에 끼워 넣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리더십이다. 상황이론의 강점은 리더십의 씨앗으로 스타일을 넘어서 상황이라는 토양을 리더십 변수로 도입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론에서 상황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임이 전제된 것이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 상황이 바뀐다면 리더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다시 바꿔 상황에 맞춰가며 살아야 한다는 이론이 상황이론이다. 상황을 리더십 변수로 도입한 기여도 있지만 상황이론은 결국 리더를 상황이라는 운명의 감옥에 가두었다.
상황이 상당 기간 고정되어 지속된다는 가정을 가진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는 사막 여행자의 비유가 웅변적으로 설파하듯이 변화가 상수가 된 세상이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는 상황이론의 전제가 작동하지 않는 시대이다.
21세기 리더가 알아야 할 것은 상황이 수시로 바뀌면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이 작동하지 않는다. 리더가 제대로 자신의 상황을 파악한다면 20세기 리더와는 달리 21세기 리더십에서는 길 잃음이 본질이라는 점을 각성한다. 21세기 리더란 끊임 없이 길을 잃을 운명이고 길을 잃은 자신을 신속하게 일으켜 세워 다시 길을 가는 사람이다. 21세기 리더의 역량은 길 잃은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신혹하게 다시 길을 찾아 나서는 민첩성(Agility)다.
사실 변화가 성과인 리더에게 길 잃음은 원래부터 리더십의 본질이었다. 리더는 성과로 명명하던 비전으로 이야기하던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리더십에 성공했다는 것은 변화를 만들었다는 것이고 변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상황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설사 상황에 맞춰 리더십 스타일이 작동되면 이 성공의 결과는 상황 요구를 충족한 것으로 만들어 더 이상 같은 스타일이 작동되지 못하게 만든다. 성공한 리더십은 상황을 충족된 상황으로 바꿔 다른 리더십을 요구하게 한다.
Green Peak & Cornell Study는 포춘 기업의 CEO로 등극한 사람들과 탈락한 사람들을 구별해주고 있다. 이들을 가르는 자질은 정체성이었다. 당연하다. 리더십의 본질이 길 잃음이고 시시각각 길을 잃은 상황에서 리더로 CEO가 되기까지 지속적으로 성공해왔다는 것은 정체성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길 잃음의 상황에 잘 대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의 의미는 자신이 과거 어디에서 왔고 지금은 어디에 서 있고 어떤 목적지를 향해서 가고 있는 지를 아는 것이다. 이들을 정체성도 없이 갖은 경험과 역량과 지식으로 무장하고 최대한 속도를 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길을 잃는 리더와는 달랐다. 이들도 때로는 속도를 내었겠지만 이 속도 속에는 자신의 정체성이 가르쳐주는 목적지가 있었다.
길을 잃은 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라면 문제는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신속하게 다시 길을 찾는 회복력을 보이는 지가 리더십에서 최고의 역량이다.
우리는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잃은 마지막 지점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찾기 시작한다. MS의 나델라가 MS를 살려낸 전략인 Hit Refresh도 이점을 착안한 전략이다. 코더들은 코딩에서 잘못을 발견했을 때 마지막 작동하던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Hit Refresh한다. 나델라는 MS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성찰하고 MS을 Hit Refresh해서 살려냈다.
Hit Refresh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의 전제는 자신이 길을 잃었던 마지막 지점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앞만 보고 달리다 길을 잃은 지점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이 상황은 치매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일치한다. 치매 환자들은 길을 잃었어도 과거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자신이 길 잃은 지점을 복원해내지 못한다. 길 잃은 지점을 복원하는 과거는 기억 속에 있다 사라지는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의 잘못이나 성공을 성찰해 현재로 부활시킨 과거만 현재에도 살아 있는 과거이다.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여 현재로 부활시키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지우고 잊고 살고 있었다면 길을 잃었을 때 복귀해야 할 과거의 시점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일본이 30년 간 길을 잃은 나라가 된 것도 미래를 보고 달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성찰을 외면하는 동안 잘못된 과거 복원 시점을 가지고 있었고 길을 잃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Hit Refresh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본은 제대로 성찰만 하면 엄청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
과거가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면 언젠가는 잊혀져서 사라진다. 잊혀진 과거는 길을 잃었을 때 복원지점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과거는 잘못과 성공이 성찰되고 학습되어 현재로 이르는 길로 부활해 있을 때만 복원지점을 제공하는 살아 있는 과거가 된다. 리더가 정체성이 있다는 것은 오래된 새길이 되어 나타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목적지를 연결해주는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