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에서 꺼내 줄탁동시해줄 수 있는 스승은 스스로가 찾아 나서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일까?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학생들이 생각과 내 생각이 엇 박자를 내는 질문이 바로 이 질문이다. 나도 젊었을 때는 제대로 된 스승은 내가 찾아가서 만나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다. 스승님은 감히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분주함에도 틈이 내어 직접 찾아 오신 분들이다.

스승도 자신의 발로 찾아가서 스승이 된 자발적 스승과 제자가 찾아가서 스승이 되어 달라고 부탁해서 억지로 스승이 된 사람과 같은 수준의 내용을 맨토링 해도 그 결과는 천지차이다. 스승도 자발적 스승만이 갖은 어려움에도 기여히 제자를 알에서 꺼내는 수고를 감내한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아이비 리그 대학에 간다고 모두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선생을 만날 수는 있어도 스승을 만나는 것은 삶에 태도에 달려 있다.

내 개인적 경험도 내 삶에 결정적 영향을 준 스승님들은 내가 찾아 가서 만난 분들은 아니었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일이 아무리 천한 일이라도 이 일을 통해 자신을 길러보려는 측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 주변에서 머물며 지켜보시던 스승님들이 스승이 되기를 자처하셨다. 시작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무엇이던 이 천한 일을 통해서라도 나를 키워보겠다는 측은한 몸부림이었다. 측은한 몸부림이 일에 대한 사랑을 일깨웠고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 참 주인이 되어서 일을 해결하려 노력했다. 참 주인이 되니 문제가 풀리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더 측은하게 시도했다. 이런 측은한 노력을 측은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분들이 스승으로 나섰다.

돌이켜 보면 내가 대학원생들의 지도교수로 나서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학생이 나를 지도교수로 요청하여 지도교수가 된 경우보다는 공부하는 것이 너무 측은해서 내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측은한 마음이 지도교수를 자청하게 만들었고 이런 경우 지도교수로서의 성과도 높았다.

인생을 뒤돌이켜 볼 수 있는 나이가 되니 이런 원리가 보다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자기가 찾아가서 스승으로 모실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좋은 책 뿐이다. 진짜 스승은 자신이 일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자리에서 주인이 되어 일 속에 숨겨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측은하게 노력할 때 찾아오거나 연결된다.

참 스승을 모시려면 지금 하는 일이 불평불만을 거두고 진심으로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재능과 머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자기가 선 자리에서 자신의 일이 아무리 천하더라도 측은지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스승은 찾아오지 않는다. 무협지에 나오는 무림의 고수들이 자신의 제자를 찾아낼 때 썼던 방식도 이것이다. 이들에게 청소 밥짓기 세탁 등 천한 일을 일정 기간 시켰을 때 이들이 견뎌내는지를 시험했다. 의심이 나는 제자는 기간을 연장해 스스로 포기하게 하고 세속으로 돌려보냈다.

스승이 되기 위한 기본적 자질은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지만 전문성은 스승의 필요조건이고 위대한 스승은 전문성을 넘어 제자의 고통에 마음이 끌리는 긍휼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헬렌 켈러에게는 많은 선생이 있었지만 셀러반 선생님만 헬렌 켈러의 스승이 되었다. 선생님에게는 돈을 주고 필요한 전문성을 살 수 있지만 이들 모든가 누구의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초연결 세상이다. 자신의 알 속 갇혀있다는 것을 알고 이 알에서 벗어나려고 측은하게 노력한다면 스승은 멀리서도 찾아 올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