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이나 의사결정에 관한 주제로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에게 자주 상상적 사고 실험을 위해 던졌던 질문이 있다.

우리 팀원 중 한 명은 남미의 오지에서 고객과 만나고 있고 한 명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고객과 만나고 있다. 이 나라는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안되 둘 사이에 소통이 끊어졌다. 이 둘의 의견을 취합해서 회사의 사활이 결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팀장은 맨붕에 빠져 있을 법한데 무사태평이다. 이 팀장은 어떻게 이렇게 엄중한 상황에서 태평스러울 수 있을까?

상황은 완전히 탈 동기화(Non Syncronization)의 정점을 찍은 상황이다. 시간과 공간 모두 연결이 끊어졌다. 이처럼 완벽하게 탈 동기화된 상황에서도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의 핵심은 소통과 결정의 기술적 방식을 넘어서 이 세 사람이 같은 지도를 공유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화두를 이해시키기 위한 실험이었다. 같은 지도는 팀이 공유하고 있는 팀의 목적, 비전, 가치, 기본적 업무 프로세스를 담고 있는 정신모형을 의미한다. 이들이 같은 지도를 보고 있다면 본인이 상상적으로 가정한 상황이 와서 소통이 끊어져도 비동기화 되지 않는다. 애매모호한 상황을 만나도 구성원은 개개인은 지도에 나타난 중요한 가치와 목적을 중심으로 해석할 것이고, 의사결정도 지도가 방향을 잡아 준대로 할 것이기 때문에 탈로할 염려가 없다.

공유할 수 있는 같은 지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지금과 같이 코로나 때문에 하게 된 재택근무 상황에서 더 엄중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지도가 있을 때에만 재택근무와 출근 근무가 혼재해 돌아가는 즉, 장소나 시간이 비동기화 되어가는 일터(Non Syncronized Workplace)에서도 일 중심으로 "Are We On the Same Page?"라는 질문을 던져 일 중심으로 작업 프로세스를 동기화(Syncronization)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공유된 정신모형은 시간과 공간이 비동기화된 상황에서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기화를 위한 수단이다.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된 정신모형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이 정신모형은 구성원에게 같은 페이지(On the same page)에 있다는 가상적 일터의 울타리와 작업공간을 마련해준다.

이런 정신모형에 대한 공유와 믿음은 구성원들이 다른 장소 다른 시간이라는 비동기화된 상황에서 일하더라도 정신모형에서 정한 목적과 비전과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구성원 간 협업을 가능하게 만든다. 협업은 이런 구성원들을 묶어주는 제 삼의 운명을 공유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것이다. 자신 회사에서 협업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런 공유된 정신모형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원들이 이 정신모형을 믿고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비대면 디지털 상황에서 이런 정신모형을 공유하고 있을 경우 가짜일(Fakework or Psuedo Work)이 사라진다. 비대면 상황이 오기까지 회사에서 전형적으로 보인 대표적 가짜 일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것과 할 일도 없는데 늦게 까지 직장에 남아 있을 때이다. 일하는 것이 중심이 아니라 직장에 나타나 얼굴 보이는 것으로 일을 평가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번지기 시작하면 직장에 힘 있는 사람들에게 얼굴 잘 보이는 정치를 일로 착각하는 현상도 번진다. 어떤 조직에 조직정치가 창궐하는 이유는 다 이런 가짜일 때문이다. 이런 가짜 일이 진짜 일을 몰아낼 때 회사는 참석하는 회의 수, 작성한 보고서 수 등 관료적 문서화의 숫자로 일의 가치를 잘못 판단했다.

구성원이 정신모형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가짜 일들이 조직에 들어설 개연성이 사라진다. 관리자가 구성원을 밀착 감시해가며 마이크로 매니징 해가며 성과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모형에서 고객에게 한 약속을 위해 자신이 어떤 역할로 어떤 실질적 기여를 했는지의 역할에 대한 책무성(Accountability)과 이 책무를 위한 역할을 수행해 고객에게 가치충격을 주었는지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이다. 가짜 일이 사라진 조직에서는 R&R 책임이 아니라 책무성(Accountability)과 가치충격(Impact of Value)이라는 A&I가 평가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정신모형을 공유할 수 있을 때 요즈음 조직이 사활을 걸고 주창하는 유연성도 증가한다. 자신의 책무성을 달성하는 방식에 관리자가 개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가장 유연한 방식과 스케줄에 따라 약속된 역할과 책무를 수행하면 된다. 장소가 집이 아니라 카페나 공원이어도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진짜 협업이 필요할 때만 회사 사무실에 모여서 집중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회사에 그렇게 많은 사무실 공간을 만들어 놓을 필요도 없다.

회사 HR이 핵심적으로 해야할 일은 이런 새로운 일터에 적합한 플랫폼을 구성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모듈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있는 공간을 모두 사무공간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의 기반을 마련해주고 회사의 정신모형에 기본적으로 일이 시작되고 완성되는 Work Flow Map을 모듈로 장착해준다. 또한 이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Upskilling이나 Reskilling을 통해 경력을 더 유연하게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경력관리 시스템을 플랫폼 모듈로 장착시켜는 것도 HR이 해야할 일이다.

또한 회사에서 정신모형을 기반으로 통합된 일터의 개념을 제공할 때 구성원들은 스스로가 일의 목표를 세우고 이에 대한 자기통제 할 수 있는 훈련 받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 자기 감시해가며 일하는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구성원들을 위한 정신건강이나 웰빙의 프로그램도 HR이 신경써야 할 플랫폼의 한 모듈이다.

산업화의 역사는 집과 직장을 구분하는 상징인 사무실의 탄생에서 시작되었다. 디지털 시대는 사무실과 집을 다시 초윌하는 일터의 개념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Anyplace, Anywork, Anytime이 새로운 디지털 시대 일터의 개념이다.

이런 신 일터 개념에 기여한 곳이 바로 스타벅스다. 스타벅스가 새로운 공간 개념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어느 날 실직한 근로자가 집에 실직 사실을 이야기도 못하고 스타벅스에 와서 자신의 이력서를 작성하는 고통을 목격한 설립자 슐츠가 사무실과 집이라는 공간에 제 삼의 공간으로 스타벅스를 디자인 해서 지금의 스타벅스를 진화시켰다.

디지털 시대 이런 일과 일터의 동기화(syncronization)를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공동의 정신모형이라는 지도를 가지고 있는지 구성원들은 이 지도에 기반해서 어떤 장소든 어떤 시간이든 자신의 일을 스스로 정의하고 수행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HR 담당자나 CEO가 자신 회사와 팀에 공유된 정신모형이라는 지도도 없는 상황에서 업무를 디지털화 시킬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주장은 허황된 주장이다. 밑이 빠진 독에 물을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