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의 출구조사를 성별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30에 해당하는 MZ 세대 남성들의 여당에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2030 세대에게 닥친 불안은 일자리, 주거 등 미래에 대한 점증하는 현실적 불확실성에서 발원했다. 이들의 현실적 불안을 의도적으로 무시라도 하듯 여당 후보가 MZ 세대의 이념적 경험치를 언급하면서 뇌관을 두드렸다. 이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이념이 아니다. 먹고 사는 미래에 대한 현실적 불안이다. 여당 후보의 이념 지향에 대한 언급은 이 후보가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현실 감각이 없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여당 후보의 발언은 지금의 집권당이 자신들이 직면한 미래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게 만들었다. 이런 와중 터진 LH 직원들 부동산 비리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무능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상이 아니라 코 앞에 닥쳐온 현실임을 자각시켜 결국 폭탄을 터트렸다.

미래의 문제는 아직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MZ 세대에게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쓰나미이지만 기성 세대에게도 막중한 이슈이다. 강남의 폭등한 부동산 가격을 세금으로 거두어 들이는 정책도 강남의 5060대 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켰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미래가 부도나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지 이들에게 어떤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폭증하는 세금은 이들의 미래도 철옹성이 아니라는 것을 예고했다. 미래가 불안해진 이들 강남의 기성세대도 이번 선거에서 2030 대열에 합류했다.

본인이 여러 차례의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 정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은 좌파 우파의 정치적 이념 논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미래동력를 찾는 일이다. 여당은 척폐청산 추동력을 미래창출로 연결시키는데 실패해서 결국은 적폐청산에 대한 추동력도 상실했다. 미래를 잃은 정치 시계탑은 20년 전에서 멈춰서 있다.

한 마디로 여당은 이번 선거가 성에 대한 이슈에서 촉발되었기 때문에 여성 후보를 냄에 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을 수 있지만 MZ 세대의 남성들은 이들의 신뢰성에 더 의심의 눈초리를 던졌다. 집권당이 당헌 당규를 바꿔가면서 후보를 내는 정치적 야욕을 목격하자 성다양성의 이슈보다는 이들에게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자신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지의 자질을 더 의심했다. 언제던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얼굴을 바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믿고 맡긴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집권당의 무능과 이들에 대한 분노가 결국 표에서는 야당에게 몰표로 표출되었지만 지금의 야당이 2030세대에게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선거에는 흔히 나쁜 놈만 출마하니 비교적 덜 나쁜 놈을 뽑는 것이라고 농담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새 프래임이 들어섰다. 180석이나 주며 제대로 해보라고 했는데 성추행으로 시장직이나 뺏기고 그러고도 자신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며 계속 내노남불 해가며 헛발질만 해대는 정말 꼴도 보기 싫은 추한 놈과 정말 나쁜 놈의 프레임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분노한 유권자들은 얼굴도 보기 싫은 추한 놈보다 나쁜 놈을 선택했다. 차라리 나쁜 놈을 뽑지 꼴도 보기 싫은 추한 놈과는 절대 상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 마디로 이번 선거는 유권자의 분노가 대거 폭발한 감정선거였다.

이런 선거 프레임의 변화 속에서 지금 야당의 행태나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젊은이들의 분노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보인다. 야당이 승리에 도취해 지금 상태에 머문다면 이번 선거에서 얻었던 2030대 남성의 지지는 다음 대선에서 신기루가 될 것이다. 특히 엄중한 심판 선거였음에도 민주당을 이념적으로 지지하는 35~40%대 바위층이 굳건하게 존재한다는 사실과 무슨 이유에서인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50%대의 유권자들을 생각한다면 이번 선거결과는 국민이 야당에게 지금까지의 정치를 반성하고 스스로 환골탈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좌파냐 우파냐의 이념이 아니라 미래 창출에 대한 이슈는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등장할 것이다. 누가 대한민국의 언론, 사법, 부동산 등으로 분출되고 있는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고 적폐청산의 산을 넘어 미래를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는 통찰력, 비전, 정치가로서의 식견과 청렴성을 가지고 있는지가 다음 대선 승리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과거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제대로 실현한 결과로 존경도 받아가면서도 사랑도 받을 수 있는 대통령을 간절히 원할 것이다.

부동산에 모든 유동자금이 몰린 것도 따지고 보면 집권당이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시장이 신뢰를 잃은 결과이다. 이 정권에서 더 좋은 미래의 초석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자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미래를 위한 생산적 활동이 아니라 대표적 지대추구 행위인 부동산 투기에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한 마디로 부동산 투기와 폭등은 집권당이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시장의 회의 때문에 치르게 된 대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