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선한_영향력_Impact

한국의 많은 기업에서 태풍처럼 불고 있는 ESG에 대한 열풍이 이슈의 핵심적인 본질을 놓치고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ESG E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탄소배출과 지구온난화는 공유된 큰 리스크임에도 기업들에게는 시급한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회사가 먼저 나서서 비용을 들여가면서 선두에 서야할 이유가 없다. 이게 현실적 리스크로 인식되는 다른 비밀이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의 행동주의가 직접적 리스크의 원인이다.

많은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생각하는 리스크는 탄소배출과 지구온난화가 아니다. 글로벌 투자사들이 이것에 관심을 안 쓰는 회사들을 무임승차자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패널티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로 규정된 것이다. 기업들에게 지구온난화가 리스크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업가치를 좌지우지하는 투자사들의 행동이 직접적 리스크이다. 이런 회사에서 투자부적격으로 인용되거나 실제로 이것을 기반으로 이사회 구성을 바꾸라는 권고를 내릴 경우 CEO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런 직격탄을 맞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신문사나, 로펌이나, 회계회사가 쪽집게 과외를 해주겠다고 나선 것이 본질에 어굿난 것이다. 이번에도 지구온난화에 책임을 지는 기업행위를 CSR처럼 자발적 행동으로 규정했다면 기업들은 절대로 리스크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ESG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더 근원적 이유는 시대가 자연에 대한 철학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연과 인간은 적대적 관계였다. 인간은 자연을 자신의 것이라고 믿고 자연의 일부분인 생물과 미생물과 공기 등을 무시하고 착취의 대상으로 삼았다. 자연은 착취를 통해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종의 대상이었지 공존의 관계로 설정하지는 않았다. 자연에 대한 지속적 학대가 결국 온난화 문제 뿐 아니라 지금의 팬데믹을 촉발한 것이다. 실제로 자연에 대한 착취결과로 초래한 팬데믹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해야 했다. 친구, 동료, 가족의 죽음은 기술발전으로 영생을 꿈꾸던 인간들의 생각에 큰 철퇴를 내린 것이다.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를 넘어서 호모 데우스(Homo Zeus)가 될 것이라는 유발 하라리같은 선동가에 속아 넘어간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자신이 오랫동안 변화를 게을리해 심각한 기저질환에 걸려 있어도 조만간 영생의 삶을 누릴 것이라고 믿었다. 이들이 자연 보복의 첫 타겟으로 지명되었다. 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리자 이들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정복할 대상으로 생각하던 죽음과 변화에 대해서 심각하게 다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과 기술발달로 채워질 호모 데우스 영생에 대한 탐욕을 접어두고 죽기 직전에 지구를 어떻게 더 살기 좋은 운동장으로 변화시킬 것인가가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죽음에 대한 목격을 통해 자신의 존재이유이자 자신 삶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운동이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글로벌 투자사들이 지금까지의 탐욕에 대한 각성으로 쓰나미를 형성한 것이다.

기업이 목적을 다시 세우고 목적에 기반해 E, S, G를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영에 대한 철학적 체계가 없다면 ESG는 그냥 CEO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는 구호로 끝나지 자신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기회가 될 수 없다.

최근 맥캔지에서는 팬데믹을 전후로 미국기업들과 종업원들에게 왜 목적이 지금 다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또한 팬데믹을 기점으로 진실된 목적을 각성하고 진정성 있게 경영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진정성이 담보된 목적을 가지고 운영하는 기업과 전략적 목표에 집중해서 운영하는 기업은 종업원의 생산성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둘째 표가 제시하는 바와 같이 임원급에서는 목적을 각성하고 자신의 일을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85%가 넘고 있지만 현업에서 일하는 관리자나 종업원 수준에서 목적을 일로 끌어들여 자신을 임파워먼트 시키지 못하는 비율이 85%이상이다.

본인이 ESG와 관련해서 맥캔지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SG를 기업이 설정한 목적을 실현시키는 수단으로 정렬시키지 못하고 지금 대한민국 기업처럼 CEO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용하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는 먼 회사의 겉포장으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ESG를 통해 실현해야 할 목적을 각성하고 이 목적을 CEO의 자리를 넘어 일선 종업원 일에 끼워넣어 일을 통해 세상의 변화에 좋은 충격을 주고 있다는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ESG는 반드시 회사의 미래와 디커플링 된다. 이런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변화를 게을리해 걸려 있던 기업의 기저질환을 목적과 사명으로 치료해내는 일이다.

다른 한 가지는 목적에 기반한 진정성이 있는 ESG는 경영진의 행동에 감화를 받은 구성원들이 마음 속에서 "획득되는(Earn)" 것이지 강제로 쇄뇌교육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CEO가 아무리 일방적으로 선전해도 구성원들이 우리 회사의 ESG는 진정성이 있다고 선언해야 진정성을 획득한 것이다. 진정성이 있는 ESG만이 종업원의 일에 스며들어 일을 통한 선한 변화를 만든다. 구성원의 몸과 마음을 관통한 ESG만이 우리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성의 기반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