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 #DNA

생물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개체를 생산해내야 한다. 생식은 자손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의미한다. 생식은 다시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으로 나뉜다.

유성생식은 사람이 태어나는 방식처럼 암 수 생식 세포의 결합과 수정으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생식에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런 단점에 비해 생식을 진행할 때마다 염색체의 조합이 달라져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환경이 달라져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이 다양성 때문이다.

무성생식은 생식을 담당하는 장기나 세포의 형성 없이 자신과 똑 같은 유전자를 가진 개체 수의 증가가 일어나는 경우다. 아메바처럼 세포 분열을 하거나 효모처럼 자신의 몸에서 돌기가 나와 분열하거나 버섯처럼 포자가 떨어져 나온 후 혼자 분열하여 새로운 개체가 되는 방식, 식물의 뿌리, 줄기 등을 그냥 심어 놓으면 세포가 분열해서 새로운 개체로 자라는 영양생식 등이 무성생식으로 분류된다.

무성생식은 최대한 단 시간에 자신과 유전자가 똑 같은 세포를 만들 수 있지만 다양성이 없어서 환경이 변화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유성생식은 생태계 DNA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지만 무성생식은 다양성 증가없이 무질서한 앤트로피만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동물과 식물이 DNA 생식을 통해 자연선택에 종속되는 삶을 산다면 인간은 이런 자연환경에 선택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삶을 넘어서 문화적 환경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가는 유전자는 소위 밈(meme)이라고 부른다.

아직도 인간의 결혼을 통한 유성생식은 자연선택의 개연성을 남겨 놓고 있지만 인간은 밈을 통해 만들어낸 문화적 환경을 통해 자연을 넘어서 역사 문화 공간을 만들어냈다. 현대 인간은 자연선택을 못 받아서 생존을 못할 확률보다는 역사나 문화적으로 적응을 못해서 생존하지 못할 확률이 더 큰 세상에서 살고 있다.

생물학적 몸이 유성생식이나 무성생식을 통해 자손을 퍼트리는 것처럼 문화환경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단위인 밈(Meme)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복제를 거치며 개체수를 늘려 문화환경을 채워나가는 방식도 유성생식이나 무성생식의 방식과 비슷하다.

밈에서의 유성생식은 독립적인 철학과 생각을 가진 밈들이 다른 독립적인 생각과 철학의 밈과 만나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밈을 만들어낼 때를 의미한다. 무성생식은 어떤 주어진 철학과 생각의 변용 없이 만들어진 밈이 삶의 장면에 있는 그대로 채용되고 복제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남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만들었다면 유성생식에 성공한 것이다. 유행을 따르거나 유명 브랜드 명품을 이용하거나 팬카페에서 열성 팬으로 활동하는 것은 새로운 밈의 탄생 없이 개체수를 늘려가는 무성생식의 방식이다.

독창적(Originality)이라는 것의 원래 의미는 어떤 개체가 유성생식의 방식을 이용해서 자신의 개체성을 완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무성생식을 통해 만들어진 다른 사람의 단순한 카피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개체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존재이고 이 존재의 작가와 조각가는 자신이라는 의미다. 인간은 밈의 유성생식을 통해 단순한 앤트로피 증가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새로운 더 높은 차원의 질서의 단초를 만든다. 인간은 앤트로피의 증가를 넘어서는 밈에 기반한 더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고 이 질서가 다른 밈들에 의해 지지를 받음에 의해 번성을 누려왔다.

하지만 밈의 유성생식 성공은 새로운 번식에 성공한 것이지 번성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개체가 유성생식으로 탄생해도 유사분열이라는 세포분열을 통해 충분히 주체적 개체로 활동할 정도로 성숙해야 한다. 유사분열을 통해 몸이 성장하는 원리처럼 성장해야 하고 이 성장을 통해 제시된 내용을 누군가가 채용해주고 전파해주는 카피들이 존재할 때 새롭게 생식된 밈은 살아남고 번성을 구가한다.

자연선택된 유전자를 보유한 개체는 환경에 적응해서 생존을 구가하지만 새로운 밈은 단순한 적응의 문제를 넘어서 이 밈이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담고 있을 때 선택된다. 공동체의 운명에 어떤 세계관으로 기여할 할 수 있는지가 특정한 밈의 선택가능성을 높여준다. 탄생한 개체가 기존 밈들보다 더 가치가 있는 세계관을 함축하고 있을 때 이 새로운 밈은 다른 밈에 의해 선택되고 카피되어 생존을 넘어 번성을 구가한다. 유성생식으로 자신에게 고유한 밈들이 많이 만들어졌어도 이 밈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무성생식되거나 유성생식되지 못한다면 그냥 자식만 많이 만들었지만 이들 먹여 살리기조차 힘든 흥부집안을 만든 꼴이다. 번성하는 독창적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었어도 어떤 하나도 현실로 구현하지 못한 경우다. 결국 앤트로피만 늘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뛰어난 밈을 통해 만들어진 문화적 환경은 의도 없는 자연선택과는 구별되는 인간의 의도가 적극적으로 개입된 문화선택의 환경을 만든다. 세상에 대해 새롭고 독창적 세계관을 담고 있는 철학은 주체적으로 만들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도적으로 채용되고 복제되는 현상이 자연선택과 대비되는 문화선택이다. 문화선택은 다양성의 앤트로피를 더 높은 차원에서 자기조직화해서 새로운 질서로 만든 것이다. 차별화된 삶이란 이런 다양성이 증가되는 공간에서 어떤 특정한 밈이 다른 밈에 비해서 더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을 보여줄 때를 의미한다.

문화선택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독립적 질서형성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밈의 압력은 생물학적 유전인자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부터 우유를 섭취가 생활 양식이었던 유럽인들에게는 동양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우유를 소화시키는 유전인자가 발현된 것이 한 예다.

물론 아직도 결혼을 통한 생물학적 DNA가 자연 생물학적 환경을 넘어 가계를 통해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자연환경 속에서 적자생존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문화적 밈을 통해 주체적이고 의도적으로 구성한 문화적 질서를 통해 생물학적 DNA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인들은 자연환경에 적응을 못해서 생존하지 못할 확률보다는 문화적 환경에 맞는 자신만의 밈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내고 복제시켜 자신만의 질서를 만드는 일에 실패해서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

경영전략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종류의 차별화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밈의 차별화를 의미한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경영전략에서 주창하는 목표를 더 잘 실현하는 역량수준의 차별화를 넘어서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소명하는 철학과 이론을 실현하는 목적수준에서의 차별화만이 제대로 된 밈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차별화 원리라고 주장한다. 경영전략에서 주창해온 차별화는 모두 앤트로피만 증가시키는 무성생식 수준의 차별화라고 규정한다. 유성생식 수준의 더 높은 차별화는 목적에 대한 각성과 이 각성을 통해 얻어낸 밈을 자신의 비즈니스 모형의 몸에 제대로 배아 시킴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

지금 시대의 문화적 환경에 의해 선택 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삶을 살고 있는지는 본인이 보유한 밈(Meme)이 유성생식자인지 무성생식자인지에서 시작된다.

내 존재는 무성생식을 통해 만들어졌는가? 아니면 유성생식을 통해 만들어진 존재인가? 우리 회사는 남들의 밈을 카피하는 회사인가? 밈을 만들어내는 회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