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1908-1994)의 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가끔 놀란다. "에게 이게 시야?"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우게는 숲의 나라 노르웨이 출신 시인이다. 원예학교에서 공부한 후 정원사로 평생 일했으며 거의 독학으로 배운 언어들을 통해 시들을 읽고 번역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시를 썼다. 가방 끈이 짧은 시인이다. 어린이의 언어로 시를 썼다. 둘째는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을 찾아서 시를 쓰지 않는다. 소위 겉 멋 들은 시인들과 차원이 다르다.

그의 장례식에서 동료 시인 로버트 블라이가 다음과 같이 그를 묘사했다. "그는 마치 간호사가 약을 주듯 작은 스푼으로 아픈 우리에게 약을 먹여주었던 시인이다."

나는 하우게를 우리나라의 윤동주와 더불어 자연 속에 삶의 아픔과 이치를 노래한 최고의 진성시인 중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물론 당신이 하는 말은

옳다, 너무 옳아서

그것을 말하는 것 자태가

소음이다

언덕 속으로 들어가라

그곳에 당신의 대장간을 지으라

그곳에 풀무를 세우고

그곳에서 쇠를 달구고

망치질하며 노래하라

우리가 그 노래를 들을 것이다

그 노래를 듣고

당신이 어디 있는지 알 것이다.

PS: 진성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가지고 소리쳐가며 십자군 전쟁이나 전도폭발에 나서지 하지 않는다. 대신 높은 곳에 올라가 자신만의 대장간을 짖고, 그곳에서 쇠를 온탕과 냉탕에 담궈가며 풀무질을 한다. 대장간은 자아인식의 성찰을 은유하고, 풀무질은 삶의 근육을 세우는 자기규율을 의미한다. 진실한 성품과 정서를 의미하는 진성이란 이런 풀무질의 결과이다.

<야생 장미>

꽃 노래는 많으니

나는 가시를 노래합니다.

뿌리도 노래합니다.

뿌리가 여윈 소녀의 손처럼

얼마나 바위를 열심히 붙잡고 있었는지요.

PS: 진실한 품성과 정서를 가진 진성인은 결과인 아름다운 꽃 만을 찬송하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장미를 만든 것은 줄기와, 가지와, 뿌리다. 특히 이 뿌리가 바위의 균열에 자리 잡았을 때 가장 아름다운 장미가 된다는 것을 안다. 진성리더들은 바위처럼 단단한 세상에 균열을 찾아 자신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다.

<고양이>

고양이가 앉아 있을 겁니다.

농장에

방문했을 때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이 농장에서

그 녀석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PS: 진성리더가 목적을 전파하는 원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날줄로, 자신의 목적을 씨줄로 삼아 멋진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직조해낸다. 진성리더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전에 먼저 집 주인인 고양이의 이야기에 온 귀를 던진다. 농장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이들의 삶의 날줄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새 식탁보>

새 식탁보, 노란색

그리고 신선한 흰 종이

단어들이 올 것이다.

천이 좋으니

종이가 섬세하니

피오르에 얼음이 얼면

새들이 날아와 앉지

PS: 진성인은 식탁보처럼 새로운 태피스트리로 판을 깔아 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새롭게 깐 멋진 식탁보를 즐기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요리사들이 찾아오고 이들의 만찬을 노래할 새들도 찾아올 것이다.

<오늘 내게 보였다>

오늘 달이 두 편 보였다.

새로 온 달과 사라진 달

나는 새 달의 존재를 많이 믿지만

새 달은 사라진 달일 것이다.

PS: 진성리더들에게 시간은 반복하는 현재다. 진성리더들은 과거를 부활시켜 현재와 접속하는 오래된 새 길과 미래로부터 온 미리 온 새길을 현재에 접속시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향유하고 있는 오늘은 어제의 시인들이 간절하게 꿈꾸었던 먼저 온 미래였다. 진성리더의 삶을 산다는 것은 후세에게 시인처럼 아름다운 기억을 선사하여 이들의 미래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천국은 기억 속에서 태어난다. 진성리더는 천국을 선사하는 사람들이다.

품격이 있는 진성인의 삶은 일이 있을 때마다 언덕에 올라가 소리치는 일을 멈추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