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ESG 기반의 지속가능경영을 법제화 하기 위한 준비로 블록체인 기반으로 공급망 이력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공급망은 중국 중심이었다. 이런 중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에 대지진이 발생하는 셈이다.

공급망은 원료의 이입에서 생산 제조 유통 소비에 이르는 벨류체인을 의미한다. 이입에서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도 없는 거래가 발생한다. 공급망 중간에 어떤 기업의 비윤리적이고 환경침해적 요소가 들어가도 이것이 다음 단계로만 들키지 않으면 그럴싸하게 포장되면 마지막 단계에서 ESG 표준제품이라는 마크가 찍혀 유통된다. 공급망의 다음 단계에 있는 기업들도 부품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이런 부패 관행에 눈을 감게 되는 시스템이 지금의 공급망 시스템이다.

EU는 이런 공급망 체계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거래이력을 추적하고 공개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극대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중국의 위기이다. 그간 중국은 공급망의 상당 부분에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공급망의 복잡한 연결을 이용해 싼 임금과 환경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재와 검증된 정품이 아닌 부품을 사용하여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블록체인 거래기술이 도입된다는 것은 중국 전체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투명화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중국 전체의 사회시스템이 투명하게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는데 중국 공산당의 부패수준과 이 부패사슬에 엮어 있는 기업들의 불투명성을 고려하면 지금 시작해도 아마 20년 후에나 수준달성이 가능한 일이다. 공산당이 지금 당장하겠다면 아마도 내 외부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게는 엄청난 기회다. 이 기회를 누리기 위한 조건이 있다. 한국의 기업 정부 사회시스템의 투명성도 이 수준에 맞춰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부동산으로 불거진 한국의 부정부패 문제나 국제 투명성 기구의 발표를 보면 한국도 중국 못지 않게 정치 관료 사법 체계가 부패해 실제로 많은 거래비용을 치루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래도 중국보다는 낫다. 대한민국에서는 중국처럼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지 못한다. 기업은 자율권을 가지고 투명성을 리드할 수 있다. 기업이나 정부가 투명한 가치창출의 사명을 세우고 더 높은 곳에 조성된 더 평평한 운동장에 올라탈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도 미래가 있다.

지금 일고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논쟁도 이런 투명한 미래의 거래를 만드는 기술과제로 프레임이 돌려져야 한다. 암호화폐가 지금처럼 결과의 수준에서 투기의 대상으로만 개념화되고 투명한 블록체인 거래의 원천기술로서의서의 가치를 망각한다면 암호화폐가 제 무덤을 파는 셈이다. 설명도 없이 무조건 틀어 막지 말고 이런 비전을 세우는 일에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주기를 바란다. 기업과 정부는 대한민국에 찾아온 기회를 발로 차버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