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는 일을 통해 찾아온다
목적(Purpose)의 갭
온 역사를 통털어서 요즈음처럼 목적이 모든 기업의 화두로 등장한 적은 없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 탐욕만을 추구한 자본주의 삶이 가져다 준 경고의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진 덕이다. 자연에 대한 무자비한 착취는 팬데믹을 가져왔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무자비한 착취는 양극화로 번성에 대한 열망과 잠재력을 갈가 먹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죽음을 더 이상 유예시킬 수 없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수록 죽음을 유예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앞당기는 삶을 벗어나기가 더욱 힘들다는 각성이 우리를 지금의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실제 팬데믹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죽음의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님을 매일 각성한다. 죽음의 사자는 잘 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의 경계를 넘어서서 모두의 코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죽음의 덪에 걸려 나도 죽을 수 밖에 없다면 내가 오늘 열심히 사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죽을 날을 받아논 사람이 죽는 날까지 해야 할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인가? 죽음을 앞두고서야 사람들은 지구가 자연, 다양한 사람들, 경영자와 종업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같이 살려내야 할 공동운명체이라는 큰 그림을 보게 된 것이다. 나 혼자 잘먹고 잘 사는 문제를 통해 해결한 사적 심리적 안정감이 죽음 앞에서는 얼마나 허약한 토대인 것을 깨달게 된 것이다.
지구가 운명을 공유하고 있는 자연, 사람, 조직, 국가, 사회의 에코시스템이라는 것을 인지한 사람들이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나와 같이 생태계를 공유하고 있는 자연과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력과 가치충격을 줄 수 있는지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이 잃어버렸던 삶의 목적과 목적을 통해 발원되는 삶의 의미를 다시 찾게 만들었다.
특히 요즈음 기업이 앞장서서 이런 목적 경영이 뉴 노멀이 되야함을 설파하고 나섰다. 이들이 내거는 상징적 키워드는 가치 충격(Impact)이다. 가치충격(Impact)을 일으키는 진실된 변화를 통해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고 운명을 공유한 사람들의 번성을 구가하게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실로 죽음을 유예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에 대한 가치충격을 회사의 전략적 단서로 제안하는 ESG운동, 회사 밖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가치충격을 주장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운동이 두 주류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 맥캔지의 조사에 의하면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급의 85%는 자신들의 일이 목적을 기반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한 반면 일반 종업원의 85%는 자신들이 찾는 의미와 목적은 다 개인적이고 회사 일을 통해서 목적을 찾는 경우는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경영진들은 일을 통해 목적을 실현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종업원들은 일과 목적은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더 큰 문제는 실제 목적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한 종업원들의 75%는 일을 통해서 목적을 찾았다고 고백한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자연에 대해서 충격을 주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충격을 주는 제대로 된 큰 일을 하기 전에 직원들이 일을 통해 목적을 찾는 일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기업이 이야기하는 자연에 대한 공존과 사회구성원과의 공생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거짓 주장으로 전락한다. 자신의 구성원도 일을 통해 찾지 못하는 목적을 자연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해결하겠다고 나선 꼴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목적은 누가봐도 진정성이 결여된 것이다.
일과 목적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실제로 조직의 구성원에게 회사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지의 질문을 했을 때 못 느낀다고 대답한 구성원들이 목적에 대해 각성하고 있는 정도가 가장 미미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목적을 통해 일의 의미를 찾는 문제의 본질은 구성원에게 조직이 목적과 사명으로 둘러진 심리적 안정감의 울타리를 제공하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미국의 글로벌 보험사인 USAA의 CEO인 Joe Robles는 이런 심리적 울타리가 목적에 의해서 제공되어짐을 토대로 짧은 시간에 가공할만한 혁신을 만들어냈다. 자신이 재임시 이런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 제공을 약속했다. 또한 지금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구성원에게 이 울타리가 구축되었다고 가정할 때 새롭게 해볼 수 있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내는 워크샵을 수차례 실시했다. 이 워크샵을 통해 종업원들은 일년 동안 10000개가 넘은 새로운 혁신안을 만들어냈다. 이런 아이디어는 회사에서 제공한 Change Intervention Study라는 실험기법을 통해 실현가능성이 검증되었다. 이 중 실제로 900개는 특허권을 획득해서 회사의 자산으로 등록되는 개가를 올렸다. 심지어 900개 중 25개는 회사 용역직 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이다. 10년 동안 혁신해서 내야 할 성과를 1-2년 만에 만들어낸 것이다.
USAA에서 종업원들이 만들어낸 변화가 바로 종업원들이 일상에서도 느껴야 하는 Impact의 진정한 의미이다. 연구가 더 진행되겠지만 USAA의 직원들에 대해 후속연구가 진행되면 이들 대부분은 아마도 자신의 일이 삶의 목적과 의미의 기반이라고 응답할 것이다. USAA와 같은 회사에서 ESG에 대해서 약속을 하거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원리를 설파한다면 사람들은 이들의 약속과 설명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 누구보다 이들의 목적에 대한 진정성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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