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4-07 14:05
[N.Learning] 시대의 건달, 채현국 어른 고인이 되다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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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건달, 채현국 어른
고인이 되다
채현국 선생이 86세 일기(1935년 3월 16일 - 2021년 4월 2일)로 고인이 되셨다. 고인의 마지막 직책은 효암학원 이사장이시다.
연탄공장을 하다 초기 사북탄광에 들어가 흥국탄광을 설립한 아버지를 도와 사업을 일구어 한때는 소득세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돈을 벌었다. 본인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KBS에 PD 1기로 입사했으나 KBS가 박정희 정치 선전의 도구라는 사실을 알고 3개월만에 퇴사한다. 그 후 아버지 탄광사업을 도와 그 당시 흥국이란 이름이 붙은 20여개의 기업을 일구었다. 유신이 선언되자 정권과 결탁하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 재산을 직원들과 광부들에게 나눠주고 사업을 접었다.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당시 흥국탄광에 근무하던 직원들의 급여가 공무원들의 6배 정도였다. 사업을 접었을 때 모든 광부들은 퇴직금으로 자신 퇴직금의 3배 정도의 금액을 정산 받았다. 그후로는 아버지가 설립한 효암 학원 이사장으로 평생 학생들을 젊은이 답게 성장시키는 일에 헌신했다.
내가 채현국 선생을 처음 안 것은 2015년 벗꽃 필 때 즈음 뉴스타파에 방연된 시리즈 <목격자>를 통해서이다. 뉴스타파에서 선생님을 <시대의 건달>로 소개했다. 소개 도중 효원학원을 보여주는데 학교 복도에 가장 큰 사진으로 걸려 있는 두 사진이 체게바라와 전봉준이었다. 의도는 학생들에게 사회주의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었다. 시대와 타협하지 말고 혁명가의 삶을 꿈꿀 때 비로소 늙어서도 꼰대의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구가해가며 자신의 미래를 만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체육관에 꾸며 놓은 인물들도 채플린, 유관순, 간디, 테레사, 김구, 아인쉬타인, 안창호, 안중근이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꾸며 놓은 인물들의 영적 스파크를 받아가며 전형적 체육 시간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같은 교육자로서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 평소 이영희 선생과 신영복 선생님을 내 삶이 지향하는 모형의 초기 값을 구성하는 스승으로 설정하고 있었는데 이 영상을 보고 채현국 선생님도 내 미래 삶이 지향해야 할 인물로 모셨다. 효원학원은 내가 정년 퇴임하고 해보고 싶은 일 한 가지를 상기시켜주었다. 제도 교육과는 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을 리더로 성장시키는 대안학교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구상을 구체화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다 성숙된 정신모형을 가진 어른들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지지만, 아이들, 청년들에게 진성리더로서 정신모형의 초기값을 만들어내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채현국 선생님이 생전에 자신을 건달로 불러 달라고 주문하신 것을 기억한다. 김두환과 같은 일반 건달은 정치적 패거리의 두목으로 자기 편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밥 먹듯 줘가며 자신의 왕국에서 자유를 핑게로 제 멋에 산 사람이다. 대부분 지금 시대 정치가들은 시대가 흘렀어도 자신의 것을 나눠 주기보다는 정치라는 교묘한 이름으로 남들의 몫을 뺏어가는 환생한 김두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작 김두환이 환생해 지금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이들 정치 양아치들과 자신과 같은 정치 건달을 구별해달라고 주문할지도 모를 일이다.
채현국 선생이 보시기에 지금과 같은 헬조선이 만들어진 것도 이런 정치 건달들이 젊은 시절 시대적 건달을 포기하고 시장이 되고 국회의원도 되가며 자신과 가족의 밥그릇만 지켜가는 삶에 천착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헬조선은 오래전부터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기성세대가 젊었을 때 이미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벗어나지 못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을 위한 더 큰 미래를 포기한 결과가 지금의 헬조선이다.
채현국 선생님의 가르쳐주신 더 멋진 건달은 기득권에 대해 노예로 살지 않고 미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삶을 의미한다. 채현국 선생은 시대를 초월해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미래를 남기고자 헌신한 <문화 건달>이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챙기는 악취가 진동하는 기득권 세상에 대항해 행패를 일삼는 건달로 살기로 작정한 것이다.
많은 가르침을 주고 떠나신 채현국 선생님의 명복을 의해 기도드립니다. 선생님 육신은 영명하셨지만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삶의 지혜는 제 삶의 씨줄과 결합해서 새로운 내러티브로 영원히 부활하실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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