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의 향방이 인구학적으로 이대남에 의해서 결정되었다고 분석하는 정치가들이나 기자들이 이대남 대 이대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나는 이런 신조어가 남성우월주의 여성우월주의를 주창하는 대문자 남성과 대문자 여성간의 편 싸움과 국론 분열만 부추기는 시대착오적 용어로 생각한다. 더 맘에 안 드는 것은 기성정치가나 시대의식 없는 언론인들이 특정 대학교를 연상시키는 네이밍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를 화합이 아닌 조롱의 정치로 희화화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본질은 대한민국 정치가 이들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보여주지 못해 불안해지자 지금 가진 것이라도 제대로 챙겨야 한다는 공정성 이슈로 불꽃이 번진 것이다. 미래로부터 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불안해진 젊은이들 특히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더 받았다고 생각하는 젊은 남성들이 더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대남 이대녀는 기득권 정치가들이 미래를 상실한 책임을 이들 젊은이들에게 돌려 자신들의 실기를 숨기기 위한 정치적 공모일 뿐이다. 정치가들이나 언론은 이런 이대남 대 이대녀와 같은 분열을 부추기는 시대착오적 용어를 자제하고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이 어떻게 미래를 다시 복원해갈 것인지에 대한 이슈의 본질을 찾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대남 이대녀의 문제가 아니라 남을 인정하지 않는 패거리 의식이 섞어 곪아 터진 것이다. 패거리 동질성을 초월해 다양성을 받아들여 미래의 성장과 번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이슈이다. 지금 성 이슈도 상대 성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동질성 의식이 곪을 대로 곪아 있다 미래를 전혀 준비하지 못한 젊은 남녀에게서 터졌을 뿐이다. 자신의 성을 넘어 상대의 성의 존재를 인식하는 성 다양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니 세대간 다양성, 학벌, 지연, 학연 등의 고질적 다양성 이슈가 더 이상 해결의 실마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가장 앞에서 가로막고 있는 성 다양성 문제도 진실하게 해결되지도 못하는데 다른 다양성 이슈는 거론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해결이 늦어지니 거래비용과 사회적 부패가 급증했다. 어느 나라 어느 조직이든 변화가 상수가 된 세상에서는 다양성이 전제되지 못한다면 미래는 창출되지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미래가 상실된 이유는 성 다양성에서 막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다양성 이슈에 대해서도 물꼬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성 다양성 해결을 위한 물꼬를 찾기 위해 여성들이 국가의 의무인 병역에 기여하는 것도 미래창출을 염두에 두고 건설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기술 발전 수준을 군대로 업그레드 시킨다면 여성의 신체적 제약은 더 이상 큰 제약이 아니다. 지금도 이미 많은 여성들도 문제 없이 훌륭하게 국가 방위 임무에 헌신하고 있다. 성을 생물학적으로만 보는 마음의 편견과 장애가 더 문제다. 여성들의 병역에 대한 기여는 남녀간 불평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물꼬를 만들어 줄 것이다. 여성들의 의무에 대한 기여를 통해 얻어낸 지뢰대는 직장과 가정에 편재하는 제도화된 불평등 문제에 대한 더 강력하고 정당한 문제 제기가 될 것이고 이에 대한 가시적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이다. 남녀 간 가장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하는 <양육과 돌봄의 사회화>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20세기 초까지도 영국은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았다. 의회는 남성만으로 채워졌고 모든 법률은 남성을 위한 법률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당시 여성 운동의 선각자였던 에멜린 팽크허스트 Emmeline Pankhurst 여사가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달라"고 시위하기 시작했다. 판크허스트는 1908년에서 1914년까지 13번이나 투옥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14년 제 1차 대전이 발생했고 전쟁이 지속되면서 영국의 모든 젊은 남성들이 죽어나갔다. 전쟁에 패배한다면 영국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를 직시하고 팽크허스트는 목적함수를 여성의 참정권 쟁취에서 영국의 생존으로 바꾸었다. 목적함수를 바꾼 후 팽크허스트 여사는 참정권 쟁취 투쟁을 잠시 접어두고 전쟁에 나가서 희생하는 남성들을 돕기 위해 여성들도 군수공장에 가서 군수물자를 만들자라는 캠패인을 주도했다. 전쟁이 연합군 승리로 끝나자 영국정부는 여성들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1918년 3월 여성들의 참정권을 의회에서 비준했다. 13차례나 투옥되면서도 해결할 수 없었던 여성의 참정권을 목적함수를 바꿈을 통해 해결한 것이다.

여성들의 국방의무에 대한 참여는 가장 초보적인 형태에서 시작해서 프로토타입을 마련하고 이를 개선해가며 완성해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ICT 기술 발전을 군대에 적용한다면 신체적 성차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기회에 군대도 근원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이다. 2년 동안 허송세월하고 제대하는 군대가 아니라 이스라엘 수준으로 개혁해 젊은이들을 위한 기회의 장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군대가 같은 국민으로 공유된 책임이자 의무를 이행하는 장을 넘어서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실험할 수 있는 운동장이자 리더십의 도장으로 제공된다면 군대를 회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여가부도 지금의 좁은 기능을 벗어나 다양성 및 포용부(Diversity & Inclusion)와 같은 형태로 새롭게 태어날 필요가 있다. 다양성 증진과 재능 있는 소수를 발굴해 국가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 동참 시키는 문제는 국가의 명운이 달린 문제이다. 지금의 여가부는 이렇게 확대된 부서의 한 모듈로 정착시켜 다른 다양성 모듈과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들 사이에서 평등에 관한 목적함수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지금 목격하고 있는 남녀 청년들 간 벌어지고 있는 성에 관한 지루한 정치적 싸움은 생산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대남 이대녀가 실체가 있다고 믿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이들은 기성정치가나 기성 언론인의 미래 상실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싸움에 용병으로 동원되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남녀 평등과 공정성에 대한 이슈는 변혁을 위한 초기값으로 중요성은 인정되겠지만 여기에 자신들의 미래를 매몰시켜서는 안된다. 공정성은 미래가 상실되었을 때 분풀이 하는 대상일 뿐이다. 이미 공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 공정성을 고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수준을 벗어나 더 깊은 근원부터 이미 잘못된 것이다. 남녀 평등이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남성과 여성이 인간존재로 서로의 성숙을 염원하는 상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겨냥해야 할 목적함수는 여성과 남성이 평등을 넘어 서로가 사회의 번성을 위해 기여하는 인간존재로서의 엄숙함이다. 이 엄숙함이 대한민국 사회의 장면 곳곳에서 실제로 실현되어 나라가 번성을 누릴 때 성 다양성의 이슈는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만들어졌을 때 이런 상태에 기여한 여성과 남성을 비율을 사후적으로 정산해보니 거의 비슷한 숫자가 만들어졌다면 성 다양성도 실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