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든 야당이든 요즈음의 정치적 논쟁에는 힐링톡이 없다. 힐링톡이란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 잘못한 당사자가 자복을 하고 다음 라운드에서는 이를 고치기 위해 말로 끝내는 사죄의 잔치를 넘어 진심이 담긴 희생적 행동으로 정치적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경우다.

힐링톡의 부재로 인해 생긴 참사의 사례를 정치가들이 배우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인류의 세계사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독교가 강력한 군대를 이용한 로마의 공화정치를 극복하고 로마 사람들의 심장부에 숨어들어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힐링톡에 기반한 것이다. 죄에 대한 십자가 고백과 죄를 극복한 부활의 모습에 대한 서사를 희생적 행동으로 보여준 힐링톡을 통해서 세계시민을 자부하던 강인한 로마 사람들의 심장을 파고 들었다. 반면 로마는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정치이념이었던 공화정과 강한 군대를 가지고 온 세상을 로마로 동일화 시키기 위한 정복 전쟁 나섰다. 로마를 세계로 만드는 팍스 로마 정책은 초반에 대대적으로 성공했으나 결국 이 과정에서 군대가 저지른 실수에 대한 아픔과 이에 대한 치료 없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화정과 군대로 덮어가며 더 세게 밀고 나가다 몰락했다.

일본과 독일도 대표적 사례다. 독일은 히틀러가 지은 죄에 대해 심각하게 자복하고 용서를 구하는 힐링톡을 통해 지금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일본은 아직도 자신들이 지은 죄를 자복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신사참배를 반복해가며 로마 공화정을 모방하다 지금의 잃어버린 30년을 자초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도 마찬가지다. 본 신문 사설도 인용하고 있듯이 민주당은 자신들이 조국 문제와 여성에 대해 무슨 잘못을 했는지를 덮고 로마군이 되어 행패를 부리고 있다. 어부지리를 얻은 망둥이가 되어 날뛰는 국힘당도 이대남 대 이대녀이라는 전쟁용어를 만들어 로마전쟁을 시도할 뿐 자신들의 지금까지 무슨 잘못을 했는지에 대한 힐링톡이 없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윤석렬도 대한민국 부정부패의 심장인 검찰에 대한 힐링톡을 묻어버리고 검찰의 로마 십자군을 자처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투명하고, 결과가 공정한 사회"로 만들겠다는 약조를 하고 이 약조를 믿은 촛불 국민들이 지지를 얻어서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보지 못하는 것은 모든 문제는 절대로 문제와 같은 수준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진리다. 본인이 대통령으로 약조한 공정의 문제도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을 뒤덮고 있는 공정의 문제는 공정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국사태로 불거진 공정(justice)은 공정의 뿌리에 해당하는 공의(righteousness)가 썩어서 생긴 문제이다. 공의의 문제임에도 로마군식으로 제도로 공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밀고 가다 지금의 사태를 자초했다.

문제의 본질은 촛불 지도자로 믿고 있던 사람들이 겉으로는 젊은이들을 위한 정의를 외쳐가며 속으로는 자신의 것, 자신의 가족의 것을 더 챙기는, 즉 가진 자, 잘난 자, 이미 충분히 혜택을 받은 자의 공의로움이 없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차린 것이다. 이미 수차례 복권당첨의 행운을 얻은 사람들이 한번도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의 불행을 외면하고 자신에게 다시 복권을 당첨시켜 달라고 기도했다는 사실이 탈로난 것이다. 촛불을 들고 나섰던 사람들이 이 정권을 상징하는 사람들이 정의의 뿌리인 공의가 없었음을 알아버린 것이다.

공의가 사라진 이들에게 대한민국을 맡긴다면 더 이상 믿을만한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불안이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다. 공의가 없는 사람들은 잘못해도 법을 앞세워 빠져 나갈 궁리만 하고 정작 해야할 힐링톡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외재화 시켜 새 제도를 제안하는 것으로 용서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공의와 이에 대한 힐링톡이 사라진 나라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힘으로 밀고 가는 로마식의 정치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