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세대교체 vs 세대교차
요즈음 직장에서나 정치에서는 MZ세대에 대한 돌풍이 거세다. MZ세대는 이미 직장인의 대다수를 구성하기 때문에 X세대 임원진들은 이들의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한다. 정치에서도 MZ세대 젊은 정치인의 당대표 당선은 X세대 정치인들에게 혼돈의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속담이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주장이다. 이 속담에서 누가 윗물이고 이 윗물이 맑다는 의미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되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수십년 동난 변화가 전혀 없었던 농경시대 어른들의 나이는 지식과 연륜과 현능함의 잣대였다. 본인이 어렸을 때만해도 시골 마을에 가면 실제로 나이 많으신 분이 지식도 많고 세상을 가장 제대로 이해하는 분이었다.
변화가 상수가 아니던 시대는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문제도 나이의 문제였다. 현능한 나이 많은 연장자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리더라고 추앙했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라면 연장자였고 사실 이들이 최고의 경험과 연륜을 가지고 있었다.
세월은 흘러 시대는 변화가 상수로 자리잡은 시대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지식으로 따진다면 검색에 능한 MZ 세대가 가장 많이 안다. 실제 대학에서 교수가 가르치는 내용은 교수의 강의보다 구글에 더 자세하게 잘 설명되어 있다. 공부에 대한 동기가 있는 MZ세대라면 세상에 대한 지식수준에서 X세대를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경험도 문제다. 시대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성공과 실패 경험이 축적이 세상을 볼 수 있는 밝은 눈이 되지만 지금처럼 변화가 쓰나미로 몰려오는 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이나 과거의 성공의 누적이 오히려 미래를 만드는데 더 독이자 장애가 된다.
시대가 윗물을 MZ세대로 바꾼 것이다. 문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듯이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MZ세대가 충분히 많은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물론 지식이나 검색능력을 기반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에서는 MZ 세대가 뛰어나겠지만 이들이 지식을 넘어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자기인식과 자기규율이라는 품성을 갖춘 맑은 물이 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나이를 한 줄로 세워 한 극단에는 MZ세대를 다른 한 극단에는 X세대라는 이원론을 만들어놓고 이 둘을 대립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MZ 세대도 자신이 이렇게 이원화 되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 MZ 세대라는 이름도 따지고 보면 선배세대가 MZ세대의 뜻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서 이들에게 부과한 것에 불과하다.
지금은 시대착오적 세대 전쟁을 의미하는 <세대교체>라는 말을 버리고 <세대교차>라는 협업개념으로 바로 세워져야 할 시점이다.
실제 가장 실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서는 오래전부터 역맨토링(Reverse Mentoring)이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디지털 기술에 관해서는 MZ세대가 임원들을 맨토링하고 회사의 전략과 리더십에서는 임원이 MZ세대를 맨토링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어떤 회사에서는 X 세대와 MZ 세대가 협업해서 X세대는 자신이 축적한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고 MZ 세대가 이 지식을 유튜브로 만들어 사내 대학의 모쥴로 성공시키는 사례도 있다. 세대교체의 총성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X세대와 MZ세대가 서로의 능력을 직각으로 교차시켜 새로운 협업의 운동장을 만든 것이다. 세대교체를 넘어선 세대 교차에 성공한 것이다.
요즈음에도 리더가 답을 가지고 앞에서 나를 따르라고 주장한다면 시대착오적 리더이다. 제대로 된 리더는 실무능력이 뛰어난 젊은 세대들이 앞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리더십을 공유해가며 발휘할 수 있게 이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해주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 격려해주는 리더십이 대세이다. 이들에게 이런 리더십 세대교차의 협업이 가능한 결정적 이유는 MZ세대와 X세대가 회사가 약속한 목적과 사명에 대한 헌신과 믿음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는 세대교체의 정치 전쟁이 아니라 목적을 기반으로 협업을 위한 세대교차의 운동장을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윗물로 자리잡기 시작한 MZ세대가 이원론자들의 음모에 말려들어 지식과 검색능력을 무기로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기 위한 정치진영으로 전락한다면 또 다른 파국의 전조일 뿐이다.
지금은 나이와 세대를 떠나 누가 앞장을 서든 앞장 선 사람들이 공동체의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명과 목적에 대해 각성하고 이에 대해 진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가 맑은 물의 척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로서의 자격은 변화하지 않았다. 지식과 경험과 생물학적 나이를 넘어서 목적을 통해 자기를 성찰하고 목적을 자신의 품성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 근력이 있는지, 자신보다 덜 행운을 타고 난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긍휼감을 가지고 있는지가 리더 자질이고 윗물의 맑음의 척도이다.
나이와 세대를 떠나 다양한 범주를 교차해서 운동장을 설계해내고 이를 통해 미래에 더 나은 차이를 가져올 목적에 대해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현대적 의미의 진성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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