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협동

많은 사람들이 협동(cooperation)과 협업(collaboration)을 구별하지 않고 쓰지만 안타깝게도 협동이 조직과 사회를 정치 집단으로 갈기갈기 찢어놓는 주범이 될 수 있다. 많은 학문적 연구에서도 역설적으로 조직과 사회에서 맹목적 협동에 대한 강요는 구성원 간 신뢰와 화합을 해치는 일에 기여한다.

협동이란 자신의 이해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유자원을 이용해서 서로 돕는 행위를 의미한다. 협동을 움직이는 근원적 동기는 자신의 이해관심을 충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심을 총족시킬 수 없다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돕지는 않는다. 자신의 이득과 상관없이 상대를 돕는 행위는 자선이지 협동은 아니다.

한 조직이 비슷한 처지와 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면 이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돕는 협동행위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과 사회는 처지가 다르고 파워나 직책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로 양극화 되어 있다. 구성원들 사이에 권한의 차이로 약자와 강자로 나눠져 있을 때 이들 사이에 협동은 조직을 힘과 정치조직으로 갈기갈기 찢어놓는 원흉이다.

협업(Collaboration)이란 협동과 달리 서로가 미래를 공유한다는 공동운명을 공유하고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이 개인의 이득을 초월할 때 가능하다. 미래를 위한 공동 목적을 위해 각자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을 기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더 잘 준비했다는 성장체험 때문에 참여한 구성원에 대해 신뢰하고 화합하는 시민의식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초우량기업와 성숙한 시민국가의 원리는 바로 협업이다. 이들은 서로가 공유하는 자신의 공동의 존재이유를 각성하고 이 존재이유인 목적을 실현해서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서 기여하고 이를 통해 실제로 미래를 먼저 선점한다. 이들 국가나 기업의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해 평소 화합과 유대를 느끼는 것은 협업의 결과이다. 정치적 협동이 가동되었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협동에 참여한 내집단들만 화합과 유대를 느끼고 나머지는 모두 적대세력으로 전락한다.

분열로 갈기 갈기 찢겨져가는 대한민국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의식이 있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새로운 미래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협업의 패러다임이다. <빠에 속한 사람>과 <부대에 속한 사람>, <MZ 세대>와 <X 세대>, <골수 페미니스트>와 <남성우월주의>가 자신을 내려놓고 서로에 대한 분열과 반목을 종식하고 서로 같은 형제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새 시대의 맥락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세대협업, #성협업, #정치협업

협업의 메카니즘을 가동하기 위해 지금의 세대교체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세대교차라는 협업의 패러다임이 채용되어야 할 것이다. MZ 세대가 X세대를 정치적으로 제압하거나 X세대가 MZ세대를 정치적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같이 만든다는 사명을 위해 서로를 씨줄과 날줄로 세워서 협업의 태피스트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대문자 남성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대문자 여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정치적 대립을 넘어서서 미래의 운명을 같이 개척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서로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새로운 협업의 지평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집권당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대통령제는 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협동의 메카니즘이지 협업의 메카니즘은 아니다. 승자독식의 정치제도를 해체하고 다수당과 소수당이 협업과 연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운명을 개척하는 공동의 참여자로 나설 수 있는 정치제도가 논의될 시점이다. 협업과 연정이 가능한 새로운 정치제도가 논의되지 못한다면 4년을 주기로 피터지는 싸움을 하다 대한민국은 결국 미래를 잃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자신의 속한 집단 내 정치적 협동을 넘어서 협업의 메카니즘을 동원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인류는 미래를 통해서만 더 큰 파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모든 분열과 갈등의 종식은 편협한 공정성이 아니라 더 큰 파이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의 확장을 통해서 였기 때문이다. 기회의 확장은 미래를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젊은 세대가 공정성에 목을 메는 이유도 미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미래 더 큰 파이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지금 있는 것이라도 더 확실히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의 공정성 광풍을 몰고 왔다. 공정에 목을 멜수록 약자의 아픔에 대한 긍휼감은 정치적 토론 배틀로만 떠올랐다고 버블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토론(Debate) 배틀로 정치가를 뽑겠다는 생각도 패거리 협동정치 근거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언제 국회에서 찬성과 반대의 토론이 안 이뤄진 적이 있었는가? 토론이 끝난 후 찬성과 반대가 서로 씨줄과 날줄이 되어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엮어나가는 협업에 기반한 대화(Dialogue)의 실종이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였다.

지금까지도 서로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협동만으로 인류가 진화하지는 않았다. 더 큰 미래의 파이를 만들기 위해 동원되었던 협업이 인류를 진화시킨 원리다. 변화가 상수가 된 지금과 같은 초연결 디지털 혁명 시대에는 협업이 선택이 아니라 사회를 공진화 시키기 위한 필수이다.

지금은 자파 우파, 남성 여성, MZ X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서로가 씨줄이 되고 날줄이 되어 새 태피스트리로 짜여진 지평을 만들기 위해 협업해야 할 때이다.

제대로 된 협업이 협동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