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사망하는 사례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서 이 백신을 사망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있다. 집단면역을 해야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백신과 사망과의 인과성이 없다는 쪽의 논리를 펴고 있고 유족은 상식적으로 정부의 주장을 받아 들이기가 쉽지 않다.

인과성에 대한 이론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이다. 밀은 1843년 자신의 저서 <논리의 구조>라는 책에서 인과성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주장하기 위한 다섯 가지의 귀납적 추론을 제시했다.

일치법, 차이법, 변용법, 잉여법, 공변법이 그것이다. 여러가지 방식을 쓰고 있지만 여러 원인과 여러 결과가 같이 주장되고 있을 때 결과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찾아서 나머지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밀의 논리는 아직도 과학에서 귀납적 인과성의 추론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치법은 10명의 기숙사 생 중 5명이 식중독에 걸렸을 경우 이 다섯이 먹은 공통음식을 찾아 나머지를 제거하는 것이고, 차이법은 공동적으로 먹은 음식을 제거하고 식중독 걸린 사람들만 더 먹은 음식을 찾아 가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변용법과 잉여법은 이 두 방법의 변용이다. 마지막으로 공변법은 원인으로 주장하는 변수와 결과로 주장하는 변수에 변화를 일으켜 보고 원인에 변화가 일어났을 때 결과에도 변이를 일으킨 원인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변이법은 원인의 변화가 있을 때 결과의 변이가 있는지를 실험한다는 점에서 가장 과학적 인과 추론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을 때 백신을 맞은 사람은 사망했지만 맞지 않은 사람들은 살아 있다면 백신을 사망의 원인으로 제기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나이 등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 중 백신을 맞았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에서 백신이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고 확률적으로 사망률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할 수 밖에 없다. 보상을 해줘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확률을 기반으로 아닌 경우도 들어 있는 모든 사망자에게 배상을 해주기는 부담스럽다.

따라서 공변이로 인과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사망자의 가족들은 확률을 높여주는 빼도 박지도 못하는 조건들을 더 찾고 자신 가족 희생자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변이 논리에 따라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어났더니 익사 사고가 증가했다는 주장이 통계적으로 사실이라도 아이스크림 판매상에게 익사 사고의 책임을 물어서 아이스크림 판매를 중지 시킬 수는 없다. 아이스크림과 익사사고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자연현상인 더위이고 더위를 못 참고 위험하게 물놀이 한 사람들에게 귀책사유가 있다. 사람들은 더울 때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물놀이를 한다. 아이스크림을 먹었으면 사망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이처럼 공변이가 가장 현실적으로 인과를 찾는 방법임에도 결과에 마지막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규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 현실적인 조건을 찾아내기 위해 고혈압, 당뇨, 비만이 있는 사람들에 한정해서 백신을 맞고 사망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사망의 확률은 월등하게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은 확률이다. 이 확률을 기반으로 나도 그런 기저질환이 있기 때문에 같은 피해자다라고 주장한다면 개연성이 높다고는 이야기 할 수 있어도 그것 때문에 사망한 당사자라고 이야기하기는 문제가 있다.

결국 마지막 방법은 백신을 맞았더니 몸에 기저질환에 영향을 미쳤고 이 기저질환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렀다는 매개모형이 환자에게 적용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사망한 사람을 대상으로 일반인이 이런 것을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직접적인 인과성을 자신이 입증해야 되는 부담 때문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어 백신을 거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미국에서는 지금 백신이 충분함에도 자발적으로 안 맞겠다고 거부하는 기저질환자들이 더 많이 생겨서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집단면역 수준에 오를 때까지 결국 다른 사람이 먼저 위험 부담을 취해주기를 기도하는 사회적 딜레마 게임을 하고 있다.

자연과학자라 하더라도 지금 과학의 발달 수준으로 사망에 이르는 직접적인 마지막 원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사람의 사망에 대해 마지막 직접적인 원인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 지금의 과학도 더 직접적인 원인이 경험적으로 입증되기까지 상식적으로 과학자들 사이에서 동의가 이뤄지는 수준에서 확립된 원인을 그냥 원인으로 보자고 합의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관료가 나타나서 매번 사망자가 생길 때마다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히는 것은 이런 과학적 인과성에 무지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책임회피에 불과한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백신이 <사망의 원인이냐 아니냐>에 대해 정부가 국민에게 더 심오한 과학자가 되어보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보다 윤리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백신 희생자들은 대한민국이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 희생된 개인들이다. 일정한 나이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은 후 사망 사고가 생길 경우 입증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기보다는 상식적인 추론에 기반해 이들의 사망을 백신에 귀인 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정책을 선도적으로 제시하는 정부가 개개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공의로운 정부의 표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