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 아카데미의 소크라테스 클럽에서 레비나스의 <전체성과 무한>을 읽고 있다. 레비나스는 존재의 중심을 자아에서 타자로 옮길 때 생길 수 있는 기적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레비나스의 타자는 타아와 구분된다. 타아는 우리가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은 역할모형이다. 타아되기는 이들을 카피하고 벤치마킹해서 자신의 인격성을 지워버리는 행위이다. 자신을 몰개성화시켜 남들의 아바타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남들의 동질성에 자발적으로 포획당해가며 자신을 남의 노예로 종속시키는 행위가 <타아되기>이다.

레비나스가 주장하는 <타자되기>는 다르다. 보통사람들은 자신을 노예로 만든 보복으로 남들을 자신의 동질성으로 포획하는 전쟁을 치르고 이들을 자신이 만든 감옥에 포로로 가둘 것이다. 타자되기는 이런 전쟁 욕망을 넘어서 차라리 남들이 고통을 감내해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응원해가며 한 편으로는 이들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도 환대함을 통해 이들을 스승으로 세워는 것을 지칭한다. 진정한 윤리적 주체로 거듭나는 학습 행위가 타자되기다.

레비나스가 요구하는 타자되기는 타아되기나 타인을 자신의 전쟁포로로 포획하는 것이 아니다. 타자의 고통에 대한 환대를 통해 타자와의 관계적 투명성을 향유하는 진성리더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레비나스에게 타자는 고통의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고아나 과부, 죽음, 자아실현을 넘어서 윤리적 주체로 다시 태어나 타아실현을 열망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 성숙한 주체는 지금처럼 이기적 삶을 통해 개인의 욕망을 극대화 하는 것을 삶의 모든 것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생소한 타인이다. 타자되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보내는 고통의 본질에 대해 진심으로 환대할 수 있는 근력이 요구된다.

타인은 따지고 보면 자신과 동일한 생각을 가지지 못한 모든 대상을 지칭한다. 틈만 나면 이들이 나와 동일한 생각과 철학을 가지도록 전쟁하고 이 전쟁에서 승리해 나를 중심으로 통일된 세상을 만들려 시도한다. 정치적으로 힘을 만들기 위해 자아는 학연, 혈연, 지연, 여성과 남성 등 우리라는 무리를 만들고 여기에 동질성의 라벨을 붙여 외연을 확대시킨다. 우리에 포함되지 못한 모든 대상이 타자이다. 아무리 혈연, 지연, 학연, 남성 여성 등 우리의 범주를 키워도 무수히 많은 타자가 가진 무한의 숫자를 이길 수 없다. 무한의 숫자를 넘어서려는 정치적 노력이 우리라는 동질성 집에 균열을 심화시킬 뿐이다. 동질성으로 사람들을 포획하려고 노력할수록 적이 아니었던 사람들도 다 적으로 둔갑한다.

이런 관점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평소 적대시하는 적과 경쟁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랠 것이다. 자신과 우리의 범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타자이고 암묵적으로 이 타자를 경쟁자이자 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삶이 힘들고 팍팍했던 이유는 무한에 가까운 이들 모두를 상상적 적으로 규정하고 이들과 상상적으로 전쟁을 치르느라고 삶을 자청해서 어렵게 만든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로 고생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자연을 정복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착취하고 학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 기업생태계에 ESG 열풍이 부는 이유도 이제서야 타자철학의 중요성을 각성하고 기업이 자신들을 중심으로 뭉쳤던 동질성의 울타리를 확장시키는 노력이다. Environment는 환경의 경계를 확장해서 환경을 착취해서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타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Society는 고객과 경쟁자 소수의 배경 사람들을 적이나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하기보다는 공생해야 타자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Governace는 회사 내 의사결정에서 주주의 대리인인 경영자들만 배타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도 정당한 타자로 규정하고 공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레비나스는 대한민국 대다수 유권자를 구성하게 된 젊은 남성과 젊은 여성들에게도 타자철학을 조언한다.

남성들에게는 생물학적 동질성의 옷을 벗고 여성을 고통 받는 타자로 보라고 조언한다. 이 조언은 여성에게도 적용된다. 대문자 여성을 지향하는 페미니즘의 편협한 시각에서 탈주해 남성을 자신들처럼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고통 받는 청년들로 보라고 조언한다. 젊은 남성과 젊은 여성이 서로를 정해진 파이를 놓고 피터지게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미래를 마련하지 못해 불안과 고통에 아파하는 타자로 환대하라고 조언한다. 이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미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을 때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이라는 더 큰 타자다. 젊은 여성, 젊은 남성들이 취해야 할 제대로 된 목적함수는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지 못해 처참하게 죽을 수 있는 고통을 넘어서는 것이다.

레비나스는 이들 청년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할 것이다. 첫째 지금부터는 편을 가르는 정치적 용어로 전락한 페미니즘이나 반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마라. 둘째, 젊은 남성과 여성은 기득권 정치 세력이 만든 자신들의 배만 채우는 낡은 동질성 철학을 탈피하고 서로를 같은 미래를 향한 성장의 고통으로 아파하는 타자로 환대할 것을 명한다. 마지막으로 기득권 세력 중에도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들을 위해 기득권 가면을 벗을 수 있는 사람들도 청년들의 환대의 식탁에 초대하여 연대를 구성하라.

레비나스는 패미니즘과 반패미니즘의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타자되기를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젊은 남성과 젊은 여성이 고통을 함께 나누는 환대의 식탁에 서로를 초대하고 자신들의 고통을 주체적으로 극복한 미래에 대해 담소하라고 조언한다. 기득권이 내세우는 정치공학적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말고 청년의 기개를 세워 미래를 만들어서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을 제대로 연기시킬 수 있는 운명의 파트너로 삼을 것을 조언할 것이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세상을 공존, 공생, 공진화 하는 생태계로 규정한다. 공진화하는 생태계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연결된 뿌리를 공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철학적 전제 하에 진성리더십에서는 모든 상대를 자신과 동질성의 우리를 넘어서 미래를 만들어갈 고통을 짊어진 스파링 파트너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이런 타자철학으로 근원적 변화에 성공하는 사람들을 진정한 진성리더로 규정한다.

#페미니즘 #반페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