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JTBC 저녁 뉴스 문화초대석에서 이승철씨와 앵커가 인터뷰하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평소 이승철씨가 노래로 개념 있게 소통을 잘 하는 가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 귀를 귀울였다.

이승철씨가 들려준 개념 있는 가수로서의 소통법은 다음과 같다. 자신은 누구에게서 곡을 받으면 자신의 목소리 지문을 곡에 넣어 부르기 전에 먼저 곡을 1000번 정도 그냥 듣는다고 고백했다. 1000번 정도 듣고 나면 자신의 목소리의 지문을 이곡의 날줄에 어떻게 씨줄로 끼워넣어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만들어야 하는지 감이 온다고 고백했다.

또한 요즈음 "청중이 나이든 가수들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자신은 오히려 "나이든 가수가 청중을 먼저 외면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들려 주었다. 한 가수의 진짜 목소리는 지문과 같아서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다양한 장르에 대한 시도는 계절에 따라서 자신의 몸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절이 바뀌어도 한 가지 옷만 입고 있는 이상 행동이 나이든 가수를 소통하지 못하는 가수로 만드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다.

이승철이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가며 다양한 음악장르를 시도하는 것을 지켜보면 비틀즈가 생각난다.

비틀즈가 1961년 처음 데뷔할 때는 미소년 그룹으로 이들이 부르는 노래도 달달한 사랑 노래 일색이었다. 반짝 떳다가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냥 사라질 운명의 전형적 팝 그룹이었다. 이런 비틀즈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미국 공연 중 자신들의 평생 맨토가 된 밥 딜런을 만난다. 포크 송 가수이자 시대의 음유시인 밥 딜런의 영향으로 음악도 살아 있는 생명으로 인식될 때 영원히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깨달는다. 또한 음악이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음색과 기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음악에 영혼과 철학을 담아 시대에 따라 스스로 자기 조직적으로 해석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부터 비틀즈는 달달한 획일적이고 지루한 사랑노래에서 벗어나 미래의 표상인 젊은이들의 요청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옷을 갈아 입어가며 혁신을 시도한다. 결국 팝에 사랑을 넘어서 자유, 젊음, 환희라는 생명을 담아내는데 성공했고 이 시대정신을 진화시켜 결국 팝의 클래식 음악으로 탄생시켰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와 노래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코드와 악보로 연주하고 노래한다면 서양 음계에 갇힌 한계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K Pop이 글로벌에서 붐을 일으킨 것도 이런 서양의 날줄에 자신만의 목소리가 담긴 철학을 씨줄로 끼워넣어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글로벌 청년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다시 생명을 건네준 것이다. 이들도 철학의 씨줄을 끼워 넣어 K POP을 완성하기까지 아마도 같은 날줄의 곡을 수천번 수만번씩 들었을 것이다.

훌륭한 가수의 소통 원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화자이전에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훌륭한 청자였다. 소통의 본질은 남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텍스트를 이해하고 이것을 날줄로 삼아 여기에 자신의 스토리를 씨줄로 끼워넣어 새로운 맥락의 더 참신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소통은 남의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끼워넣어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행위다. 남의 이야기에 개념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가 답이라고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울림이 없는 이야기는 아무리 기교가 넘쳐도 음악이 아니라 소음일 뿐이다.