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갑질로 보이는 문제 때문에 Naver의 한 개발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서 회사 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직장 내 갑질은 이 회사가 얼마 전 대대적으로 ESG를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더욱 당혹스럽다. 갑질은 ESG에서 회사 내에서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화 할 것을 요구하는 거버넌스(G)가 기본적으로 충족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회사 내부 구성원들의 민주적 문화에 원천을 두고 있는 거버넌스가 네이버에서 처럼 사회 문제화된 다는 것은 회사가 천명한 ESG가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다. 자신의 가족을 죽음 상황에 내몰 정도로 제 머리를 깎는 기본적 G도 못하는 회사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S나 환경을 인간의 생명처럼 살리는 E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이들이 최근 글로벌에 공언한 ESG가 그냥 살아남기 위한 가식적 연극이었음을 이야기한다.

이 회사는 회사의 리더십에 총체적 문제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은 전략과 품성의 합작품이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이 둘이 충돌할 경우 전략이 좀 모자라도 품성을 택한다. 전략은 문제가 되면 고쳐 쓸 수 있지만 품성은 잘못되면 짧은 시간에 고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네이버는 갑질의 장본인으로 거론되는 임원이 품성의 문제로 퇴사했음에도 회사가 어려워지자 COO가 주도해 이 사람의 전략적 역량을 사서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입사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리더의 전략과 품성이 충돌할 때 전략을 택하는 회사임을 공표한 것이다.

여성이 CEO를 맡고 있음에도 회사를 뒤흔드는 전형적 갑질이 사회문제화 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 회사에서 CEO는 그냥 상징적 얼굴마담일 뿐이고 조직정치에 능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CEO와 무관하게 회사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G가 안에서 곪아 터졌어도 CEO가 나서서 해결할 수조차 없었던 외형과 포장만 그럴듯해 보이는 회사가 아니었나 의심된다.

회사에 품성과 전략을 모두 갖춘 CEO와 임원이 있다는 것은 회사에 산소가 펑펑 품어져 나오는 숲 하나를 가지고 있는 효과를 낸다. 이들의 산소같은 언행과 태도 때문에 구성원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해 고객을 위해 몰입한다. 회사에 품성을 갖추지 못하고 전략만 있는 CEO나 임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때는 반대 상황이 전개된다. 회사에 쓰레기 하치장 하나를 유치하고 있는 효과를 초래한다. 유능한 사원들이 먼저 지독한 냄새를 견디지 못해 회사를 떠난다. 떠나지 못하는 직원들은 그냥 돈 때문에 일하는 직원으로 전락한다.

Naver가 오늘은 이상하게 Nay (No) Naver로 읽힌다. Naver가 갑질문제로 Never, Ever, 신문지상에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 이런 일이 재발된다면 고객들은 네이버에게 부여했던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해도 괜찮은 회사라는 라이센스(정당성)를 박탈 당하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 모형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신들을 열정적으로 지지해주는 열성 고객이 존재하지 않는 플랫폼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이라는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면 한다.

이번 네이버 사건을 통해 기업들이 G에 대한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을 경우 자신들이 ESG의 ES를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임을 스스로 폭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리더십 및 인사조직을 전공하는 본인의 입장에서 무엇이 우리나라 가장 큰 ICT 기업 네이버의 참사를 일으켰는지를 분석해보았다.

가장 큰 첫 번째 원인은 학연 지연으로 만들어진 조직 정치를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윗선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COO는 창업자의 복심이고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이에 걸맞게 네이버의 사내이사 직책도 가지고 있다. 혈연적 가족이 아닌 직원이 사내이사 자리에 등록되어 있다는 것은 CEO가 아니라 이 사람이 창업자의 복심임을 인증한 것이다. 또한 네이버가 카카오 페이에 밀려 사활을 걸고 있는 테크 핀 사업을 위한 회사의 CEO를 겸직하고 있다. 직원들은 창업자, COO, 이번 갑질의 장본인이 서울대 공대 학연으로 연결되어 있고 COO와 갑질 장본인은 부산 마산 출신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전형적인 학연 혈연이 작동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들 학연 지연 삼성 배경을 합해서 직원들이 조소적으로 네이버 혈연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둘째는 HR이 정치조직의 심부름 꾼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CHRO가 없는 조직에서는 HR은 통상 회사의 살림을 책임지는 COO가 관장한다. HR의 역할은 두 가지다. 회사 직원들이 나이키 광고에도 나오듯이 선수들이 마음껏 전문성을 발휘해가며 신나게 일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설계해 운영하는 일이다. 이 플랫폼에 채용, 훈련, 전직, 보상, 평가, 이직, 퇴사의 모듈을 잘 설계해 탑재한다. 이런 역할이 제대로 돌아갈 때 HR은 가장 생산적 책무가 된다. 다른 역할은 회사의 HR 플랫폼이나 모듈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회사의 내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종업원에 대한 정보부 역할이다.

첫째 역할이 사라지고 둘째 역할만 강조될 때 회사의 HR은 정보부나 경찰조직으로 전락한다. 인사당당자를 연상할 때 많은 사람들이 회사가 고용한 경찰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유다. 경찰 역할을 수행할 때 회사가 자주 이용하는 관행은 대기발령이라는 제도다.

대기발령은 헌법에서도 인정한 사측의 권한이지만 직원들을 과도하게 통제할 용도로 사용될 경우 노동법의 규제를 받는다. 더 나은 다른 직무로 전환시키기 위해 대기발령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통제, 감독하는 HR 역할이 과도할 때 이 대기발령은 회사의 비공식적인 교도소가 된다. 네이버에서 사용하는 대기발령을 직원들은 <인사기타>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보면 네이버의 인사기타가 다음 직무로 전환하기 위한 힐링의 장소가 아니라 여기로 발령 받은 직원들이 퇴사하게 되는 구치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이버_인사기타

++++++++++++++++++++

셋째. CEO의 역할이다. CEO가 이런 회사의 가장 중요한 문화를 설계하고 관장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정치력에 밀려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안에서 정치세력에 의해 장악되었다는 것을 숨기고 세탁하기 위해 Window Dressing용으로 임명한 CEO로 보인다.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은 실무자였을 때는 잘 나가는 개발자였는지 모르지만 관리자로 승진하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동안 업계의 동향과 실무 감각을 잃어버린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영역의 이야기만 사실로 받아들이고 업계에 새롭게 등장하는 동향과 과제를 제대로 업데이트 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과거 실적에 기반한 승진제도의 문제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실무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관리자로 승진하지만 여기에 큰 함정이 있다. 관리자란 실무능력보단 실무자들의 갈등을 조정해가며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이들을 협업으로 동원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공감을 통해 관계를 만들고 이 관계를 목표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지가 관리자 능력이다. 이런 관리 능력이 없는 실무자가 관리자로 승진할 경우 이들은 관리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갑자기 자신이 대리급 실무자였을 때 배운 내용들을 언급해가며 과거의 실무경험으로 실무자들을 제압해보려는 성향을 보인다. 이 사람에 대한 묘사도 자신이 아는 분야는 청산유수지만 모르는 영역에서 새롭게 들어오는 것들에는 엄청난 방호기제를 작동했던 것으로 묘사된다.

시대는 초연결사회다. 아무리 네이버가 우리나라의 광고와 매체의 알고리즘을 통제하고 있어도 본인이 찾아낸 내용은 한 두 차례 구글검색을 해보면 누구나 다 찾아낼 수 있는 내용들이다. 네이버가 아무리 밖으로 ESG를 한다고 천문학적 광고를 해도 이런 사건이 한번 터지면 그 모든 광고비는 자신의 결점을 숨기고 세탁하기 위한 Window Dressing이 된다. 진정성이 없는 회사라는 것을 스스로 폭로한 꼴이 된다.

네이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된 플랫폼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첫째 CEO와 COO는 이번 일에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 경영진과 회사가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하고 갑질 당사자만을 꼬리 자르는 수준에서 해결하려 시도한다면 더 큰 역풍을 맞을 것이다. 둘째, 기업문화 바로 세우기 운동이다. 나이키의 Play New 광고를 모든 관리자나 임원급들이 시청해가며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런 참사를 야기한 조직정치의 충돌을 더 높은 수준에서 중재해주고 해결해줄 네이버 만의 존재이유를 다시 찾아 사명과 목적을 네이버의 나침반으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