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는 2013년 6월 6일 지금으로부터 8년전 본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에 관한 포스팅은 페북이 과거에 썼던 글을 다시 보여주는 기능 때문에 8년이 지난 오늘로 다시 소환되었다.

영화는 이창재 감독의 출가한 비구니 스님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에는 세속적인 삶과 인연을 괄호치기한 스님들의 수행기가 닮겨 있다.

유학을 마치고 대학교수 임용 인터뷰 날에 출가에 대한 더 이상의 번민을 접고 인터뷰 대신 절로 향한 ‘엄친 딸’ 상욱 스님.

어린 시절, 집에 불이나 부모를 다 잃고 할머니에 의해 절에 맡겨져 '동진 출가’의 업을 지닌 선우 스님.

인터넷으로 '수녀' '목사' ‘비구니’의 길을 비교해보다가 자신의 마음을 찾는 길이라는 구도정신에 반해 문득 출가하기를 결정하고 절에 와선 주 5일제 근무를 주장하는 인터넷 세대 민재 행자.

37년간 수행의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진리의 끝을 알 수 없다는 동진 스님.

궁금했다. 8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내 물음에 답을 주는 구글 서치도 이번에는 답을 주지 않는다. 이창재 감독을 다시 소환하고 싶다. 다음 질문에 답을 주는 다큐멘터리 다시 찍어달라고.

스님들은 여성성과 세속의 연을 내려놓고 무엇을 찾아냈을까? 스님들은 내면을 통해서 나를 찾아가는 여행과 외면으로부터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의 사이의 심각한 갈등과 부조리를 극복했을까? 두 길이 만나는 절묘한 지점을 발견했을까? 이분들 중 속세로 내려오신 스님은 없을까?

<길 위에서>는 집을 떠나 더 높은 곳에 새 집을 마련한 스님들 길 이야기지만 얼마 전 관람한 <노마드랜드>는 거처에 대한 괄호치기 삶을 반복하는 여행자들 이야기다. 오딧세이처럼 오랜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집으로 영구 귀향하는 길 이야기도 있다.

요즈음은 길을 많이 걷는 편이다. 어느날 길을 같이 걷던 도반이 나에게 다음과 같은 자신의 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위에서 언급한 길들과는 다른 자신과 같은 일반 사람들의 길도 있음을 환기시켜 주었다.

젊었을 때 삶에 불만을 품고 가출을 감행한 적이 있지요? 집 나가 술도 많이 마시고 한동안 방탕한 생활에 빠져봤지만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것이 채워지기는 커녕 몸만 망가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몸이 견디지 못해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깨달았습니다. 내가 가진 마음만 비우면 몸을 혹사하지 않아도 새 것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그 믿음에 따라 열심히 살았습니다. 열심히 살다보니 필요할 때는 낡은 그릇을 버리고 더 큰 그릇을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때도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시간이 되면 지금 가진 마음의 그릇도 다시 비워야 할 때가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