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ESG 이슈가 호들갑을 넘어서 광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ESG가 광풍으로 번지게 된 계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자신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의 연례서한과 이번에 미국 대통령에 바이든의 당선을 들 수 있다.

래리 핑크는 2021년 초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CEO에게 연례서한을 보냈다. 연례서한에서 기후문제를 투자 리스크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투명한 개선 계획을 공시하지 않는 회사들에게는 이사회 의결권을 동원해서 대표이사를 교체할 것임을 선언했다.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이든은 그의 지금까지 정치경력 중 상당부분을 기후문제 해결에 공을 들여왔다. 진정성에서 트럼프와는 체급이 다른 대통령인 바이든은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과 교역하고 있는 회사들에게 파리 기후협약을 이행하도록 압력과 제재조치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미국 대통령과 큰 회사의 돈줄을 쥐고 있는 영향력 있는 자산 운용사가 암묵적으로 협업에 나선 꼴이어서 미국과 재무적으로나 사업에서 연계성을 가진 한국 대기업들이 충분히 호들갑을 떨만한 이유가 있다. 블랙록과 블랙록 취지에 동참하는 자산운용사들에게 문제 있는 기업의 CEO로 거론된다는 것만해도 엄청난 CEO 리스크이다. 지금의 ESG 광풍은 CEO 리스크와 리스크를 가진 CEO들이 실제로 해고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일으키고 있는 폭풍이다.

어제 저녁 MBC 스트레이트에 방영된 ESG 특집방송을 보고 우리나라에 ESG가 쓰나미가 이들의 의도와는 달리 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첫째, ESG에 해당하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중 가장 객관적인 척도가 가능한 탄소배출과 관련한 자연환경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거버넌스와 사회 영역에서의 문제를 E의 점수를 부풀려 Green Washing하는 기업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E를 중심으로 한 ESG의 디커플링에는 최근에 당선된 바이든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있는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대표인 래리 핑크의 영향이 크다. 가장 힘 있는 정치인와 자산운용사가 양공작전에 나서고 있다.

삼양라면은 CEO의 리스크 때문에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ESG 위원회 위원장으로 다시 복귀하는 그린워싱에 노출되었고, 최근 불가리스로 문제를 일으킨 남양유업도 이 문제가 불거지기 몇 주전에 ESG 경영을 선언했다. 가습기 문제를 일으킨 SK 케미칼도 지금 초보적인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에 가장 반대하고 있는 기업들이 Environment 평가에 올인하고 있는 현상도 대표적 Green Washing이다.

둘째, ESG의 전문성이나 철학적 이해가 전무한 것으로 보이는 언론사들, 로펌, 회계회사들이 여기에 편승해서 돈벌이 수단으로 컨설팅이나 강좌 프로그램을 우후죽순처럼 여는 것은 특히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이런 언론사, 로펌, 회계회사들이 겨냥하는 것은 ESG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회사의 위험관리 차원에서 ESG에서 높은 점수를 올리기 위한 쪽집게 과외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ESG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포장만 그럴듯하게 꾸미는 무늬만 ESG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평가의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선행과외를 해주겠다는 언론, 로펌들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K ESG 평가지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지만 글로벌 평가가 나온다면 대부분의 사업이 글로벌 사업인 기업들에게 K ESG 지표는 존재이유가 사라진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주도 사업의 운명에서 보여지듯이 이런 사업을 정부가 주도할 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ESG는 평가를 통한 줄 세우기가 목적이 아니다. ESG에 대한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 지속가능한 기업인지를 투자자들이나 이해당사자들이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회사 정보에 대한 허심탄회한 Open Book Policy가 전제 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이 지금까지 회계 장부 조작하듯이 ESG에 대한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공개해 조작할 개연성이 높다.

셋째, 지금 ESG광풍을 이끌고 있는 주체들의 진정성도 문제다. ESG는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인 투자회사들이 자신의 죄에 면죄부를 주는 차원에서 도입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문제의 주범인 금융 자본주의가 주체가 된 셀프 개혁인 셈이다. 금융위기의 장본인인 은행·연금·운용사·PEF 들이 자신 문제에 대한 충분한 반성 없이 이런 메가 트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 수학적 모형을 돌려서 가치를 부풀려 열매를 따는데 익숙한 금융공학 모형의 대가들이 자본주의 철학에 대한 개종이 없이 해본 적이 없는 가치 창출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책임지겠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거나 선무당에게 굿판을 맡기는 꼴일 수 있다. 실제 투자자 중심으로 돌아가니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르는 형국이다. 실제 이런 금융세력들은 ESG 노력이 미래 가치인 주가에 다 반영되면 슬그머니 발을 뺄 것이다. 따라서 ESG는 투자자들이 독자적으로 주도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가하여 공동으로 완성해야 할 과제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맞는 대응일까? 지금처럼 불난 호떡집에 호들갑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ESG를 한다는 것도 기업이 공동체의 진실한 구성원으로 존재이유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서 시장에서 기업경영의 새 라이센스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 점수가 실제 기업의 존재우위를 구축하는데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면 그냥 무늬만 ESG를 한 것이다.

Authentic ESG는 ESG가 기업이 설정한 사명, 철학, 목적에 수단으로 최적화되어 제대로 기여할 때 실현된다. ESG는 각 기업의 자신의 존재이유를 달성하려는 목적함수에 대한 수단 변수일 뿐이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기업들에게 ESG는 그 자체로 목적으로 인식될 것이다.

기업들에게 지금 요구되는 것은 개선계획을 발표하라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에서 기후와 탄소에 대한 표준이 마련되기까지 시간이 있다. 따라서 제대로 하려면 충분히 추이를 지켜보고 ESG를 자신 기업의 목적과 사명과 철학에 맥학화 시키는 선도 작업에 시간을 쏟아야 할 것이다. 목적과 사명이 없는 기업들에게 ESG는 경쟁력이 아닌 사업의 라이센스를 얻기 위해 비싼 준 조세를 내는 셈일 뿐이다. 결국 경쟁력도 키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이런 기업에게 ESG 투자는 밑 빠진 독일 뿐이다.

투자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유엔이 처음에 제창한 ESG는 인류 생태계의 구성원인 자연, 사회, 기업이 서로 공존, 공생, 공영을 누릴 수 있도록 더 높은 곳에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을 세우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자연을 정복과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 온난화, 코로나 팬데믹 등의 문제를 초래했는데 이런 자연을 인간과 같이 공존하는 주체로 세우자는 것이다. 사회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소외 받은 비정규직, 여성 등 다양성 주체를 포함해 고객, 경쟁사를 적으로 규정해가며 피터지게 싸워 왔는데 이들을 같은 사회환경에서 공생해가며 서로를 성장시키는 스파링 파트너로 재정의 하자는 것이다. 거버넌스는 주주의 첫째 대리인인 경영자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해체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가능한 문화적 자산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업 내부의 모든 구성원들이 배경, 학벌, 직위, 혈연을 떠나 기업의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향유하는 민주화가 실현되는 문화적 울타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UN에서 처음 제창한 ESG에 들어 있는 기본 철학은 시대의 진화에 최적화 된 기업의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다. 울타리를 더 큰 한 울타리로 조정하는 BM(Boundary Management)가 본질이다. 자연과의 경계, 사회적 환경의 경계, 기업 내부 구성원들의 문화적 경계를 지금 시대에 맞춰 공진화 시키고 이를 통해 물리적 자원, 사회적 자원, 문화적 자원이 서로 이어지고 연결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ESG가 제대로 가동하려면 환경, 사회, 회사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극과 계곡을 극복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ESG를 통해 이들 사이에 직접적인 이득만을 위한 교환과 거래를 떠나 모든 참여 구성원에게 호혜적일 수 있는 일반화된 교환(Generalized Exchagne)이 가능한 운동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여러 논문을 통해 CSR 운동이 기업의 사명과 목적과 Decoupling되어질 때 기업에 기회가 아닌 어떤 재앙을 가져올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ESG에서 진정성의 문제는 더 심각한 문제이다. CSR은 기업의 명성과 관련되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지만 ESG는 투자를 받는지 못 받는지, CEO가 해고 압력을 받아 회사를 CEO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시키는지와 관련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다. 모든 기업들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도 CEO의 해고 개연성 및 실제 투자를 못 받아 회사가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ESG가 기업의 설정한 목적과 상관없이 움직인다면 여기서 생기는 Decoupling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본인이 연구하고 있는 Authentic ESG 모형은 아래와 같다. ESG에 대한 평가는 투자자들의 Value Trasfer가 아닌 Value Creation에 대한 Impact으로 측정한다. Impact에서는 가치 부풀리기가 아닌 미래의 더 높은 곳에 더 평평하게 세워지는 공진화의 운동장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가 핵심이다. 또한 세 영역의 점수도 더해서 총점을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간의 차이를 반영한 기하평균(곱하기) 개념으로 측정한다. 또한 이들 세 영역 중 거버넌스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이 모형에 따라 기업이 ESG의 프로세스를 반영해 시계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의 실제 내용을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